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구본형
  • 조회 수 2908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04년 11월 29일 11시 22분 등록

세종문화회관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달이 환하게 뜬 밤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달이 좋아진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달라지는 것은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기 때문일 것이고, 한 달을 주기로 되풀이하는 것은 변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일상의 질서를 잊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달이야말로 '일상의 황홀'을 즐기는 대표적 거시기인 셈입니다. 그래서 좋아진 모양입니다.

이 날 저녁은 그곳에 있는 아주 많은 분들과 보낸 축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3 시간 동안 나는 그 곳에 있는 그 많은 분들을 위해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나는 없고 ‘우리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엑스터시였지요. 그 세 시간은 11월 25일을 아주 특별한 날로 기억하게 해 주었습니다. 본업을 통해 기여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이 날 우리가 사용한 단어들의 배합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 그물코
미래의 회고
오늘이라는 유일한 현재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모두 조금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내가 장악하는 시간의 양 - 자유의 의미
자유는 그 내용을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한다


추신 :

강연이 끝나고 손을 나누다 한 분이 내게 물었습니다. 평소 좌우명 같은 것이 있냐는 것이었지요. 몇 가지 단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와 답을 미뤘습니다. 이들을 통합할 핵심 단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찾아낸 단어는 ‘사무사’(思無邪)입니다. 생각에 거짓됨이 없다 - ‘생각의 정직’ 이지요. 나는 생각의 힘을 믿어요. 공자가 시경 삼백 편의 핵심이라고 말한 그 한 단어지요.

박세당이 ‘사변록’에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아 놓았습니다. “시 3백편에는 비록 선함과 악함이 뒤섞여 있지만 모두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나온 것으로 꾸미거나 거짓된 말이 없기에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라고 한 것이다. ”

사마천의 ‘사기열전’의 등장 인물들 역시 인간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아요. 그 인간의 드라마를 그래서 좋아한다 말했었지요.
IP *.229.146.36

프로필 이미지
김춘옥
2004.11.29 11:57:47 *.253.185.82
며칠전 '일상의 황홀'을 읽다가'사무사'란 글귀가 인용된 것을 보며 많은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오늘 '사무사'란 제목의 편지를 받아 읽으며 또 한번 감회가 새로워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가 이 말을 처음 대한 것은 대학시절, 동양학을 공부하시던 저희과 교수님께서 저희를 위해 사서를 강독해 주셨는데... 그 때 논어에서 이 말을 처음 들으며 가슴 설레이며, 삶의 좌우명으로 삼아 받아들였었는데.... 오랫동안 무심히 지나치며 잊고 살다가 떠올렸답니다. 부끄러운 순간이기도 했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글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통찰해 보게 해 주심 감사 드리고, 오늘도 열심히 소장님의 책을 읽어 보게 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프로필 이미지
찍새유닉
2004.11.29 16:21:30 *.249.167.1
방금전에 메일을 받아보고 들렸습니다. 그날의 느낌은... 침묵, 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 공감, 인정하는 --> 메니아(9시가 넘어서자 빈자리가 많이 보였지요. 덕분에 앞에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구요^^;; -->축제, 60년동안 일기를 써오신 권기범님의 말씀을 시작해서 소장님의 마무리, 그리고 사인과 악수, 사진찍기, 감동전하기 등등 그 시끌벅적함이 정말 축제 같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소장님의 '축제'라는 단어가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메일을 보고 '그물코'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립니다. 무슨 뜻이었더라???........ 이내 생각이 납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 그래서 들어왔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無=空=色
2004.11.29 17:49:24 *.190.84.102
선하고 좋은 생각에 동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달님
2004.11.30 10:07:23 *.23.106.11
"주변에서 중심으로 - 그물코 미래의 회고 오늘이라는 유일한 현재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모두 조금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내가 장악하는 시간의 양 - 자유의 의미 자유는 그 내용을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한다" .... 축제분위기의 강연회가 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멀리있어 함께못한 아쉬움에 약간 서러워 집니다. 주위의 그물코의 의미를 나름대로 상상해봅니다. 자신의 마음을 한번더 들여다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
프로필 이미지
박영경
2004.12.02 12:12:55 *.232.182.254
강연회에 참석했었습니다.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1시간 전에 갔고요... (평소의 제가 아니였지요) 방명록에 두 번째로 이름을 적고, 책과 빵을 들고 자리에 앉아 제 PDA에 글을 쓰면서 혼자임을 잊고, 오히려 더 깊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몇일간 아프면서 "일상의 황홀"을 다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박영경
2004.12.02 12:16:11 *.232.182.254
추신. 약속이 있어서 선물을 나누는 시간에 나와야 했습니다. 답메일에 글을 남긴 분들에게 선물을 준비한 것... 참 멋졌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구본형
2004.12.03 07:10:02 *.229.146.84
그건 을유문화사에 계신 분들의 아이디어였어요. 맞아요. 좋은 아이디어여서 서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