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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5일 20시 29분 등록

허리 근육이 놀란 이후 며칠 만에 처음 차를 타고 횡성까지 가 보았습니다.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미리 잡힌 강연 일정을 더 조정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가을날이 기가 막히게 좋아 좋은 여행길이 되었습니다. 허리가 묵직합니다. 그러나 즐길 만 합니다.

원주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횡성 먹거리 마을 앞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먹거리 마을이라 불리지만 사실 몇 집 되지 않고, 문을 닫은 곳도 많아 이름 값을 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망설이다 더덕만 전문으로 하는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우연히 들어왔지만 제대로 들어 간 셈이 되었습니다.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집이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더덕 비빔밥 한 그릇에 6,000원 합니다. 더불어 나온 반찬 역시 맛이 좋습니다.

우리 옆자리에 초로의 노인 두 분이 앉게 되었는데, 짐작컨데 한 분이 전에 여기를 들러 먹어보고 만족하여 서울에서 다른 분을 데리고 다시 찾아 온 듯 합니다. 그런데 처음만 못했던 모양이예요.

전에는 이런 것도 있었고 저런 것도 있었는데,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 왔는데 저번만 못하네 하며 못내 서운해하는 것입니다. 보니까 9천원 짜리 더덕 정식을 시킨 듯한 데, 커다란 나무 상 가득 반찬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 6천원 짜리는 반 상 정도 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서울 서 오는 길에 옆에 따라 온 친구 분에게 내내 자랑하며 왔을 텐데, 와서 보니 처음 만 못하다 느껴 그 실망이 큰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차려진 반찬만도 태반은 남게 될 것입니다. 갑자기 그 투정이 지나치다 싶어 탐욕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미 많은데 더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엄경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사람은 아마 탐심을 버려야 그 나이에 이르는 것 같군요.


가을 대낮의 쩗은 여행은 반짝였습니다. 순전히 날씨가 준 선물이었고, 아름다운 날씨는 특별한 감탄이었습니다. 가을 햇빛 속에 바싹 마른 빨래처럼 경쾌하고 바삭거리는 날이었습니다.
IP *.229.14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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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4.10.15 20:36:04 *.229.146.63
친구 하나가 화엄경 인용문에 딴지를 걸어 왔군요. 원전을 보지는 못했지만 ,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가 아니라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가 더 적절하지 않냐는 이야기군요. 글쎄요. 그 번역이 아마 대귀로는 더 적절해 보이네요. 그런데 나는 먼저 것이 더 좋아요. 대귀로는 약간 빗겨간 것이지만 " 강이 강을 버려야 ..." 가 불교적인것 같군요. 예를들면 " 네가 너를 버려야 ..." 가 " 사람이 나를 버려야,,, " 보다 불교적인 것 같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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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er
2004.10.16 12:28:20 *.214.165.158
보내주신 메일을 통해서 몸이 불편하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확한 지식의 전달보다 더 가슴으로 와닿는 따뜻한 마음에 늘 잔잔한 감동을 느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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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기원
2004.10.18 10:51:16 *.190.172.165
선생님그행복이 참 좋아 보입니다. 배워야하겠습니다. 그리고 익혀서 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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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운
2004.11.18 13:47:29 *.126.172.166
마음이 척~ 하니 가라앉는 좋은 글 잘 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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