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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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두 고랑 얻어서 만든 텃밭...
갖은 야채가 다 있는데 그 중 당근이 작은 고랑 몇 됩니다.
아침 준비로 카레를 하다가 당근이 없어서 혹시나 하고 밭에 나가 봤더니,
와우! 당근 굵기가 시중의 것 못지 않습니다.
얼마전 솎아서 옆 고랑에 좀 옮겨 심었는데 그것도 다 살아나고,
집에서 다만 몇 걸음이라도 된다고 천대 했는데 그 잡초 속에서도
제 소임 충실히 해서 그새 실팍한 뿌리 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대견한지!
너무 쏘물게 나 있는 것 더 솎아주고 새끼 손가락만한 것 부터 굵은 것까지
쓸 만큼 뽑아와서 통통통 도마위에서 칼질 하는 아침이 싱그럽습니다.
'내가 심은 것도 이렇게 당근이 되네.'
신기한 마음으로 금방 뽑아낸 그것들 쓰다듬으며 새삼스러워 합니다.
물론 카레맛은 최상이었죠.
것두 농사라고...... 여러 가지 작물을 마치 소꿉장난하듯 전을 펴고 보니
농부들의 고충을 알 것 같습니다.
고추는 검푸른 잎사귀 사이에 튼실한 열매 쑥쑥 커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병이 나서 잎이 다 시들어 버립니다. 순식간에요.
이익을 내야하는 농가에서라면 얼마나 난감하겠습니까?
뽑고 돌아서면 보란듯이 고개 쳐들고 악따받게 올라오는 잡초는 어떻고요......
수박이란 놈은 천연스럽게 옆의 작물 다 잠식하며 폭군처럼 뻗어가더니
갑자기 줄기가 누렇게 말라 버리질 않나...
참외는 이제 겨우 손톱만한 열매를 꽃진 자리에 달고 있습니다만
제 구실을 할지 의문입니다.
초보라 그렇겠지요. 어느 시기에 제대로 순도 쳐주고 해야하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해본 첫 농사라 그렇지
내년엔 실하게 소출 내지 싶습니다.
여인의 속살에 자주 비유되곤 하는 박꽃,
소담스러운 하얀 박꽃은 볼수록 어여쁩니다.
줄기 무성한만큼 꽃자리 마다 박을 당글당글 달고 있는 것이
더 대견스럽습니다.
한 보름전쯤엔 커다마한 박을 두 개나 따서 이웃과 나누어 먹었지요.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 약간 둘러 만든 박나물은
부들부들한 속살이 달큰하니 입맛 돌게 합니다.
할머니께선 추석이면 박으로 탕국을 해주셨습니다.
시집온 후론 무로 탕국을 해서 그 맛을 잊어버렸는데 지금 한창 여물고 있는 박 따면 할머니 손맛을 생각하며 박으로 탕국을 할 생각입니다.
제일 충실한 농사가 토마토입니다. 찰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두 가지인데 요즘 같으면 하루 자고 나가면 한 소쿠리씩 땁니다.
너무 많이 열려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가지가 찢겨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충 붙들어 버팀목에 세워 두었는데 아무일 없다는 듯 잉태한 열매를
충실하게 여물게 합니다. 자연의 대단한 치유력에 탄복했습니다.
그 가지에서 익은 토마토을 얼마나 따냈는지!
오이는 애초에 버팀목을 어설프게 세워 소출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길다란 오이를 제법 따먹습니다.
며칠 잊어버리고 있다가 혹시나 하고 넝쿨 걷어보면 정말 야구방망이만한 것이 땅게 닿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노랗게 세어가는 것도있고......
보라색 꽃진 자리마다 보랏빛 길쭉한 가지를 달고 있는 가지도
수확이 대단합니다.
자연은 하나의 개체에서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또 다른 개체를 불리고 있는지,
자연의 절대적인 은혜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우리들에게 베푸는 자연을 대할때마다
늘 경이로움으로 옷깃 여미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 인간들은 절대자 자연에게 좀 더 겸허한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합니다.
오늘도 무덥겠습니다.
엊저녁엔 잠결에 간간히 빗소리 스치는 것 들은 것 같은데 아침에 보니
말짱합니다. 아침운동에서 보니 그저 이슬이 내린 정도더군요.
쉼터에 던져 두고 읽는 복효근의 시집이 요즘 많은 위로를 주는데
운동 나가기 전 읽은 '청빈' 이라는 시가 아직도 여운을 줍니다.
거미를 소재로 한 시인데 있다 함 올릴게요.
오늘은 친정 식구들 오십니다.
울 엄마 특기인 추어탕 먹을 생각하니 벌써 군침 도는데요. 후훗......
마침 동네 분들이 통발을 놓아서 잡은 자연산 미꾸라지가 약 3kg 된다는데
맛이 더 하겠지요.
해거름이면 장화 신고 통발 걷으러 가시던 그 분들의 실루엣이 시골의
아름다운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더군다나 저희들을 위해서라니요!
맛나게 끓이면 이웃과 나누어 먹어야지요.
작년 집들이때 울 엄마의 추어탕맛에 기막혀하시던 그 분들이니 당연히
나누어 먹어야지요. 울도 담도 없는 이 곳에서 별난 음식 하면 차반에
얌전히 차려 들고 오가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비로소 '이웃'을 느끼게 하지요.
