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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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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9일 20시 30분 등록
천안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사는 곳이 천안인지라 열렬히 참석하여 대회가 잘 치러지길 바랬습니다.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내년에도 잘 치러지겠지요.
대회가 잘 진행되어야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저는 마라톤을 시작한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달리미입니다.
4월과 5월에 10km 대회에 한 번씩 참가한 전력이 전부입니다.
지난 두 달동안 4-4-4 방식을 공부하는 심정으로 지켜왔습니다.
한 번 달릴 때 40분 이상 달린다.
일주일에 4번 이상 달린다.
4개월 이상 달린다.(진행중이네요)
그렇게 준비하면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고 내 꿈 2기 줄탁대장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금요일 고기 먹은 게 체했는지 속이 계속 좋지 않았습니다.
쓰린 느낌이 아침까지 지속되어 은근히 걱정도 들었습니다.
어제 연구원 모임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선생님 댁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아쉽게 접고 딱 3잔만 먹어야지 하던 소주생각도 간절히 뒤로하고 천안으로 내려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7시입니다.
출발 2시간 전에 간단한 아침을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집 어부인께서 꿈나라에서 퇴근을 하시지 않아서 인근 해장국집에서 콩나물국을 먹고 준비하였습니다. 대일밴드도 붙이고 바세린도 겨드랑이등에 바르고 스피드칩도 신발에 부착하고 ... 이런 저런 준비를 하니 벌써 8시가 넘어갑니다.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아내와 애들에게 11시까지는 운동장에 마중나오라고 당부하고는 택시를 타고 대회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도착하니 천안 종합운동장이 시끌벅적합니다.
신발끈도 조이고 운동장 내 트랙을 몇바퀴 돌면서 컨디션을 조절합니다.
생각보다 배가 아픈 것도 없어진 것 같고 몸 상태도 괜찮습니다.
예상외로 참가자들이 적어서인지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5,10km,하프참가자들이 모두 합쳐서 3,000명이 채 되지 않은 것 같거든요. 저러면 않되는데...

드디어 출발 신호가 울리고 저는 제일 뒤쪽으로 처졌습니다.
하프가 처음이니만큼 완주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내심 오늘 목표는 2가지입니다.
첫째, 걷지 않고 완주한다.
둘째, 2시간이내에 골인한다.
2시간 페이스 메이커 2명 바로 뒤에 붙어 출발선을 지났습니다.
처음 10분 동안은 제 몸과 얘기하는 시간입니다.
배에게 말을 건냅니다."오늘 하루만큼은 참아다오. 끝나면 쉬게 해줄께. 응"
오른발 발목이 계속 아리는데 살살 같이 가자. 어깨는 좀 괜찮아? 등등
내 몸 구석구석 확인하고 다듬고 챙기다 보니 초반 오르막을 한 참 올라가고 있습니다. 워낙 후미에서 출발하여서인지 별로 뒤다르는 사람들이 없어 좀 멋적습니다.
페이스 메이커 두분이 말을 걸어 옵니다.
"처음 뛰시는 분인가요?"
"네, 잘 지도해 주십시요."
"오늘은 날이 덥게 때문에 식수라인이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먹어 두세요. 그래야 탈수현상도 막고 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오늘 달리는 하프코스는 두세번 정도 사전에 뛰어 본 적이 있어 내심 자신있는 코스입니다.
처음 20분 지점을 가볍게 통과하고 5km 지점을 30분에 통과합니다.
컨디션이 너무 좋아 오바페이스를 작정했습니다.
1시간 50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가기로 하고 속도를 조금 올렸습니다.
하프 반환점까지 거의 따라 갈 정도로 달렸으니까 약 5km 정도를 오바페이스해 버렸습니다.
지난 번 10km 때 처럼 초반 무리한 페이스 조절에 빠져 버렸습니다.
마지막 언덕을 지나 내리막 코스에 들어설 즈음 다시 초반 페이스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2시간 페이스 메이커를 기다려 천천히 달리기로 생각하였습니다.

