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2098
- 댓글 수 2
- 추천 수 0
별도의 메일을 받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남겨 놓습니다
************************************************************
주말에 거제도에 있었습니다.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또한 눈부신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구조라 부둣가에서 어부가 잡아 온 눈먼 숭어가 길길이 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도약과 몸부림이 살아 보려는 힘이라는 것이 아찔하게 전해졌습니다.
해금강에서 아침 일찍 외도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작은 섬 하나가 깨끗하게 잘 가꾸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던 사람이 낚시질을 하러 외도에 들었다가 풍랑을 만나 그 곳 민가에서 하루밤 자게 되었답니다. 수 백년 묵은 동백나무가 땔감으로 쓰이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섬의 풍광에 정이 가 친구와 함께 이 섬을 사서 개발 하기 시작했다 합니다. 같이 투자한 한 친구는 사업이 어려워져 중간에 떠나가고, 이 사람만 남아 섬을 개발한지 40년이 채 못되어 입장료를 받는 명물로 변모하게 되었답니다.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부인과 아들이 섬을 관리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를 태우고 간 선장이 다른 우스개 소리와 섞어 한 말입니다. 푸른 파도 넘어 먼 바다의 반짝이는 율동을 즐기다 문득 인생이 속절없이 짧지만 그러나 꿈 하나를 이루고 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언젠가 어떤 인터뷰에서 김지하 시인이 친구인 판화가 오윤의 죽음 주위에 어떤 기쁨이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합니다.
“중요한 것은 오윤이 죽기 전에 강한 생의 의욕, 기쁨을 본 것 같다는 것이에요. 기쁨, 산다는 것의 기쁨, 육체의 기쁨, 그것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찬란한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요즘 하루가 너무 빛나 사는 것이 기쁨니다. 그래요 육체의 기쁨이 찬란합니다. 조그만 땅에 꽃을 심고, 아주 오래 물을 주면, 꽃을 품은 그 작은 몸이 떨리 듯 반응합니다. 이윽고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그 무제한의 기쁨이 생기가 되고 꽃이 됩니다. 오늘은 육체의 기쁨을 느끼세요. 피부의 모발에 닿은 햇빛 알갱이를 즐기세요.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74 | 엄길청의 성공시대 [5] [1] | 김정호 | 2005.05.24 | 8918 |
773 | 좋은 팔로워와 훌륭한 리더 [3] | 이상우 | 2005.05.20 | 6347 |
772 | 어떤 포구 [1] | 구본형 | 2005.05.19 | 2430 |
771 | 풀 [5] | 풀 | 2005.05.18 | 1872 |
770 | 나는 운동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1] | 김달국 | 2005.05.17 | 2187 |
769 | 출근길 [2] | 신재동 | 2005.05.10 | 1902 |
768 | -->[re]아버지됨에 대하여 [1] | epiphany | 2005.05.09 | 2044 |
767 | 자긍심, 자만심, 자존심 [1] | 이상우 | 2005.05.09 | 2149 |
766 | -->[re]어버니날을 보내고 | 김달국 | 2005.05.09 | 1921 |
765 | 아버지됨에 대하여 | 구본형 | 2005.05.09 | 1863 |
764 | 오래 전에 받은 메일 하나 [2] | 신재동 | 2005.05.06 | 2058 |
763 | 셀프리더십에 관한 오해 | 수채화 | 2005.05.04 | 2094 |
762 | 나는 실험실로 갔네 | idgie | 2005.05.04 | 2184 |
761 | 아무도 | idgie | 2005.05.03 | 1797 |
760 | 가평으로 출발하기 전에.. [1] | 신재동 | 2005.05.01 | 1870 |
759 | 그 길로 들어 본지 오래인 사람은 [2] | 구본형 | 2005.04.29 | 2063 |
758 | 아시아 최고부자의 시작점-일을 애인처럼 [1] | 수채화 | 2005.04.27 | 1908 |
757 | -->[re]봄이 너무 아름다워요 [2] | 김달국 | 2005.04.27 | 1991 |
» | 산다는 것의 기쁨, 육체의 기쁨 [2] | 구본형 | 2005.04.27 | 2098 |
755 | ---->[re]로고 공모합니다! | 오옥균 | 2005.04.27 | 1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