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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일 09시 59분 등록
어느 날 - 동물원에서

오랜만에 과천 동물원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큰 다음에는 별로 갈 일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입구에서 리프트를 타고 조금 흔들거리며 천천히 호수를 건넜습니다. 호수 위를 지나온 바람이 파랗습니다. 호수를 다 건너자 리프트는 다시 장미가 한창인 장미원위를 건너 갑니다.

장미 축제가 한창인 그곳으로부터 너무 오래되어 잊었던 네킹콜의 노래가 바람을 타고 햇빛 알갱이가 되어 퍼져갑니다. 여름처럼 따가웠지만 바람 속에는 늦봄 아침나절 물먹은 서늘함이 아직 남아 있어 좋습니다. 동물원 가는 길 장미원에는 젊은 날의 그리움이 한창입니다. They try to tell us we're too young... too young to really be in love......someday they may recall we are not too young at all ....

동물원에 들어서자 아주 크게 울부짖는 사자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주 큰 호랑이도 보았습니다. 이제는 너무 늙어 있었습니다. 대신 조금 작지만 민첩하고 탄력있는 젊은 호랑이 한 마리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왔다갔다 수없이 반복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몸을 단련하는 걷기 운동이 분명합니다. 돌고래들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몸을 비틀어 떨어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초여름 한 낮은 그 물방울 속에서 시원해집니다.

내려오는 길에 고릴라 한 마리와 만났습니다. 한 놈은 쓰러져 자고, 한 놈은 유리창 앞에 널브러져 앉아 있다가 날 보고 혀를 날름거립니다. 튀어나온 이마 밑에 작은 눈이 깜박입니다. 그 눈은 틀림없이 짓궂은 눈이었는데 장난이 하고 싶어 못 견디는 눈이었어요. 한참 서로 마주 보고 혀를 날름거리다 헤어졌습니다.

다시 리프트를 타고 이번에는 거꾸로 장미원을 거쳐 푸른 호수 지나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하루가 참 좋았습니다.

저녁은 책읽기에 좋습니다. 몇 가지를 메모해 두었습니다.

“ 역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막대한 부를 소유하지도 아니며, 싸움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행하는 자, 소유하는 자, 투쟁하는 자, 그것은 인간 즉 현실 속에 살아 있는 인간들이다“ - 칼 마르크스

“ 정치란 대중이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수천 명이 아니라 수백만 명이 있는 곳 진정한 정치는 시작된다. ” - 레닌

“ 익명성과 비인간성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사람이 아닐 수 없고 개인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엘리어트가 ‘거대한 비개인적인 힘’ 이라고 부른 것도, 대담하고 솔직한 보수주의자 클라렌던이 ‘ 이름도 없는 너절한 인간들’이라고 부른 것도 실제로는 다 개인들을 지칭한 말들이다.

이름도 없는 수백만의 사람들이야 말로 무의식적으로 협력하여 하나의 사회적 힘을 형성하게 된다. 평범한 상황에서라면 불만을 품은 한 농부에 관한 일을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천 개 촌락의 수백만 농부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면 어떤 역사가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 이것이 역사 속에서 수(數)가 가지는 중요성이다” - E.H.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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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6.03 02:05:56 *.190.172.123
한아름과 여왕님 그리고 시종도 함께 꼭 가봐야겠습니다. 5월에 시종없이 어린이 대공원 다녀와서 서럽다고 했는데.... 좋은 행복 안내에 감사드려요.-숲에는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없고, 냇물에는 멈춰선 물결이 없다.(또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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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5.06.03 08:28:15 *.201.224.98
동물원, 까마득히 잊고 지내온 공간입니다. 과천 대공원은 가끔씩 찾는 곳인데 발길은 항시 현대미술관으로 향했지요. 편견이란 참 고약한 것입니다. 동물원은 어린 아이들하고나 가는 것으로 여겨, 아주 오래전에 발길을 거두어버렸거든요. 천연덕스런 고릴라와의 조우, 초하의 싱그러운 자연과 어우러진 한 컷의 재미진 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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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2005.06.03 14:50:27 *.23.107.34
고릴라와의 혀날름이... ㅎㅎㅎㅎ
저두 거울 보면서혀를 날름...ㅎㅎㅎㅎ....
사람들은 누구나 동심이 있거던요.
“ 역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막대한 부를 소유하지도 아니며, 싸움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행하는 자, 소유하는 자, 투쟁하는 자, 그것은 인간 즉 현실 속에 살아 있는 인간들이다“ - 칼 마르크스
명언을 되세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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