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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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내기......
빗소리 듣고 싶어 우산 들고 나가서 한참을 둘러보며 ‘솨아’거리며 끝없이 밀려오는 소리에 취했습니다.
우산 위에 떨어지는 소리도 좋았지만, 대숲에, 키 큰 옥수수대에, 잎이 넓적한 우엉이파리 위에, 우산 같은 토란잎 위에......
자연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시 넋을 놓았습니다.
특히 토란 이파리 우에 떨어져 또르르 굴러내리는 빗방울의 군무가
너무 유쾌합니다.
그 것이 끝없이 재잘대며 소풍가는 초등학생들의 까치발걸음 같다면
대숲에서 던져내는 깊은 울림의 빗소리는 논에서 ‘피’를 뽑아들고 막 나오는
농부의 둔탁한 장화발걸음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무성하게 뻗어가는 진녹색 잎사귀의 힘찬 행진에도 불구하고
꽃 한송이 달지 못하는 능소화를 지그시 바라보며 ‘벙어리’를 생각합니다.
아직 아픔이 속으로 속으로 덜 곪아 꽃으로 못 나오는지......
꽃을 피운다는 것은 더 이상 속으로만 참아낼 수 없는 아픔을 밀어올리는 것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민의 눈으로 능소화 줄기에 붙은 흡착근을 손으로
은근히 누르며 여름이 다 가도록 계속 기다리며 네 곁에 서성일 거라고
가만 일러줍니다.
지극한 제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녀도 입을 열어 여름을 노래하겠지요.
화려한 진 주황빛 함박웃음을 주렁주렁 달고 저를 마중할 날 있겠지요.
소낙비 줄기가 제법 아팠는지 키 큰 해바라기, 앞으로 폭 고꾸라집니다.
얼굴 들어올려 손바닥 문질러 보니 씨가 아직 덜 여문 것 같아서
좀 더 둬야할 것 같습니다.
곁의 분꽃은 언제 까만 씨를 맺었는지 온통 까맣고 동글동글한 씨를 달고 있습니다. 한쪽엔 연신 꽃분홍 꽃잎을 밀어내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 까만씨를 손톱으로 벗겨내면 뽀얀 분가루가 나온다 하여
‘분꽃’이라 한답니다.
어제 아침 운동 마치고 오는 길에 다섯 포기 뽑아온 달맞이꽃은
아직 시들한 기는 가시지 않았지만 부푼 꽃망울이 아직 탱탱한 것 보면
살아날 것 같습니다.
넉 장의 노오란 꽃잎이 어찌나 앙징스럽던지, 그리고 향기가 얼마나 그윽하던지 곁에 두고 보고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뽑아 왔습니다.
그 정도의 생육상태라면 옮겨 심을땐 반드시 줄기를 거의 싹둑 잘라줘야
살 가능성이 많은데 꽃향기 욕심에, 달맞이꽃의 전설에 연연했던지라 그대로 옮겨 심었습니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랍니다.
인디언의 전설이 애달픈 2년생 초본류죠. 추장의 작은 아들을 사모했지만
버림 받아 깊은 골짜기로 추방된 미모의 아가씨 ‘로즈’는 달님을
추장의 아들이라 생각하며 밤이면 달을 사모하다가 죽어 달맞이꽃이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그래서 달맞이꽃에서 그토록 진한 장미향같은 향기가 배어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제 욕심이 헛되지 않게 달맞이꽃의 노오란 꽃망울을,
로즈를 꼭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목요일 종업식을 끝으로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잘들 계시지요?
방학이라고 해도 요즘의 교사들에겐 또 다른 연수의 장이 되어 사실
느긋하게 쉴 여가는 좀처럼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더운 여름날이라 지칠만도 하겠지만 꿈으로 충만된 분들이니
외려 더위를 즐기시리라 믿습니다.
비도 오고 해서(지금은 하늘이 말끔합니다만) 야식으로 돼지수육에 김장김치 곁들인 포천 막걸리로 주조한 막사(막걸리 + 사이다) 준비했습니다.
지친 더위를 나기위한 나름대로의 물리적인 방법이지요. 후훗...
곧 내려가서 야식상 차려야합니다. 방학이라 온 식구가 다 모일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님들께서도 즐거운 밤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 참, 돼지수육은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저의 요리 트레이드마크가 '왕족발' 이구요, 그 다음이 탕수육, 팔보채, 라조기 등등 주로 술안주 요리가 주 메뉴입니다. 술 좋아하는 남편 덕분이죠.
신혼시절부터 방학이면 요리책 보고 제 식으로 소화해서 독특한 저만의 요리를 개발했죠. 왕족발은 십 수년 이래 저의 가장 대표적 요리가 되었는데 여러 군데 전수도 엄청 했습니다.
바쁜 가운데도 아이들 간식 등은 집에서 직접 해먹이는 주의자 입니다.
후훗... 제 자랑이 되어서 죄송합니다.
