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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5일 03시 42분 등록
창밖, 볼품없는 개복숭아나무
홀로 서서
초겨울을 맞는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할 열매를
키워낸 이 나무
허리아래로 빼곡히 쌓여있는
씨앗들이 해골처럼
나둥귀는 검은 새벽

빗소리도 잦아드는데
나를 불러 깨운 것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내게 허락된 아름다운 출근길
장엄한 아침을 뒤로 한 채
15층 엘리베이터버튼을 누르고
마음의 신
오늘도 벗을 나

내가 지은 세상 모든 어둠과 싸우고
내 속에 가두워진 모든 어둠을 불러모아
無言歌를 짓는다

당신을 위한
소리없는 말을 짓는다

그리고 생각이 흐른다

세상에는 실로 먹을 수 있는 열매보다는
사람의 입으로 먹지 못하는 열매들이
훨씬 더 많다는 데까지
나의 생각이 나아갈 때
더 이상 잠들지 못한다.

그들은 어떤 환희로 봄에 순을 내며
겨울동안 준비한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결실의 계절 뒤
사람이나 느끼는 쓸쓸함을 가지에 얹고
주저없이 수고한 잎들을 떨어뜨리고
기억의 나이테
또 하나 제 몸에 새길 뿐.

이제 겨우 초겨울인데
첫 꽃망울을 터트린 가지들에는
꽃이 지자마자 키워온
아주 작은 꽃눈 잎눈이
소름처럼 돋아난다.



















IP *.142.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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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2006.11.15 04:31:49 *.116.34.213
나도 그 비 보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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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애
2006.11.16 21:33:07 *.157.208.170
꽃진 자리 위로한다고 열매를 보내 준다죠. 열매를 먹진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여 꽃을 피워내었을 개복숭아 자보록한 진분홍꽃숭어리 빚깔이 숨막히게 다가옵니다. 고향 삽작 들머리에 그 나무가 있었거던요... 사물을 따뜻하게 보는 선이님이 참 이뻐요! 엄마의 마음 받아 아가도 그렇게 예쁘게 커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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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1.26 01:06:42 *.70.72.121
웃음이 환한, 가늘한 그러면서 강인한 여장부같은 당신, 내 이름...
선배! 몸 마음 건강하시지요? 감기 특별히 조심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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