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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0일 09시 42분 등록

두물머리 양수리 시장 광장 한 모퉁이에 뻥튀기 부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2되쯤 되어 보이는 깡통에 옥수수 알갱이를 채우고 약간의 당분을 넣으면 ‘ 한 뻥’ 분의 용량이 나옵니다. 이것을 뻥튀기 기계에 넣고 한 10분쯤 가열하여 터뜨리면 강냉이 가 한 자루쯤 생겨나는 것이지요. 우리는 새로 튀긴 강냉이 한 자루를 샀습니다. 할머니가 신문지로 둘둘 말아 놓은, 집에서 키운 호박도 사라고 합니다. 할머니는 조근조근 장사도 잘하는데, 할아버지는 묵묵히 별 말이 없습니다. 부부가 되어 해로한지 50년도 더 되어 보입니다. 그 동안 늘 함께 있었겠지만 저렇게 다르게 살았겠지요. 그래서 그렇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된 것이겠지요.

푸른 강물을 따라 우리는 차를 타고 달렸습니다. 결혼한지 22년이 지났습니다. 참 오래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큰 것 만한 세월이 넘실대는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흘러온 것 보다 아마 더 긴 시간을 함께 어울려 흐르겠지요. 같이 흐르다 보면 한 물결이 될 것도 같지만, 아마 아닐 지도 모릅니다. 평행선처럼 서로 만나지도 않을 테지만, 결코 헤어지지도 않는, 평행이라는 매력적인 동반 관계 속에서 아득한 소실점 너머로 그때야 비로소 하나가 되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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