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2003년 11월 15일 11시 40분 등록

기술과 인재, 투자 우선순위는?

필자는 80년대 초부터 정보기술 산업의 대표적 기업에서 일해 왔었다. 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의 지나간 역사를 대강은 현장에서 지켜보며 살아 왔다. 그리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80년대와 90년대 무려 20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 우선순위에는 공통적으로 정보기술이란 주제가 올라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솔직히 필자 스스로가 그 20년 동안 정보기술의 전도사 역할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해 왔었다. 80년대의 MIS(경영정보시스템)로부터 시작해서 90년대 초 SIS(전략정보시스템), 중반에는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그리고 후반에는 e-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각종 신조어들을 동원하며 기업들이 정보기술에 투자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목청껏 외쳐 왔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IT에 대한 과잉투자 운운하는 말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승승장구하던 IT 업계들이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왜 갑자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필자의 관점은 이렇다. 긴 세월을 놓고 보면 기술과 사람에 대한 우선순위는 순환 과정을 반복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 우선의 패러다임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눈부신 기술 혁명의 르네상스를 경험한 탓이리라. 그러나 이제는 분명히 순환 과정에 순응하여 그 우선순위를 사람에게 내어 줄 때가 된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최근 1-2년 사이에 매스컴에서 인재경영이란 말을 이전보다 훨씬 자주 대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 모두 입을 모아 인재경영이니 천재경영이니 주장하고 있음도 이런 추세를 뒷받침한다 하겠다.
유대인의 지혜를 담은 책 탈무드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어떤 현명한 유태인이 자기 아들을 예루살렘에 있는 학교에 유학시켰다. 그런데, 아들이 예루살렘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이에 부친은 중병에 걸려, 죽기 전에는 아들을 못 볼 것 같아 유서를 남겼다. 유서의 내용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한 하인에게 물려주고 아들이 원하는 것 한 가지만은 아들에게 주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마침내 부친이 세상을 뜨자. 그 집 하인은 자기에게 행운이 돌아왔음을 기뻐하며 예루살렘의 주인 아들에게 달려가 부친이 돌아가셨다고 전하였다. 그리고 유서를 보여주자. 아들은 매우 놀라고 크게 슬퍼하였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아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는 랍비를 찾아가 전후 사정을 설명하였다.
"아버지는 어째서 재산을 조금도 남겨 주시지 않았을까요? 지금껏 나는 아버지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데요."
아들이 불평을 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자 랍비는, "천만에 그렇지 않소.당신 부친께서는 매우 현명한 분으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셨소. 이 유서를 살펴보면 부친의 마음을 잘 알 수가 있소." 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하인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자식에게는 아무것도 남겨 주시지 않았습니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분이 한 어리석은 행동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하고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도 부친과 같이 현명하게 머리를 써야 하오. 당신이 부친의 참뜻을 이해한다면, 당신에게 훌륭한 유산을 남긴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요."
만일 여러분들이 아들의 경우라면 유서의 참뜻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랍비는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의 부친은 운명할 때 당신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하인이 재산을 가지고 도망치거나, 재산을 다 탕진해 버리거나, 심지어는 자기의 죽음마저도 당신에게 전하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모든 재산을 하인에게 주신다고 한 것이오. 모든 재산을 하인에게 주게 되면, 그는 기뻐서 당신에게 달려가 그런 사실을 알릴 것이고, 재산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오."
"하지만 그것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아들이 묻자, 랍비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젊은이라 지혜가 모자라는군요. 하인의 재산은 전부 주인에게 속한다는 사실을 당신은 모르오? 당신의 부친께서는 당신이 원하는 것 한 가지만은 당신에게 물려준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소. 그러니까 당신이 그 하인을 소유한다고 하면 그것으로 모든 재산은 당신의 것이오. 이 얼마나 현명하고 애정이 깊은 생각이오."
뒤늦게 아버지의 참뜻을 깨달은 젊은이는 랍비가 가르쳐 준 대로 한 다음, 그 하인은 해방시켜 주었다. 그 후 젊은이는 항상 '역시 나이 많은 사람의 지혜는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하곤 하였다.
===================================================

위의 이야기에서도 우리는 조상의 모든 재산보다 그 재산들을 지키고 관리해 주는 하인 한사람을 얻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지혜를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21세기에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에게도 이 고대 탈무드의 지혜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뭐니 뭐니 해도 이를 관리하고 지켜주며 확대시켜 나가는 인재들인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 또한 나름대로 익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동원하여 21세기가 들어서면서 과감하게 IT 전도사의 길을 중단하고 골드칼라를 육성해 내는 연금술사의 길을 선택하여 현재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IP *.36.249.9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