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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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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5일 15시 57분 등록
엄청 다운되는 날이네요.
여긴 습도가 여간 아닙니다.
며칠전 능소화가 간절히 보고싶어 써 본 글 올립니다.
후훗... 너무 자주 들락거리는 것 같아서 쪼매 그러네요.
다들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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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는 원래 중국의 강소성지방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확실치 않으나 아주 옛날부터 남부지방의 사찰 또는 행세 꽤나 하는 대갓집 앞마당에 심겨진 기품있고 고급스러운 꽃나무로 취급되어 왔다고 한다.
올 이른 봄 산림조합에서 연 ‘나무시장’에서 능소화 네 포기를 골라서 쉼터의 아치벽 밑 양옆에 두그루씩 심었다. 아파트생활 할 적 어느 허름한 아파트 1층에 녹슨 방범창을 타고 올라가며 한여름 회색공간을 화려하게 수놓던 그 꽃을 본 후로 마당 있는 집을 가지게 되면 제일 먼저 능소화 넝쿨부터 올리겠다고 마음 먹었던 터라 나무시장에서 만난 ‘능소화’는 담박에 내 마음을 달뜨게 했다. 3월 중순에 심고 늘 그 곁을 오가며 어린싹이 행여 돋았나 노심초사 했건만 4월이 가고 5월이 다 오도록 아무 기척이 없다. 혹 죽었나 싶어 나무몸피를 손톱으로 긁어보면 푸른색 돌아 미안한 마음에 쓰다듬으며 덮어두길 여러 번...... 5월 중순쯤 드디어 볼록한 눈이 터지면서 뾰족한 어린싹이 고개 내민다. 그때의 감동이란! 소리 지르며 남편을 부르며 오만 호들갑을 다 떤다. 그 날부터 더 열심히 그 곁을 서성이며 거름도 넣어주고 모래도 덮어주고 조그만 잡초라도 올라오면 여지없이 뽑아주고 한다. 한 번 싹이 올라오자 지네 발 같은 흡착뿌리로 왕성하게 나무를 거머쥐며 마구 뻗어간다. 뽀오얀 흡착뿌리를 보니 얼마나 튼실하게 나무를 움켜쥐고 있는지 그 생명력에 놀란다. 오랫동안 나를 안절부절하게 했던 그들은 이제 검푸른 빛깔로 허공에 길을 내며 생명의 환희와 위로를 준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쉼터의 능소화 앞이다.
‘어, 하루밤새 이만큼 올라갔단 말인가!’
‘이쪽 줄기는 없었는데 또 새발을 내디뎠군.’
‘흡착뿌리가 꼭 아가손 같군. 이 녀석들이야말로 능소화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지.’
반대편의 것은 햇빛량이 적은지라 덩굴 올라가는 속도가 좀 느린 편이다. 거름을 좀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톱니모양의 잎을 가만 어루만져주며 억지로 발걸음 옮긴다.
능소화를 구중궁궐의 꽃이라는데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ꡐ소화ꡑ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 담장 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은채 ꡐ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ꡑ라고 한 그녀의 유언 대로 초라한 장례가 끝났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라고 한다. 덩굴로 크는 아름다운 꽃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하다. 한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장미는 그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고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는지 모른다. 꽃들이 대부분 봄에 와르르 피어 속절없이 후르르 스러지는데 반해 능소화는 장마가 끝난 8월 지나서야 피어서 오랫동안 아름다운 꽃송이 벙글어 자태를 뽐낸다. 능소화는 꽃잎이 다섯 장으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나 통꽃이다. 그래서 꽃이 질 때 활짝 핀 채로 장렬하게 모가지째 툭 떨어진다. 이를 두고 선비 같다 하여 ‘양반꽃’이라고 부르며 여염집에서는 심지 못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복숭아빛 뺨을 가진 소화의 아름다움이 꽃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듯한 그 꽃을 올 여름에 볼 설레임으로 오늘도 예외 없이 능소화 넝쿨앞에 서성이며 고 초록 덩굴손을 잘 잡아다준다. 불행한 구중궁궐의 여인 ‘소화’를 생각하면서, 그녀의 님 향한 애절한 기다림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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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7.06 12:16:47 *.247.37.150
저도 능소화가 있습니다.
7월에 피는 능소화를 보면서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는 말을 그 때 처음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한여름의 꽃이라 하기엔 화려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입니다.
곧 피겠군요.
저도 한 컷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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