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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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빈
떨어지던 꽃잎이 하나
거미줄에 걸리어 있다
꽃잎은 꽃의 기억으로 파닥거린다
거미는 쪼르르 달려왔으나
꽃은 차마 먹지 않는다
꽃잎을 창에 걸어놓은 거미의 집에
큰곰 작은곰 별이 숭숭 드나들고
오늘밤 꽃잎을 이불로 덮고
꾸는 거미의 꿈은 배가 고파서 향기로울 것이다
**************************************************************
거미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놀랍습니다.
꽃잎을 창에 걸어놓은 거미의 집이 상상 되나요?
그 사이로 큰곰 작은곰 별이 숭숭 드나들고...
꽃잎을 이불로 덮고 자는 향기로운 거미의 이미지가 새롭게 와닿습니다.
재작년에 수목원에 아이들 인솔해 갔을적 기하학적인 무늬의 집,
은실에 대롱거리는 이슬방울 햇살에 영롱한데
한쪽에 턱하니 앉아 느긋하게 먹이를 기다리던 거미를 본 적 있습니다.
그냥 거미집의 화려한 기하학적 문양에 탄복하며,
어떻게 그 가느다란 실로 저런 튼튼한 집을 짤 수 있을까...
직녀라도 저렇게는 못 짤 것이라는 짧은 생각만 했는데
시인은 승화된 거미를 그립니다.
그래서 문학은 향기고 그 향기는 세파에 지친 우리들을 위로하는 것
같습니다.
해충이나 잡초의 제거에는 화학적, 물리적, 생물학적 방법이 있다.
화학적인 방법은 살충제인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고 물리적인 방법에는 대개
비닐을 이용한다. 이 비닐은 사용한 뒤 땅에 묻으면 썩지도 않고, 또 태우면
대기가 오염될 뿐 아니라 환경 호르몬인 다이옥신이 다량 방출된다.
그러므로 친환경적인 생물학적 방제의 보물이 바로 거미인 것이다.
<김주필님 -주필거미박물관장- 의 글 인용>
이 거미를 이용해 병해충을 방제할 경우 농약비 70%가 절감된다니
놀랍습니다. 게다가 생태계 보호, 환경오염 방지, 생산비 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니......
거미 하면 외양에서 징그럽다는 생각부터 가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이로운
곤충일줄이야!
더군다나 참단소재 분야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녀
미국방성에서는 현재 거미줄을 이용하여 고강도 방탄 소재를 개발하고
있답니다. 앞으론 거미를 보는 시각이 완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오늘 무척 더웠죠?
동네서 추렴해주신 미꾸라지로 추어탕 끓이셔서 온 식구들 그득하게 먹었죠.
역시 '엄마표 추어탕' "왔다" 입니다.
어제부터 솥 질내시느라 더 여념 없으신 엄마 덕분에 드디어 까만 윤으로
반질거리는 솥이 태어났습니다.
참 감개무량! 싯뻘겋게 녹 슨 것 보고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역시 울 엄마......
솥의 불순물 우려나온다고 이웃이 그러길래 청솔가지 분질러 솥에 안치고
불 지펴 푹 고았습니다. 정말 시커먼 물이 얼마나 나오는지!
그 다음 돼지비계로, 들기름으로 계속 문질러 내시더군요.
팔도 성하시질 않은데...... 철딱서니 없는 딸 내외가 되어버렸습니다.
내 탓 하기 전에 진작 좀 해주지 않은 남편 탓 하기 바빴습니다.
그런면에서 남편이 좀 뺀질거리는 편이거든요. 후훗......
이제 날 잡에 태어난 솥 기념으로 옥수수를 찌든지, 삼계탕을 끓이든지 해야죠.
요즘은 왠만해서 바깥 출입을 않는 터라 특별히 누굴 초대 해야할지
갈등이 좀 됩니다. 다들 소중한 분들이라......
어쨌든 조만간 날 함 잡아야겠습니다.
그 핑계로 그리운 얼굴들 보면 되겠군요.
평화로운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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