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1925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어머니께서 꽃모종 수 십 개를 주셨습니다. 백일홍, 금잔화 이런 촌스럽고 정겨운 이름들의 꽃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예쁜 꽃모종을 주셨습니다. 백일홍과 금잔화는 전에 꽃씨 한 봉지씩을 얻어 내가 어머니께 드린 것인데, 밭에 뿌려 싹이 터 제법 자란 모종으로 되돌려 주셨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예쁜 꽃도 누가 꽃씨를 준 것인데 역시 모종으로 키워 나까지 차례가 왔습니다. 어머니에게 가면 생명이 있는 무엇이든 자라서 꼴을 갖추고 내게 다시 되돌아옵니다.
집에 와서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한 곳을 파 작은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흙을 파 엎는 동안 어디서 왔는 지 모를 나무들의 잔뿌리들이 수없이 드러났습니다. 옆에 커다란 나무는 없는데 이 뿌리들이 어디서 왔는 지 궁금해 졌습니다. 새로 만든 화단의 뒤쪽 위로 조경을 하느라 돌을 쌓아올리고 돌 틈 사이사이에 철쭉들을 심어 두었는데 아마 그 철쭉들의 뿌리인 것 같습니다. 돌 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은 틈새를 헤치고 땅이 나타날 때 까지 뿌리를 이렇게 깊이 내리고 수없는 잔뿌리를 퍼뜨린 모양입니다.
생명은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입니다. 뿌리를 내릴 땅이 멀고 척박하면 그곳이 나타날 때 까지 이렇게 먼 곳을 헤치고 무수한 혈로를 뚫고 스스로 살 기반을 마련합니다. 그 실뿌리 하나하나마다 최선의 흔적입니다.
‘나’라고 하는 나무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실뿌리들을 내려 두었는지 궁금해 졌습니다. 얼마나 많은 최선들이 내 삶의 기반을 이루는 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도 사람들에게 안전한 조직을 만들어 줄 수 없다. 사람들이 조직 속에서 안전한 자신을 만들어 내야한다.” - 보너 리치
안전한 자신 =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옆으로 수없이 많은 실뿌리들을 만들어 내는 것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94 | 유월의 반 [2] | 풀 | 2005.06.14 | 2015 |
793 | 말하기 연습 [2] | idgie | 2005.06.12 | 2039 |
792 | [공지]6월18일,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모임 안내 [5] | 6월18일 모임 좌장 | 2005.06.11 | 2379 |
791 | 유월의 돌골 [4] | 김달국 | 2005.06.09 | 2118 |
790 | 석달간의 연구원 활동에 대한 소고(小考) [4] | 신재동 | 2005.06.08 | 2001 |
» | 안전함에 대하여 | 구본형 | 2005.06.08 | 1925 |
788 | 만일 [1] | 숲기원 | 2005.06.06 | 2084 |
787 | 6월 2일 [1] | idgie | 2005.06.05 | 1941 |
786 | 시계 [2] | idgie | 2005.06.03 | 2055 |
785 | 칡넝쿨 | idgie | 2005.06.03 | 2488 |
784 | 시누크? (꿈을 현실로 만든사람, 그 꿈의 효과) [3] | 숲기원 | 2005.06.03 | 2099 |
783 | ♪ [6] | 풀 | 2005.06.03 | 2003 |
782 | 진정한 여행 | idgie | 2005.06.02 | 1988 |
781 | 어느 날 - 동물원에서 [3] | 구본형 | 2005.06.02 | 2061 |
780 | HR 전문가 칼럼을 소개합니다. [1] | 주백규 | 2005.06.01 | 2176 |
779 |
---->[re]Oh ! My Sweet Home ![]() | 숲기원 | 2005.06.01 | 1994 |
778 | -->[re]임업훈련원에서 삶의현장으로 가기위한 몸부림 [2] | 숲기원 | 2005.05.31 | 1895 |
777 | 산림경영자과정을 마치고 씨앗의 결실 [4] | 숲기원 | 2005.05.30 | 2238 |
776 | 난생 처음 도전한 하프마라톤 [4] | 박노진 | 2005.05.29 | 2483 |
775 | 눈 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4] | epiphany | 2005.05.25 | 23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