IP *.122.65.106
갖은 야채가 다 있는데 그 중 당근이 작은 고랑 몇 됩니다.
아침 준비로 카레를 하다가 당근이 없어서 혹시나 하고 밭에 나가 봤더니,
와우! 당근 굵기가 시중의 것 못지 않습니다.
얼마전 솎아서 옆 고랑에 좀 옮겨 심었는데 그것도 다 살아나고,
집에서 다만 몇 걸음이라도 된다고 천대 했는데 그 잡초 속에서도
제 소임 충실히 해서 그새 실팍한 뿌리 달고 있는 것이 얼마나 대견한지!
너무 쏘물게 나 있는 것 더 솎아주고 새끼 손가락만한 것 부터 굵은 것까지
쓸 만큼 뽑아와서 통통통 도마위에서 칼질 하는 아침이 싱그럽습니다.
'내가 심은 것도 이렇게 당근이 되네.'
신기한 마음으로 금방 뽑아낸 그것들 쓰다듬으며 새삼스러워 합니다.
물론 카레맛은 최상이었죠.
것두 농사라고...... 여러 가지 작물을 마치 소꿉장난하듯 전을 펴고 보니
농부들의 고충을 알 것 같습니다.
고추는 검푸른 잎사귀 사이에 튼실한 열매 쑥쑥 커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병이 나서 잎이 다 시들어 버립니다. 순식간에요.
이익을 내야하는 농가에서라면 얼마나 난감하겠습니까?
뽑고 돌아서면 보란듯이 고개 쳐들고 악따받게 올라오는 잡초는 어떻고요......
수박이란 놈은 천연스럽게 옆의 작물 다 잠식하며 폭군처럼 뻗어가더니
갑자기 줄기가 누렇게 말라 버리질 않나...
참외는 이제 겨우 손톱만한 열매를 꽃진 자리에 달고 있습니다만
제 구실을 할지 의문입니다.
초보라 그렇겠지요. 어느 시기에 제대로 순도 쳐주고 해야하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해본 첫 농사라 그렇지
내년엔 실하게 소출 내지 싶습니다.
여인의 속살에 자주 비유되곤 하는 박꽃,
소담스러운 하얀 박꽃은 볼수록 어여쁩니다.
줄기 무성한만큼 꽃자리 마다 박을 당글당글 달고 있는 것이
더 대견스럽습니다.
한 보름전쯤엔 커다마한 박을 두 개나 따서 이웃과 나누어 먹었지요.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 약간 둘러 만든 박나물은
부들부들한 속살이 달큰하니 입맛 돌게 합니다.
할머니께선 추석이면 박으로 탕국을 해주셨습니다.
시집온 후론 무로 탕국을 해서 그 맛을 잊어버렸는데 지금 한창 여물고 있는 박 따면 할머니 손맛을 생각하며 박으로 탕국을 할 생각입니다.
제일 충실한 농사가 토마토입니다. 찰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두 가지인데 요즘 같으면 하루 자고 나가면 한 소쿠리씩 땁니다.
너무 많이 열려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가지가 찢겨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충 붙들어 버팀목에 세워 두었는데 아무일 없다는 듯 잉태한 열매를
충실하게 여물게 합니다. 자연의 대단한 치유력에 탄복했습니다.
그 가지에서 익은 토마토을 얼마나 따냈는지!
오이는 애초에 버팀목을 어설프게 세워 소출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길다란 오이를 제법 따먹습니다.
며칠 잊어버리고 있다가 혹시나 하고 넝쿨 걷어보면 정말 야구방망이만한 것이 땅게 닿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노랗게 세어가는 것도있고......
보라색 꽃진 자리마다 보랏빛 길쭉한 가지를 달고 있는 가지도
수확이 대단합니다.
자연은 하나의 개체에서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또 다른 개체를 불리고 있는지,
자연의 절대적인 은혜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우리들에게 베푸는 자연을 대할때마다
늘 경이로움으로 옷깃 여미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 인간들은 절대자 자연에게 좀 더 겸허한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합니다.
오늘도 무덥겠습니다.
엊저녁엔 잠결에 간간히 빗소리 스치는 것 들은 것 같은데 아침에 보니
말짱합니다. 아침운동에서 보니 그저 이슬이 내린 정도더군요.
쉼터에 던져 두고 읽는 복효근의 시집이 요즘 많은 위로를 주는데
운동 나가기 전 읽은 '청빈' 이라는 시가 아직도 여운을 줍니다.
거미를 소재로 한 시인데 있다 함 올릴게요.
오늘은 친정 식구들 오십니다.
울 엄마 특기인 추어탕 먹을 생각하니 벌써 군침 도는데요. 후훗......
마침 동네 분들이 통발을 놓아서 잡은 자연산 미꾸라지가 약 3kg 된다는데
맛이 더 하겠지요.
해거름이면 장화 신고 통발 걷으러 가시던 그 분들의 실루엣이 시골의
아름다운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더군다나 저희들을 위해서라니요!
맛나게 끓이면 이웃과 나누어 먹어야지요.
작년 집들이때 울 엄마의 추어탕맛에 기막혀하시던 그 분들이니 당연히
나누어 먹어야지요. 울도 담도 없는 이 곳에서 별난 음식 하면 차반에
얌전히 차려 들고 오가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비로소 '이웃'을 느끼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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