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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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갔었습니다. 엄청난 눈이 내렸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 내내 구룡포 앞바다를 다 메울 듯이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이 여행은 꿈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사람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습니다. ‘치글’(Chi-gle) - 독수리가 되려는 닭들, 그러니까 내가 ‘수리닭’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두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두 명의 치글에게서 그 첫 번째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한 사람은 그 동안 몸이 아파 입술이 터질 정도였고, 또 한 사람은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불면에 시달린다는 점입니다.
꿈의 그림이 명확해 질수록, 그것이 우리를 몰아 가려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목표가 우리를 눌러, 느려 터진 진도에 실망하게 하고, 스스로 부여한 과제와 일과에 짓눌리기도 합니다. 자신을 지켜보는 내면의 눈을 가지게 되면 의례 마음이 불편해 지게됩니다.
변화는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이 싸움에서 이기는 길을 수련하는 사람의 정신적 자세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매일 수련하는 사람의 근신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저도 늦게 마흔이 넘어서 변화를 시작할 때, 종종 아팠고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만나고 자기의 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은 싸움임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기업이나 사회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변화 역시 힘들고 고된 심리적 격전을 치루곤 합니다.
두 번째 확인은 이 모임에서 내가 ‘부지깽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나는 ‘쏘시게 불꽃’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미 스스로 타오를 준비가 된 욕망에 불씨를 던져 넣음으로 두려움을 태워 버리는 것이 내 일이었습니다.
함께 있을 때는 활활 타는 듯 하다가 하나씩 일상으로 되돌아오면 시들하여 꺼지게 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만났습니다. 쏘시게 불꽃은 이미 소진했고, 남은 일은 스스로 불타오르는 것입니다.
그들이 연기를 내고 있을 때, 누군가 더 잘 탈 수 있도록 불길을 뒤적여 주기를 바랐습니다. 잘 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불길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서로가 서로의 불길을 옮겨 주어야 비로소 신나게 타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변화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대목입니다. 변화는 숯불과 모닥불 같은 것입니다. 스스로 타야 하지만 홀로 타면 힘들고 서로 불길을 빌어 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로가 불길을 빌려주도록 도와주는 일, 그게 부지깽이가 해야할 일입니다. 변화 과정의 미세한 장면과 대목들을 나누어 주는 것이 변화경영연구소가 해야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기도 전에 산 자의 대열을 떠나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은 없다. ” -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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