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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23일 09시 38분 등록


손톱이 많이 자랐습니다. 손톱 밑에 흙물이 들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잡초를 뽑았더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깨끗하게 깎아 주어야겠습니다. 흙 앞에 마주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흙은 우리를 단순하게 합니다.

가끔 이렇게 엉덩이를 붙이고 흙과 마주 앉아 있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생활의 군더더기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며 언제고 버릴 수 있는 것들이며 그것 때문에 노심초사해야할 것들이 아님을 알게 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대담해 지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언제고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기쁨을 줍니다. 복잡한 인과에 얽히지 않고 단순해지면 그 복잡함의 끈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우리를 옭매고 있는 끊어도 괜찮은 미망의 그물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한꺼번에 많은 것들을 이리재고 저리 재지만 겨우 차선책에 머물러 늘 작아지곤 했습니다. 흙과 마주 대하고 서면 이런 복잡한 계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그저 생명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살고 싶어지고, 살아 꽃피고 싶다고 열망하게 됩니다. 흙을 마주 보면 내가 하나의 씨앗이 되고 생명이 되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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