하프시합때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주변 경관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나만 생각되고 주변을 보지 못했습니다.
골인점을 통과할 때까지도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15km 즈음부터는 왼 무릎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하고, 숨이 가빠오면서 오직 급수대만 눈에 보이고 속도는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보다 느려지는 달리미들, 저를 추월하는 달리미들
그속에서 저는 오직 저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17km 경 드디어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포기하였습니다.
그분들은 조금만 더 힘내라고 하였지만 더 낼 힘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2시간 10분으로 목표를 다시 조정하고 좀 더 천천히 뛰기로 하였습니다. 초반 5-10km에서의 오바페이스가 더 없이 아쉬웠지만 다음 시합에서의 페이스 조절을 기대할 수 밖에요.
다행히 급수대가 1.5km 거리로 있어서 물에 대한 지원은 충분하였습니다.
처음 바나나도 먹었구요. 음료수도 먹고 다시 힘을 내어 달려 봅니다.

드디어 20km를 통과하고 골인점이 눈앞에 들어 왔습니다.
아마 집사람과 얘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마지막 스퍼트를 합니다. 약 1km 정도를 전력 질주합니다.
저기 우리집 막내가 저를 보고 뛰어 나옵니다.
손을 번쩍 들어 주고는 더 힘을 내서 달립니다.
큰 얘가 아빠! 큰 소리로 저를 부릅니다.
골인 지점까지 있는 힘을 다해 정말 100m 선수처럼 달렸습니다.
골인. 2시간 4분 정각입니다.(기록은 대부분 핸폰으로 메시지가 옵니다.)

간이 분수대에 온 몸을 맡기고 샤워를 하면서도 아쉬운 느낌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지난 시합때 오바페이스해서 무리한 시합을 한 경험때문에 이번에는 절대로 초반 무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 시합에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사업도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너무 아쉬운 느낌입니다.
식구들과 외식을 하고 집에 와서는 3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온 몸이 쑤씨고 아픕니다.
다음 시합은 10월 2일 통일마라톤 풀코스 도전입니다.
앞으로 남은 4개월 정도 준비를 잘 해서 꼭 완주를 해야겠습니다.

이번 시합을 준비하면서 저는 중요한 결정을 하나 내렸습니다.
지난 1년동안 당뇨약을 먹었는데 약을 끊기로 하였습니다.
음식조절과 운동으로 극복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가족들도 찬성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원 활동도 뜸했었는데 다시 제대로 하려고 합니다.
매일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진 시간에 정신차려 하겠습니다.
어느덧 운동하는 습관은 조금 잡힌 것 같습니다.
이제 공부하는 습관도 잡아야 하겠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습관이 되어야 하는 소중한 경험을 달리는 명상에서 배운 것 같아 오늘 하루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IP *.247.3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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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성
2005.05.29 23:14:57 *.104.80.71
노력하시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풀코스 도전에는 꼭 뜻하시는데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가고요, 기대하면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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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5.30 10:46:21 *.179.205.235
힘이 들었겠지만, 행복하셨겠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제나 신의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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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5.05.31 21:22:01 *.253.83.244
짝짝짝! 정말 애쓰셨습니다. 마라톤을 '달리기 명상'이라고 표현하신게 너무나 와닿습니다. 캠코더로 찍은 게 있다면 다음에 골인장면을 보고 싶네요. 어떤 세레모니를 펼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러다 조만간에 철인3종까지 진출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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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도
2005.06.01 09:06:41 *.159.43.252
축하드립니다.
그날 햇볕이 뜨거워 엄청 힘들었을텐데 고생많으셨습니다.
기회되면 저와 동반주 한번 하시죠..
꾸준히 준비하셔서 10월 춘천대첩을 성공리에 마무리하시길 빌며
풀코스 완주의 그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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