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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7일 15시 08분 등록


혼자 몇 번 나무들이 웃자란 부분을 잘라 주긴 했지만, 솜씨가 서툴고 나무의 키가 너무 커서 그저 제멋대로 자란 폭이 되었습니다. 너무 어수선 하다하여 며칠 전 사람 둘을 불러 뜰에 있는 큰 나무들의 전지를 부탁했습니다. 할아버지 두 분이 왔어요. 나는 두 분을 도와 잘라낸 가지를 정돈하여 마당 한 귀퉁이에 차곡차곡 쌓는 일을 맡았지요.

잠깐 새참을 먹으면서 할아버지께 좋은 직업을 가졌다 말했습니다. 늙어서도 할 수 있고, 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늘 몸을 움직여 일하니 건강에 좋고, 친환경적이니 일터 또한 쾌적하고, 해 놓으면 금방 표가 나 기분이 좋아지고, 마치 예술처럼 성취감도 있으니 이만한 직업이 어디 있겠냐 그랬어요.

할아버지 한 분이 그래요. 이 직업이 부럽다는 사람도 있긴 하지요.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아마 힘도 들고, 충분한 벌이가 되지도 못해 그런 가 봅니다.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이 얼른 또 이렇게 말을 받습니다. 정원사가 오래 살지는 못해요. 왜요 ? 오래 사실 것 같은데요 ? 나는 참 의아했습니다. 오래 살 것 같은 데 왜 그렇지 않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할아버지는 웃고 맙니다. 자신도 왜 그러지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생명이 있는 것을 제 맘대로 절단하고 마구 잘라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나무들은 모두 멋대로 자라고 싶어하겠지요. 그걸 여기저기 가위질로 가차없이 잘라내어 모양을 만들어 내는 직업이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는 일일까요 ?

아마 좋은 정원사는 못나고 튀어나와 있는 곳을 가위질하는 것이 아니고, 그 나무에 어울리게 잡아주고 다듬어주는 사람이겠지요. 훨씬 힘들고 애정이 필요하고 자주 손이 가는 방법이긴 하겠지만요. 그러나 그런 정원사는 틀림없이 오래 살 겁니다.

나무를 다듬는 것과 경영을 하는 것이 다르지 않습니다. 잘라내는 것이 가장 쉽고 금방 성과를 보는 일처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크고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나무로 가득한 정원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 기업들은 복잡한 생물학적 체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순간 그들은 경영의 통제를 벗어난다...... 이제 새로운 리더십은 조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앞을 보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직원들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는 것이다 ”
- 케빈 캘리, ‘Out of Control' 의 저자

할아버지들이 돌아가고 난 후에도 뜰 가득 떨어져 있는 잔가지와 잎을 치우느라 저녁이 어두어 질 때까지 마당에 있었습니다. 땀이 많이 흐른 하루였습니다. 생각도 많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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