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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5일 03시 11분 등록
밤새 기다리던 그대가 오기 전에
가만히 피어났다가
그대 얼굴, 마침내 가까이서 볼 수 있을때
살며시 눈감고 물고기같이 잠들어 쪼그라든 나
그대는 강렬하고 지칠 줄 모릅니다.
나는 그대의 첫 그림자만으로
그 흐릿한 첫 눈 빛만으로도 피어납니다.
그대, 천천히 오세요
저 북방의 봄과 진한 가을 사이의 여름처럼
여름날도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그대 생각만으로도 지쳐서 짧게 피었다 지는 나를 이해해주세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쉽게 시들고 여릴뿐이라고 나무라지 마세요
온통 깨어나 피어있기엔 그대는 내게 너무도 큰 존재입니다.
나의 잎새와 꽃은 녹슨 철조망과 후미진 도시의 어느 구석,
살아남은 억척스런 가로수에나 개발로 뒤엎어진 장독대를 타고
건너갑니다.
나의 거처가 보잘것 없어도 그 보잘것 없는 그곳에서
늘 그대, 그대 생각에 자랐습니다.

유순하게 아무데나 핀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한번쯤은 나도 북방에 가서 피고 싶어요
내 줄기들은 거의 벌레의 발이 되어
부드러운 흙을 찾아 온종일 헤메입니다.
그리하여 내 잎들에는 심장을 새겼고
내 꽃들에는 별의 악기를 새겨놓았습니다.
그 오목한 악기에는 별의 눈물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대, 그대생각
소리없는 일렁임이 피다지다 피다지다
내일 또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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