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진
- 조회 수 1852
- 댓글 수 7
- 추천 수 0
백수의 생활이 무척 한가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늘어지게 자는 게으름과
혼자서 마눌이 챙겨 놓은 아주 늦은 아점을 먹는 키득거림,
책을 들고 뒹굴거리며 보는 여유로움,
머리도 감지 않은 푸석 푸석한 형태로 냉장고를 뒤지는 즐거움
등을 상상했더랬습니다.
평소 꿈꾸던 상상이었죠.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
첫날은 오히려 더 바빠 그런 호사를 누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녁시간은 맞춰 집에 들어와 정말 오랫만에 네 가족이 모여 오붓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고기 미역국과 오이무침, 감자나물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자나물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제가 어릴 때 어머님께서 감자나물을 잘 하셨거든요.
감자나물을 먹다가 배가 부르면 화장실 갔다가 다시와 밥을 다시 먹을 정도로 감자나물을 좋아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먹성은 아주 좋구요.
설거지는 당근 제가 합니다.
밤에는 온 식구가 TV를 끄고 책을 가지고 거실에서 아주 모범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책보는 것을 좋아하는 가족들이랍니다.
그렇게 백수 첫 날이 지나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눈이 뜨여 생각했던 늦잠을 자지는 못했습니다.
언젠가 해보고 싶은 아주 행복한 상상이어서 조만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볼 작성입니다.
여유있는 아침 운동(참, 제가 마라톤 준비한다는 거 아시죠)을 마치고 모두들 제자리로 간 뒤 비어있는 집에서 한적한 아점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느즈막에 바깥일을 보러 나갔다 초저녁에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저녁에는 세상에 제일 예쁜 초등학교 3학년 딸애와 집 부근에 있는 중학교 운동장을 산책하였습니다.
손을 잡고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하기 싫은 공부 이야기, 엄마 흉보기 등등 많은 잡담을 나누며 부녀지간의 오붓함을 듬뿍 느꼈습니다.
사흘째, 아침 일찍 장거리 훈련을 나섰습니다.
천안 시내를 한바퀴 도는 마라톤 훈련입니다. 약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지난 번에는 시간 분배와 더위때문에 어려웠었는데 오늘은 해도 없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줘서 기분좋은 LSD(천천히 오래 달리는 훈련)였습니다.
덕분에 아침은 건너 뛰고 점심을 학교를 일찍 마친 아이들과 같이 먹었습니다.
토요일 점심을 고기 구워 먹어보기는 아마 몇 년만의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참 무심한 아빠였구나 하는 반성이 슬쩍 들더라구요.
오후에는 마누라와 낮잠을 즐겼습니다. 아! 이런 꿀맛(?)
사흘 연속 저녁 준비를 같이 하면서(저는 주로 설거지를 주로 합니다. 심부름도 하면서요) 이런 것이 행복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낮에 오수를 즐긴터라 밤 늦게까지 잠을 못자고 마누라랑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 저녁은 같이 준비하고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공부도 좋지만 여러가지 준비도 하면서 하라는 얘기,
애들 중학교는 어디가 좋다더라 고등학교는 어디로 보내자는 등
또, 신랑이 공부한다고 집에 들어 앉으면 마누라 속 뒤집어 놓는데는데 함 두고 보겠다는 말까지 ...
그러다 문득 이런 말을 하고 뒤돌아 눕습니다.
"지금까지는 놔 먹였지만 이제는 시키는대로 해. 안그러면 알지. 죽어!"
앞으로는 사육하겠다는 선전포고인가요?
IP *.118.67.80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늘어지게 자는 게으름과
혼자서 마눌이 챙겨 놓은 아주 늦은 아점을 먹는 키득거림,
책을 들고 뒹굴거리며 보는 여유로움,
머리도 감지 않은 푸석 푸석한 형태로 냉장고를 뒤지는 즐거움
등을 상상했더랬습니다.
평소 꿈꾸던 상상이었죠.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
첫날은 오히려 더 바빠 그런 호사를 누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녁시간은 맞춰 집에 들어와 정말 오랫만에 네 가족이 모여 오붓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고기 미역국과 오이무침, 감자나물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자나물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제가 어릴 때 어머님께서 감자나물을 잘 하셨거든요.
감자나물을 먹다가 배가 부르면 화장실 갔다가 다시와 밥을 다시 먹을 정도로 감자나물을 좋아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먹성은 아주 좋구요.
설거지는 당근 제가 합니다.
