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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8일 03시 24분 등록
어쩌면 너의 영혼은 이렇게 고요한가

초등학교 담장을 바라보는 동네할머니 집의 찔레,
성곽을 따라 거친 수피사이로 아카시아꽃,
겸손한 자태로 별처럼 땅을 내려다보는 떼죽나무꽃송이,
지은지 삼십년도 더 된 연립앞 정원에 심긴 연보라빛 아이리스,
봄의 향기는 쉴 줄 모르고
박새도 눈감은 이 새벽
아낌없이 제 향기를 토하며 말을 거는데..

너의 고요가 내게 들어와 잠을 깨우는구나
너의 고요가 나를 감쌀 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봄가지의 새 순처럼 쏘옥하고 자라나는 걸 느껴
너는 고요로 나의 배경이 되어주어
더 크게 나를 듣게 하고
보게 하고
드러내게 도와주는구나
너는 나를 위해 즐거이 여백을 준비하고
나도 어느새 네가 준 힘으로 누군가의 여백으로
배경으로 살아갈 용기를 배우는구나

내게 들어온 온갖 험한 어제의 말
잠의 저편으로 떨쳐내고
네가 전해준 힘으로 이불을 들추고
새벽 자리에 일어나 앉는다











IP *.142.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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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05.18 06:08:38 *.128.229.56
선이가 이제 시를 쓰는구나. 5월 꽃처럼 터지기 시작하는구나. 그대 속의 시인이 웃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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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007.05.18 07:47:39 *.238.57.8
'겸손한 자태로 별처럼 땅을 내려다보는 떼죽나무꽃송이'...
이 꽃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요, 꽃떨기들이 모두 아래로 고개를 향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주 새롭고 앙증맞아 기억하고 있어요.

시인의 눈은 이렇듯 아름답게 대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형상화하고 있군요.
선이님! 반갑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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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5.21 11:37:59 *.218.203.226
누군가의 여백으로, 배경으로 살아갈 용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누나, 좋은 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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