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서정애
  • 조회 수 1819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05년 7월 18일 13시 59분 등록
요즘 돌골의 아침은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
까치 쫓는 굉음(?), 발파하는 것 같은 엄청난 폭음 소리로 분주합니다.
처음엔 멧돼지 쫓는 소린가, 우리 집 뒤 가까운 곳에 들어서는 동호인 마을의
터 다지는 작업 소린가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윤씨네 배과수원에 달려드는
까치들 쫓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침 운동나가는 길에 만난 윤씨 아주머니의 미안해하시는 모습 보고
알았죠. 나중에 배가 충실할때 해도 되는데 시험한다며 저렇게 자꾸
한다며 엄청 미안해 하더군요. 후훗... 윤씨 아저씨, 아침부터 약주 하셨을리
만무한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소리더라구요. 마을이 통째로 들썩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간 아침운동에 만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것들,
달맞이꽃, 미나리 아재비, 큰 메꽃, 길가로 사정없이 고개 내미는 인동초 줄기,
그 외 노오란 잔잔한 꽃잎을 달고 수줍게 흔들리는 이름모름 들꽃들......
모두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아침바람에 살풋거리며 몸 맡겨 살랑거리는 고 것들은 좀전에 막 아침이슬에
말끔히 세수 했을 터이지요.
이른 봄 부터 차례대로 여러 가지 형형색색 꽃들이 왔다가 스러지고
또 다른 꽃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부단히 찾아오고......
이렇게 왔다가 가고 또 오고 그러면서 한 계절이 오고 가고 그 속에서
우리들도 각자의 모습에서 변화되어 가고 또는 늙어가겠지요.
자연이나 사람의 모습 매 한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못 지나니 오늘도 우렁찬 황소개구리 울음소리 날아옵니다.
목에 큰 울음주머니가 있어 황소 울음과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하여
황소개구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원산지가 미국, 북아메리카며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 농가소득을 목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했다는군요.
양식장을 벗어난 개체들이 오늘날 심각할 정도의 숫자를 퍼뜨리고
한꺼번에 육천개에서 사만개까지의 알을 낳으며 보통 개구리의
서너배로 어류, 조개류, 뱀까지도 먹어치워 생태계를 파괴한답니다.
넓적다리가 주로 식용으로 요리된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한 번도 황소개구리
요리를 먹은적 없습니다.

어째 개구리 요리라니, 좀 으스스한데 작년 여름 우리마을 윤씨 아주머니께서
황소개구리 매운탕을 한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맛이 기막히다구요.
농가소득을 목적으로 무분별 들어온 외래종이 토종을 위협하여 생태계 파괴
하는 것을 보니 요즘 애완용으로 마구잡이 들어오는 애완 이구아나,
애완왕뱀 등도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입니다.
이미 퍼뜨려진 황소개구리 퇴치에 또 다른 힘을 쏟는 거 보면 수입할때
좀 더 신중을 기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튼 그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는 듣기도 좀 그래요.
그래서 저 넘의 개구리 싹쓸이 잡아다 요리 해먹을 일 없나 싶어요.
여름날을 실감케하는 우리 정서에 맞는 개구리 소리라면 모를까....

못을 돌아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는 콘테이너 집 곁 우물가엔 주인이
갖다놓았는지 새 줄 묶인 두레박이 있습니다.
옛날 고향의 두레박이 아닌 좀 커다마한 두레박이지만 '두레박'이라는
그 말만 들어도 정겨워 괜히 가서 한 두레박 길어 올리고 싶습니다.
'출입금지'라고 붙여진 문 안쪽으론 여러 가지 남새들이 한 여름을
무성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특히 큰키의 노오란 해바라기와 수세미 꽃이 돋보입니다.
수세미 꽃은 허공에 샛노란 종을 내어 은은한 소리를 울리며 아침을
알리고 있습니다.

햇살 간지럼 먹인 자리마다 잔 주름잡던 무논은 어느새 짙푸른 벼포기들로
한치의 하늘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바람 손짓 따라 푸른 혓바닥 넌출넌출대는 것이 여간 보기 좋지 않습니다.
비록, 물살 찰바당 거리는 무논일적 처럼 창공을, 두둥실 흰구름을
불러 모으지는 못하지만 튼실한 푸른 벼포기들 일렁이는 것 보면
가을 황금벌판을, 풍년을 예견할 수 있어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경유 연소되는 연기와 함께 예초기 지나간 자리엔 말끔한 논둑이
푸른 바람 더 싱그럽게 해줍니다.
어릴적 고향에선 논두렁에 잡초 무성하면 동네 흉거리라 하여 유난히
논둑을 살뜰하게들 돌보시곤 하셨지요.
조금의 땅도 놀리지 않고 논둑엔 콩을 어김없이 심었고요.
낫으로 슥슥 베던 장정들의 힘줄 돋은 팔뚝이 스칩니다.

이제, 장마뒤의 불볕 더위에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여물어져갈 테지요.
벌써 황금물결 일렁이는 들판이 보입니다.
4층의 숨막히는 찜통 더위지만 그래도 내가 해야될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후 일 시작할까 합니다.
뜨거운 월요일 되시길!
IP *.46.1.130

프로필 이미지
숲기원
2005.07.19 06:37:46 *.190.172.133
서정애선생님 전원일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기회에 작가로 전업을 해보시는 것이 어떠실지요? 더위를 사랑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