IP *.81.134.197
빗소리 듣고 싶어 우산 들고 나가서 한참을 둘러보며 ‘솨아’거리며 끝없이 밀려오는 소리에 취했습니다.
우산 위에 떨어지는 소리도 좋았지만, 대숲에, 키 큰 옥수수대에, 잎이 넓적한 우엉이파리 위에, 우산 같은 토란잎 위에......
자연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시 넋을 놓았습니다.
특히 토란 이파리 우에 떨어져 또르르 굴러내리는 빗방울의 군무가
너무 유쾌합니다.
그 것이 끝없이 재잘대며 소풍가는 초등학생들의 까치발걸음 같다면
대숲에서 던져내는 깊은 울림의 빗소리는 논에서 ‘피’를 뽑아들고 막 나오는
농부의 둔탁한 장화발걸음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무성하게 뻗어가는 진녹색 잎사귀의 힘찬 행진에도 불구하고
꽃 한송이 달지 못하는 능소화를 지그시 바라보며 ‘벙어리’를 생각합니다.
아직 아픔이 속으로 속으로 덜 곪아 꽃으로 못 나오는지......
꽃을 피운다는 것은 더 이상 속으로만 참아낼 수 없는 아픔을 밀어올리는 것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민의 눈으로 능소화 줄기에 붙은 흡착근을 손으로
은근히 누르며 여름이 다 가도록 계속 기다리며 네 곁에 서성일 거라고
가만 일러줍니다.
지극한 제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녀도 입을 열어 여름을 노래하겠지요.
화려한 진 주황빛 함박웃음을 주렁주렁 달고 저를 마중할 날 있겠지요.
소낙비 줄기가 제법 아팠는지 키 큰 해바라기, 앞으로 폭 고꾸라집니다.
얼굴 들어올려 손바닥 문질러 보니 씨가 아직 덜 여문 것 같아서
좀 더 둬야할 것 같습니다.
곁의 분꽃은 언제 까만 씨를 맺었는지 온통 까맣고 동글동글한 씨를 달고 있습니다. 한쪽엔 연신 꽃분홍 꽃잎을 밀어내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 까만씨를 손톱으로 벗겨내면 뽀얀 분가루가 나온다 하여
‘분꽃’이라 한답니다.
어제 아침 운동 마치고 오는 길에 다섯 포기 뽑아온 달맞이꽃은
아직 시들한 기는 가시지 않았지만 부푼 꽃망울이 아직 탱탱한 것 보면
살아날 것 같습니다.
넉 장의 노오란 꽃잎이 어찌나 앙징스럽던지, 그리고 향기가 얼마나 그윽하던지 곁에 두고 보고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뽑아 왔습니다.
그 정도의 생육상태라면 옮겨 심을땐 반드시 줄기를 거의 싹둑 잘라줘야
살 가능성이 많은데 꽃향기 욕심에, 달맞이꽃의 전설에 연연했던지라 그대로 옮겨 심었습니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랍니다.
인디언의 전설이 애달픈 2년생 초본류죠. 추장의 작은 아들을 사모했지만
버림 받아 깊은 골짜기로 추방된 미모의 아가씨 ‘로즈’는 달님을
추장의 아들이라 생각하며 밤이면 달을 사모하다가 죽어 달맞이꽃이 되었다는 전설입니다. 그래서 달맞이꽃에서 그토록 진한 장미향같은 향기가 배어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제 욕심이 헛되지 않게 달맞이꽃의 노오란 꽃망울을,
로즈를 꼭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목요일 종업식을 끝으로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잘들 계시지요?
방학이라고 해도 요즘의 교사들에겐 또 다른 연수의 장이 되어 사실
느긋하게 쉴 여가는 좀처럼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더운 여름날이라 지칠만도 하겠지만 꿈으로 충만된 분들이니
외려 더위를 즐기시리라 믿습니다.
비도 오고 해서(지금은 하늘이 말끔합니다만) 야식으로 돼지수육에 김장김치 곁들인 포천 막걸리로 주조한 막사(막걸리 + 사이다) 준비했습니다.
지친 더위를 나기위한 나름대로의 물리적인 방법이지요. 후훗...
곧 내려가서 야식상 차려야합니다. 방학이라 온 식구가 다 모일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님들께서도 즐거운 밤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 참, 돼지수육은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저의 요리 트레이드마크가 '왕족발' 이구요, 그 다음이 탕수육, 팔보채, 라조기 등등 주로 술안주 요리가 주 메뉴입니다. 술 좋아하는 남편 덕분이죠.
신혼시절부터 방학이면 요리책 보고 제 식으로 소화해서 독특한 저만의 요리를 개발했죠. 왕족발은 십 수년 이래 저의 가장 대표적 요리가 되었는데 여러 군데 전수도 엄청 했습니다.
바쁜 가운데도 아이들 간식 등은 집에서 직접 해먹이는 주의자 입니다.
후훗... 제 자랑이 되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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