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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9일 08시 32분 등록

편지를 받지 못한 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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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북한산 탕춘대 밑에 있습니다. 그리고 멀리 맞은편으로 또 하나의 낮으막한 능선이 북악산 허리로부터 이어져 흘러내립니다. 그 산의 중턱쯤에 푸른 기와를 얹은 절이 하나 나무에 가린 듯 숨어 있습니다.

아내는 그 절에 대해 몇 번 물었습니다. 우리집의 동쪽 대칭점에 같은 눈높이로 존재하는 숨은 듯 신비로운 그 절이 못내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절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북한산 줄기 커다란 바위가 수려한 곳에 ‘삼각산 현통사’라는 현판을 걸고 작은 절 하나가 봄 속에 서 있었습니다.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외출할 때 문을 닫아 잠그고 나가는 사람들처럼 이 작은 절의 주지도 문을 닫고 잠시 외출 중인 모양입니다.

길은 조용히 백석동천 유적지와 백사실 계곡으로 편안하게 이어졌습니다. 우리의 주위엔 작은 계류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산벚꽃의 잔화가 나비처럼 지는 소리뿐입니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침묵과 정적 속에 우리를 남겨 두었습니다. 인생이 이렇게 조용할 때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쉽게 모든 소리가 묻힌 공간 속으로 들어 올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벚꽃잎 하나가 허공에서 허리를 틀며 아름다운 선으로 떨어집니다.

선(線). 그것에 대해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일본인이 한국의 미에 대해 한 말이 기억납니다.

“흐르는 것 같은 길게 끄는 그 곡선은 한없이 호소하는 마음의 상징이다.... 형(形)도 아니고, 색(色) 도 아니고, 선이야 말로 그 정을 호소하는 가장 적절한 방편이었다. 이 선의 비밀을 풀지 못하는 한, 한국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없다“

한국에 태어난 은총은 30 분만 걸으면 산 속으로 들어 와 이렇게 자연 자체가 되어 잠시 읹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도처에 존재하는 산,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산으로 가는 길. 그 길로 들어 본지 오래인 사람은 아주 가까운 날 운동화 끌며 가까운 사람 손잡고 산책하듯 가보세요.

등산도 아니고 입산도 아니고 그저 즐산. 산을 즐기세요. 공원에서의 30분 산책처럼.
IP *.229.1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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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닮
2005.04.29 09:29:31 *.196.62.215
산을 오르려면 항상 정상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그래요. 저도 이제는 그저 즐기는 그것을 해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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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며
2005.04.30 14:04:03 *.229.146.65
숨 막힐둣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즐산철학은 평화가 베어있는 삶이기에 가능합니다. 생각만해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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