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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3일 06시 41분 등록

인사동 앞에서 택시를 타고 명동성당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마흔 살 중반쯤 된 아주머니 기사였는데, 운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길을 잘 모르니 가르쳐 달라 합니다. 운전을 좋아해서 기사가 되었지만 취객이 두려워 낮에만 운행을 한다 합니다. 8만 5천원 하는 사납금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3년 무사고 운전하면 개인택시를 몰 수 있는 자격증이 생긴다는군요. 얼굴이 하얀 아주머니 목소리는 3년 후를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게 희망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디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중앙극장 앞에서 내려 조금 걸어 명동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그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 시간에 이렇게 적막하고 간절한 공간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우린 가끔 이곳에서 서로 만납니다. 어떤 특별한 시선이 평이한 일상의 지루함을 넘어 우릴 연결해 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천국이란 새로운 생활 방식이지, 신앙이 아니다” - 니체, Der Anti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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