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dgie
- 조회 수 205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우리집에 시계는 두 종류다.
또옥 똑 걷는 시계,
칙칙폭폭 달리는 시계
또옥 똑 걷는 시계는 머리맡에 수수팥떡 크기 자명종
칙칙폭폭 달리는 시계는 붓빠는 수도위에 빈대떡 크기 벽걸이시계
수수팥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머리맡에 자명종 두고 잔다.
그것도 자명종을 잠근 채로.
빈대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칙칙폭폭 달리는 시계앞에서 붓을 빨며
먹처럼 지워지지 않을 찰라를 기억하려 애쓴다.
우리집에 시계는 세 종류다
항상 15분쯤 늦게 움직이는 화장실 시계
언제 멈추었는지조차 잊어버린 빨간 플라스틱 테 자매방 벽시계
같은 기둥에 못박힌 꼬불꼬불 줄달린 전화기 위
5분쯤 빨리가는 올리브그린 벽시계
그 시계의 리듬을 흩뜨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신성한 의무처럼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세 종류의 시계가 있다.
부잣집 콘크리트에 붙은 커다란 세수대야 크기의 시계를 보러 갈 시간이다.
그 부잣집은 계수나무에 토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밤 새 읽은 책으로 토끼눈이 된 내게
칙칙폭폭 시계는 어서 달려가라하고
또옥 똑 걷는 시계는 일하면서 자기처럼 쉼표를 찍으라 한다.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94 | 유월의 반 [2] | 풀 | 2005.06.14 | 2014 |
793 | 말하기 연습 [2] | idgie | 2005.06.12 | 2038 |
792 | [공지]6월18일,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모임 안내 [5] | 6월18일 모임 좌장 | 2005.06.11 | 2378 |
791 | 유월의 돌골 [4] | 김달국 | 2005.06.09 | 2117 |
790 | 석달간의 연구원 활동에 대한 소고(小考) [4] | 신재동 | 2005.06.08 | 2000 |
789 | 안전함에 대하여 | 구본형 | 2005.06.08 | 1925 |
788 | 만일 [1] | 숲기원 | 2005.06.06 | 2083 |
787 | 6월 2일 [1] | idgie | 2005.06.05 | 1941 |
» | 시계 [2] | idgie | 2005.06.03 | 2054 |
785 | 칡넝쿨 | idgie | 2005.06.03 | 2488 |
784 | 시누크? (꿈을 현실로 만든사람, 그 꿈의 효과) [3] | 숲기원 | 2005.06.03 | 2098 |
783 | ♪ [6] | 풀 | 2005.06.03 | 2002 |
782 | 진정한 여행 | idgie | 2005.06.02 | 1988 |
781 | 어느 날 - 동물원에서 [3] | 구본형 | 2005.06.02 | 2061 |
780 | HR 전문가 칼럼을 소개합니다. [1] | 주백규 | 2005.06.01 | 2175 |
779 |
---->[re]Oh ! My Sweet Home ![]() | 숲기원 | 2005.06.01 | 1993 |
778 | -->[re]임업훈련원에서 삶의현장으로 가기위한 몸부림 [2] | 숲기원 | 2005.05.31 | 1894 |
777 | 산림경영자과정을 마치고 씨앗의 결실 [4] | 숲기원 | 2005.05.30 | 2238 |
776 | 난생 처음 도전한 하프마라톤 [4] | 박노진 | 2005.05.29 | 2482 |
775 | 눈 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4] | epiphany | 2005.05.25 | 23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