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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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시 성당 종소리는 벌써 흩어진지 한시간이나 지났지만,
아직 새벽비로 적신 해가 남아 있다. 어서 걷자.
나만의 라팽 아질, 그 길로 어서 접어들자.
살아남은 도시의 작은 숲이 어둑히 서 있는 그 곳에.
이제는 정겨운 이름의 인왕도 검은 잠옷을 꺼내고 있다.
수 많은 낱장의 일기를 떨구고 새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나무가지 너머로 달무리가 퍼지는 구나.
저기 양지바른 곳 뽕나무옆에 들어앉은 친구 소나무들아,
겨울동안 잘 지냈니?
지난 여름 놀랍도록 자라나 나를 놀래킨 친구들아,
달빛만으로 걷기 힘든 이 행인을 위해 이 가로등들을 심은 이들을
너희는 알고 있겠지.
이 숲의 좁은 공간도 놀랍도록 활용한 친구들아
지나버린 유행처럼 내 무기력의 옷,
지난 가을 낙엽 아래 삵고 있는 것도
너희는 알고 있지.
반가와, 이젠 자주 볼 수 있을껄, 봄이쟎아.
도시의 가로등에도 두 눈 꼭 감고 잘자렴.
나처럼 낮에 졸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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