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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7일 08시 21분 등록

별도의 메일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남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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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거제도에 있었습니다.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또한 눈부신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구조라 부둣가에서 어부가 잡아 온 눈먼 숭어가 길길이 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도약과 몸부림이 살아 보려는 힘이라는 것이 아찔하게 전해졌습니다.

해금강에서 아침 일찍 외도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작은 섬 하나가 깨끗하게 잘 가꾸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던 사람이 낚시질을 하러 외도에 들었다가 풍랑을 만나 그 곳 민가에서 하루밤 자게 되었답니다. 수 백년 묵은 동백나무가 땔감으로 쓰이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섬의 풍광에 정이 가 친구와 함께 이 섬을 사서 개발 하기 시작했다 합니다. 같이 투자한 한 친구는 사업이 어려워져 중간에 떠나가고, 이 사람만 남아 섬을 개발한지 40년이 채 못되어 입장료를 받는 명물로 변모하게 되었답니다.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부인과 아들이 섬을 관리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를 태우고 간 선장이 다른 우스개 소리와 섞어 한 말입니다. 푸른 파도 넘어 먼 바다의 반짝이는 율동을 즐기다 문득 인생이 속절없이 짧지만 그러나 꿈 하나를 이루고 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언젠가 어떤 인터뷰에서 김지하 시인이 친구인 판화가 오윤의 죽음 주위에 어떤 기쁨이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합니다.

“중요한 것은 오윤이 죽기 전에 강한 생의 의욕, 기쁨을 본 것 같다는 것이에요. 기쁨, 산다는 것의 기쁨, 육체의 기쁨, 그것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찬란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요즘 하루가 너무 빛나 사는 것이 기쁨니다. 그래요 육체의 기쁨이 찬란합니다. 조그만 땅에 꽃을 심고, 아주 오래 물을 주면, 꽃을 품은 그 작은 몸이 떨리 듯 반응합니다. 이윽고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그 무제한의 기쁨이 생기가 되고 꽃이 됩니다. 오늘은 육체의 기쁨을 느끼세요. 피부의 모발에 닿은 햇빛 알갱이를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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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5.04.27 09:51:36 *.201.224.98
'A beauty thing is a joy forever..' 이라 노래한 어느 시인의 싯귀가 절로 읊조려지는 이즈음입니다. 여리여리한 연록의 잎새 사이로 불어오는 하늬바람 한 줄기, 그리고 따사로운 햇빛과 부드러운 꽃향기...... 찬란한 계절의 축복에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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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오
2005.04.27 13:54:59 *.68.16.44
외도라.. 제가 거제도 옆의 통영에서 자란터라 외도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얼마전 이 홈피에서 본 '나무를 심는 사람'이 생각나는군요. "인생이 속절없이 짧지만 꿈 하나를 이루고 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표현이 좋아 글 하나 남깁니다. 구본형님 더욱더 아름다워지세요. 저 또한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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