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ph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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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 김인영
이 가을엔
아무말 말고
잎을 떨구고
이 가을은
미련없이
가지만 남겨두자
지난 여름
그 무덥고 지루하던 나날을
어떻게 보냈으며
지난 여름
그 뜨겁고 답답했던 가슴을
어떻게 식혔는지
이 가을엔
아무 말 말고
그냥 보내자
지는 잎들은
저마다 지는 까닭으로 지듯이
남은 가지는
또 얼마나 남은 까닭으로
남을까
져버린 잎들은
묻혀가지만
새잎이 돋고 질 때까지
남은 가지는
남아있는 까닭을
얼마나 아끼며 기다려야 하는가
가슴이 아직도
뜨거운 이를 위하여
여름은 저토록 여물게 영글고
가슴이 벌써
차가운 이를 위하여
가을은 저토록 거두지 않았는가
발 아래 밟힌 가을로 하여
마음은 얼마나 노랗게 물드는가
하늘과 땅에 물든
마음이 있어
大地는 얼마나 오래 사귄
벗인가
---下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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