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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1일 10시 52분 등록
Devotion

The heart can think of no devotion

Greater than being shore to the ocean----

Holding the curve of one position,

Counting an endless repetition.

- Robert Frost -



헌 신


대양에 바치는 해안의 헌신(獻身)을

인간의 가슴이 어찌 알 수 있으랴.

대양의 굴곡따라 무한히 반복되는

해안의 그 영원한 현실을.

- 김기태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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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부잣집 동네에 버려진 하얀 책장 하나를 나를 위해 주어왔다.
그리고 그 책장안에 장롱위 천장까지 위험스레 쌓아올린
책들을 다시 배열해 주었다.
그는 나에게 책장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들은 함께 아파트 골목 골목을 돌며 책장이 없나 어떤 날은
온동네를 뒤진 적도 있었다.
지금 있는 책장을 넘어서는 책들을 동네 공부방에 가져다 주기로
맘을 먹고 있는 차였다. 미안한 마음에 괜챦다고 필요없을 거라고 말했다.
용케 책장 하나를 발견하고서도 어울리지 않는다던가
실용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제 그들은 책장만 보면 나를 생각하는 지경이 되버렸다.
'...에게 책장이 필요한데.. 이런 모양이었으면 좋겠는데...'

그 책장앞에서 로버스 프로스트의 시집을 새롭게 만났다.
나는 이 시가 헤르만 헷세의 것인 줄 착각하고는
소중한 사람에게 떡하니 헤르만 헷세 거라고 보내준 일이 있다.
그런데 그 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것이었다.
별일 아닌 그 착각이 이 시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헌신은 소리없는 해안이 작고 큰 대양의 굴곡따라 무한히 반복하는 것...

이 하얀 책장을 가져온 그 손길들의 작은 힘..

대양을 이루는 한 방울의 물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
기꺼이 생의 소중한 부분을 떼어 주는 것..

그런 것이 헌신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IP *.206.2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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