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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7일 07시 01분 등록

오랜만에 여의도 공원을 걸었습니다. 전에 여의도에 살 때는 종종 이 공원을 걷곤 했었습니다. 이사한 후 잘 찾지 못하다가 마침 이곳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 있어 함께 공원을 걸었습니다. 붉은 소나무가 정정하고, 화살나무 단풍이 불타는 듯 자태를 뽐내고있었습니다. 마가목이 주황색 열매를 포도처럼 달고 서 있고, 산딸나무 열매가 정말 작은 딸기 같이 귀엽습니다.

전에 살다 떠나 온 곳에는 흔적들이 묻어 있습니다. 생생한 모습들은 세월과 함께 다 사라져 가지만 그 흔적들은 창연한 유품이 되어, 책갈피 속의 은행이나 단풍잎처럼 우연히 발견되곤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우리는 추억 속의 길을 산책하게 됩니다. 조금 떨어뜨려 놓고 삶을 보면 늘 어떤 감상으로 촉촉해 집니다. 유치한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 속에 아직 남아있는 젖내나는 부드러운 것들, 가면 뒤의 속살들이 만져 집니다.

“삶을 사랑하는 철학은... 변모의 예술이다.....끊임없이 새롭게 획득하고 계속 획득되어야하는 그런 것” - 니체, ‘즐거운 지식’

낙엽은 삶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변모의 극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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