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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12일 06시 41분 등록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홍은시장에 들렀습니다, 가끔 나는 시장에 들러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내의 심부름을 해 줍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안에 내가 알게된 몇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안 쪽으로 들어가면 생선 파는 곳이 몇 군데 나옵니다. 내가 가는 곳은 키 작은 아저씨가 파는 어물전입니다. 어느 날 지나다 등푸른 커다란 고등어가 갓 잡아 올린 것처럼 싱싱하여 두 마리를 소금 뿌려 구이용으로 가져왔는데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단골이 되었습니다, 주로 고등어와 생태를 사 가지고 옵니다.

내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주인 얼굴을 슬그머니 쳐다보는 집이 있습니다. 마늘하고 생강을 파는 집인데, 그 집에는 눈이 크고 얼굴이 희고 갸름한 예쁜 부인이 있습니다. 그래서 늘 그 집에서 삽니다. 송창식 노래에 나오는 담배가게 아가씨를 닮은 아줌마입니다.

또 한 분은 시장 입구에서 밤 대추 약과 곳감등을 파는 할머니인데, 얼굴이 참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이상하게 그 할머니를 뵈면, 젊었을 때의 몸가짐 조신한 처녀가 연상됩니다. 기품이 있고 웃음이 선량하고 예쁩니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이번 가을엔 갈 때마다 밤 한 되를 사가지고 옵니다.

또 한 사람은 가끔 시장통에서 만나는데, 커피통을 실고 다니며 상인들에게 뜨거운 커피를 파는 아줌만데 사회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하는 사람입니다. 주차를 하고 모자를 - 아침에는 숫 없는 머리털이 범벅이 되기 때문에 자주 모자를 씁니다 - 쓰다 우연히 눈이 마주쳤는데, 이 여인도 모자를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씩 웃고 스쳐간 적이 있습니다. 아직 그 아줌마 커피를 마셔 보지는 못했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고 나면 아마 이상한 소문이 시장 안을 돌아다닐 듯이 보입니다. ‘그 사람 홀애빈데, 부인은 바람나 도망가고... 애가 하나 있는데...그래도 돈은 좀 있데... ’ 이런 소문 같은 것 말입니다.

오늘의 장바구니 시세는 콩나물은 놀랄만큼 많이 주고 1000원, 커다란 두부 한 모에 1000원, 무 한 개에 500원, 알타리 한 단에 1500원, 고등어 물좋고 싱싱한 커다란 놈은 4000원, 그리고 알들어 있는 생태 최상품은 7000원입니다. 알이 굵은 밤은 작은 되박으로 한 되에 4000원, 커다란 단감 하나에 1000원.

아이들이 나보고 주부라고 놀립니다. 그러면 내가 그래요.

"시장은 일상의 중요한 현장이다. 정치가가 시장을 모르면 서민이 고생하고, 경영자가 시장을 모르면 경영자체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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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경
2004.11.12 11:31:04 *.58.237.3
여행을 해도 그 나라의 시장을 가보라고 하죠.. 시장에 가면 그 나라를 알 수 있다고. 민심을. 경제를. 선생님 글이 참 좋네요. 주부라고 별명을 받아도 저는 제가 남자라도 좋을것 같아요. 아이들도 같이 시장을 볼 수 있는 아빠가 속으론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것 같아요. 그런데..그쪽 시장의 물가는 제가 사는곳 보다는 조금 센듯~하네요. 더 좋은 물건을 골라서 그런가? ^^ 행복한 반찬거리가 되겠어요. 행복하고 따뜻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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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
2004.11.13 09:33:44 *.190.243.66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세상은 정하게 돌아본다면 행복이 이곳저곳에 늘여 있는데. 줍고 찾아내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나봅니다. 현대인은 너무나 바쁘게 지내면서 자신의 위치를 잘 모르는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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