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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26일 20시 45분 등록
나는 양이 없다네 (無羊)


누가 그대에게 양이 없다 했나
수백 마리 양떼로군
누가 그대에게 소가 없다 했나
황소떼가 구십 마리도 넘겠군
그대 양떼 돌아오네
저 수많은 뿔들을 보소
그대 소떼 내려오네
저 윤기나는 귀 좀 보소

어떤 놈은 언덕을 내려가고
어떤 놈은 못가에서 물을 먹고
어떤 놈은 눕고 어떤 놈은 일어났네
그대 목동이 돌아오네
도롱이 삿갓을 어깨에 메고
어떤 목동은 마른 양식을 지고 있군
가지가지 고운 털빛
그대 제사에 쓸 만하네

[중국역대시가선집 1권중에서 시경편
- 편역 기세춘,신영복 감수 - 이구영,김규동]


영주의 소와 양이 번성함을 노래한 것인 듯하다. 모시서에서는
선왕(宣王)이 목축에 성공한 것을 노래한 것이라 하나 믿을 수 없다.
제목이 無羊인 것을 보면 노예나 농노들이 부러워하며 부른 노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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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선집를 읽다가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에서 본 그림들이 지나가서 적어보았다.

나는 특히 코로(corot)의 그림을 만난다는 기대에 설레였다.

지난 전시회에서 '시냇물'이란 그림은 이번에는 전시되지 않아서
서운해지기도.

여러화가들의 그림에서 양치기와 목동 소녀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눈이 퀭한 소녀가 지친일상을 비춰주는 초승달아래 바위위에서
두 손을 모으고 촛점없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림은
아련한 잔상을 길게 남긴다.

혼자 공상을 해본다. 그녀는 어떤 기도를 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바로 옆에 전시된 그림 처럼 생기돋는 두 팔로 사람을 부르는
여인.. 수확철에 해저물무렵 하늘이 하얀 초승달을 띄운지도 잊은 일터에서
묵직한 밀단을 지고 성큼성큼 걷는 여인들처럼 건강하고 수확의
생기가 넘치도록 해달라고 그렇게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집에 홀로 남아 있는 병든 가족을 위한 간절함을..'

아니면

'양들이 어서 불어나 밀린 빚을 갚게 해달라고...'

아니면

'함께 기도할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을 참고 견디게 해달라고.'

이렇게 공상하다 새벽이 오고 있다.

양치기 소녀를 위한 묵상을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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