밤에는 온 식구가 TV를 끄고 책을 가지고 거실에서 아주 모범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책보는 것을 좋아하는 가족들이랍니다.
그렇게 백수 첫 날이 지나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눈이 뜨여 생각했던 늦잠을 자지는 못했습니다.
언젠가 해보고 싶은 아주 행복한 상상이어서 조만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볼 작성입니다.
여유있는 아침 운동(참, 제가 마라톤 준비한다는 거 아시죠)을 마치고 모두들 제자리로 간 뒤 비어있는 집에서 한적한 아점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느즈막에 바깥일을 보러 나갔다 초저녁에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저녁에는 세상에 제일 예쁜 초등학교 3학년 딸애와 집 부근에 있는 중학교 운동장을 산책하였습니다.
손을 잡고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하기 싫은 공부 이야기, 엄마 흉보기 등등 많은 잡담을 나누며 부녀지간의 오붓함을 듬뿍 느꼈습니다.
사흘째, 아침 일찍 장거리 훈련을 나섰습니다.
천안 시내를 한바퀴 도는 마라톤 훈련입니다. 약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지난 번에는 시간 분배와 더위때문에 어려웠었는데 오늘은 해도 없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줘서 기분좋은 LSD(천천히 오래 달리는 훈련)였습니다.
덕분에 아침은 건너 뛰고 점심을 학교를 일찍 마친 아이들과 같이 먹었습니다.
토요일 점심을 고기 구워 먹어보기는 아마 몇 년만의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참 무심한 아빠였구나 하는 반성이 슬쩍 들더라구요.
오후에는 마누라와 낮잠을 즐겼습니다. 아! 이런 꿀맛(?)
사흘 연속 저녁 준비를 같이 하면서(저는 주로 설거지를 주로 합니다. 심부름도 하면서요) 이런 것이 행복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낮에 오수를 즐긴터라 밤 늦게까지 잠을 못자고 마누라랑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 저녁은 같이 준비하고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공부도 좋지만 여러가지 준비도 하면서 하라는 얘기,
애들 중학교는 어디가 좋다더라 고등학교는 어디로 보내자는 등
또, 신랑이 공부한다고 집에 들어 앉으면 마누라 속 뒤집어 놓는데는데 함 두고 보겠다는 말까지 ...
그러다 문득 이런 말을 하고 뒤돌아 눕습니다.
"지금까지는 놔 먹였지만 이제는 시키는대로 해. 안그러면 알지. 죽어!"
앞으로는 사육하겠다는 선전포고인가요?
댓글
7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74 | 새벽 신발끈을 졸라매고 [1] | 김달국 | 2005.09.22 | 2085 |
873 | 폐허이후 [1] | <몽실이>이은미 | 2005.09.20 | 1851 |
872 |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1] | 서정애 | 2005.09.16 | 1848 |
871 |
몽실이 가족들2... ![]() | 막내 몽실이 | 2005.09.12 | 1702 |
870 |
몽실이 가족들... ![]() | 막내몽실이 | 2005.09.12 | 1570 |
869 |
평범한 안과장님 꿈채워주기 ![]() | 숲기원 | 2005.09.11 | 1846 |
868 | 땅콩을 삶으며... [1] | 서정애 | 2005.09.07 | 1879 |
867 | 휴무로 인해 느낀 일상들 [1] | 통찰맨 | 2005.09.07 | 1812 |
866 | 재여(宰予)와 공자 이야기 [1] | 통찰맨 | 2005.09.06 | 3138 |
» | 방목 끝 사육 시작 [7] | 박노진 | 2005.09.04 | 1852 |
864 |
천진난만한 백수로 살기 ![]() | ReVitalizer | 2005.09.02 | 2508 |
863 | 행복하세요. [2] | 홍승완 | 2005.09.02 | 2010 |
862 | 쪽달 [3] | 서정애 | 2005.08.26 | 2027 |
861 | 처음으로 저자의 친필 서명이 있는 책을 받았습니다. [1] | 유현수 | 2005.08.25 | 2023 |
860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3] | 통찰맨 | 2005.08.25 | 2434 |
859 | 제가 가르쳐 줄 분 계세요? | 우태환 | 2005.08.24 | 1702 |
858 | 치악산 산행에서의 생각들 [3] | 통찰맨 | 2005.08.22 | 2078 |
857 | 한여름의 하프마라톤 [6] | 박노진 | 2005.08.22 | 1944 |
856 | 우리집 더덕꽃 [1] | 서정애 | 2005.08.18 | 2073 |
855 | 늦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 서정애 | 2005.08.18 | 18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