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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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게 맑습니다. 투명한 얼음이 깨어지는 듯한 날입니다. 우면동 EBS 방송국에 갔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기다리는 동안 차안에서 십 여분 노래를 들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겨울이 노래에 실려 날아다닙니다.
대담을 하는 중 물어 보는 말에 중얼중얼 대답도 많이 했지만 사실은 이런 이야기를 하려했습니다. 다른 이야기하다 전달하지 못한 내용은 이런 것이었지요.
“개인의 시대다. 개인이 자유롭게 잘 살아야한다. 자신을 대상으로 창의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쓸모를 알 수 있다. 한 개인이 자신을 세상에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강점에 근거한 본업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한다. 나는 이것이 교육과 학습의 핵심적인 대목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 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알지 못하면 자신에 대한 최적의 시나리오를 쓰기 어렵다.
자신에 대한 최적의 시나리오, 나는 이것을 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전이라는 말보다는 꿈이라는 말이 좋다. 모호하지만 그 속에는 몽상적 흥분이 있다. 자신을 마음껏 써보고 싶은 흥분이 있다. 자신에 대한 창의적 증오와 몽상적 흥분이 우리가 우리를 밀고 끌어주는 두 개의 힘이다.
꿈은 화려한 식탁이며, 열 개의 촛불이 타고 있는 촛대며, 반짝이는 집기들이며, 자극적이고 환상적인 소스다. 현실은 맨 빵이다. 꿈이 없는 직업은 맨 빵만 놓인 식탁이다. 딱딱하고 질기고 지루하다. 아침 일찍 나가 빵 한 덩어리 벌어 와 늦은 저녁에 먹는 생활은 고달프다. 설사 백 덩이의 빵을 쌓아 둔다 하더라도 행복할 수 없다. 꿈이 있는 직업만이 훌륭한 식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빠졌어요. 아마 신영복 선생님이 하셨음직해요 (이 방송 프로그램은 신년 기획 특집이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릴레이로 하루 씩 나와 이야기하는 형식이었지요. 신영복 선생님도 릴레이 주자 중의 한 분이라고 들었어요)
"관계의 시대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개인과 국가 사이의 건강한 시너지가 중요하다. 관계의 핵심은 다시 만난다는 것이며, 순수하다는 것이며,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만난다는 것은 얼굴이 있는 만남이다. 다시 웃으며 만날 수 있으려면 만남에 간교함과 거짓이 있으면 안된다. 공자가 시경 삼 백편을 평한 한마디 ‘사무사’(思無邪). 울고 웃고 소리치고 원망하지만 생각에 거짓됨이 없다. 아리랑의 가사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 속에는 위선도 왜곡도 없다. 투명한 눈물 속 마음이 보인다.
사람다운 사람을 믿고 아끼지 않겠는가 ? 우리는 조금씩 그런 사람들이 될 수 있다. 하루를 잘 쓰고 매일 수련한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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