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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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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3일 07시 18분 등록

우리집에 시계는 두 종류다.

또옥 똑 걷는 시계,

칙칙폭폭 달리는 시계

또옥 똑 걷는 시계는 머리맡에 수수팥떡 크기 자명종

칙칙폭폭 달리는 시계는 붓빠는 수도위에 빈대떡 크기 벽걸이시계

수수팥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머리맡에 자명종 두고 잔다.
그것도 자명종을 잠근 채로.

빈대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칙칙폭폭 달리는 시계앞에서 붓을 빨며
먹처럼 지워지지 않을 찰라를 기억하려 애쓴다.


우리집에 시계는 세 종류다

항상 15분쯤 늦게 움직이는 화장실 시계

언제 멈추었는지조차 잊어버린 빨간 플라스틱 테 자매방 벽시계

같은 기둥에 못박힌 꼬불꼬불 줄달린 전화기 위
5분쯤 빨리가는 올리브그린 벽시계

그 시계의 리듬을 흩뜨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신성한 의무처럼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세 종류의 시계가 있다.

부잣집 콘크리트에 붙은 커다란 세수대야 크기의 시계를 보러 갈 시간이다.
그 부잣집은 계수나무에 토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밤 새 읽은 책으로 토끼눈이 된 내게
칙칙폭폭 시계는 어서 달려가라하고
또옥 똑 걷는 시계는 일하면서 자기처럼 쉼표를 찍으라 한다.


IP *.229.2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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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6.04 17:56:19 *.247.38.124
idgie님의 글을 읽으면요 글과 님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부잣집 시계 함 부숴버릴까요?
먹고 사는 게 웬수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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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05.06.04 20:45:39 *.229.28.127
ㅎㅎㅎ 그래도 그 시계도 시계인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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