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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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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7일 21시 12분 등록
지금부터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영화를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비디오로 나왔네, 방금. 이 글을 읽으면 영화에 대해 기대하게 되고 기대하고 보면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습니다. 대개의 영화가 그렇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어디까지 이야기를 할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도 굳이 읽으시겠다면 읽으세요. ^^



'웰컴 투 동막골(Welcome To Dongmakgol, 2005)'에는 나비가 자주 등장한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일까? 모르겠다. 하여튼 이 영화는 나비처럼 가볍게 봐도 좋고, 조금 진지하게 봐도 괜찮다.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전투에서 패한 인민군 3명이 우여곡절 끝에 동막골로 온다. 비슷한 시기에 탈영한 한국군 2명도 도착한다. 그 몇 일 전에는 비행기 불시착으로 미국군 1명이 마을에 왔다. 6명이다.

'뭐 이런 동네가 있지...', 6명은 동막골과 주민들을 보고 놀란다. 귀엽게 생긴 소녀가 하나는 늘 뛰어 다닌다. 그녀는 머리에 꽃을 꼿고 있다(머리에 꽃 꼿은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 것이라 생각되어 구체적인 설명은 안 하겠다. 설명하려면 본의 아니게 욕해야 한다). 주민들은 전쟁이 터진지도 모르고, 총이 무엇에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수류탄도 모른다. 낯선 사람을 보면 웃으며 인사하고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 이것이 주민들이 사는 방식이다. 순수하다. 동막골의 지명 유래는 이렇다. '아이처럼 막살라'는 의미에서 동막골이라나 뭐라나. 지명처럼 이 동네는 이상하다. 자, 영화의 30분이 지나가고 있다. 후훗 ^^ 참고로, 아직 90분 정도 남았다. ^^;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마을에 도착한 인민군과 국군은 지척에서 만난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둘 진영은 서로를 공격하지 못한다. 군국은 쪽수가 딸리고, 인민군은 총알이 없다(상대방은 물론 이 사실을 모른다). 공격을 안해도 시간은 가고 졸음은 쏟아진다. 결국, 무승부!

아, 여기서 중요한 사건 하나가 빠졌다. 인민군의 실수로 수류탄이 떨어지고, 국군의 실수로 그 수류탄이 마을의 곳간을 통째로 날린 것이다. 주민들의 1년치 식량이 고스란히 날라갔다. 군인들의 위기에서 마을의 위기로 극전인 전환! 하여튼 무승부가 되어 양진영은 휴전을 하고 잠에 빠진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싸우지만, 촌장의 중재로 그만둔다. 촌장은 식사를 권한다. 감자를 맛있게 먹는 그들. 화했냐고? 아니, 인민군과 국군은 겸상 안한다.

주민들의 1년치 식량을 제대로 날린 군인들은 주민들을 돕기로 한다. 젊은 장정 5명의 일손은 막강하다. 곳간은 하루가 다르게 원래 모습을 찾아간다. 부상에서 회복한 미군도 합류한다. 그는 힘이 좋아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멧돼지가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등장이다. 주민들은 몰라 어쩔줄 모르고 멧돼지는 위풍당당하게 달려온다. 어쩔 것인가?

여기서 첫번째 연합군(?)의 작전이 시작된다. 일명 '멧돼지 사냥' 작전. 국군, 주민, 인민군, 미군까지 힘을 합쳐 멧돼지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다. 이 부분은 영화의 백미에 해당하므로, 자세히 묘사하지 않겠다. 직접 보라. 멧돼지 사냥에 성공한 연합군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그날 저녁, 고기가 너무 그리운 6명은 하나 둘 씩,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멧돼 지 무덤에 모여든다. 주민들은 '웰빙족'인지 과일과 야채만 좋아한다. 인민군들이 가장 먼저 와서 능숙한 솜씨로 멧돼지를 요리하고 막 식사를 시작할 즈음, 군인들이 도착한다. 가장 늦게 미군도 합류한다. 어색한 분위기, 그러나 고기가 얼마나 그리웠던지 눈앞의 고기 앞에 아주 즐겁게 무너진다(나는 이해할 수 있다. 단식 한 2틀만 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그들은 친해진다. 앗~! 비디오 '상'이 끝났다. '하'로 바꿔 끼어야 한다.

마음이 열린 사람들이 이제 무엇을 할까? 국군은 물론이고 인민군이라고 우리와 다르지 않다. 미국인이라고 다를겠는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신나게 논다. 썰매 타고 미식 축구하고 격파 시범 보이면서 웃고 즐긴다. 노래 부르고 따라 부르고 박수치고 술마신다. 즐거운 한때다. 축제다.

인민군의 장교가 촌장에게 묻는다. 진지하다.

"뭐, 그러니까네..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그 위대한 영도력의 빌견이 뭐요?"

촌장이 답한다. 역시 진지하다.

"뭐를 많이 먹여야지, 뭐."

"엥..."

역시, 먹고 사는 문제는 어디서나 진지한 일인가 보다. 참고로, 이 순간 관객들은 몰랐겠지만 영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이제 진짜 영화 보기 싫지? 후훗...).

미군 닐 스미스를 구하기 위해, 미군들이 마을로 들이 닥친다. 위기다(이번에는 진짜다). 촌장을 구하기 위한 연합군과 미군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승리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수한 꽃순이가 목숨을 잃는다.

연합군은 포로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산 아래 미군들은 동막골에 적(즉, 괴뢰군!)의 대공포 진지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미군들의 폭격기가 대대적인 폭격을 시작할 것이다. 어쩔 것인가? 시간도 없다. 영화가 이제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후훗~!

연합군은 미군의 폭격으로부터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연합작전'을 구상한다. 일명 '멧돼지 사냥 II'다. 이 작전의 골자는 이렇다. 미군은 동막골이 적의 진지라고 생각하고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과 많이 떨어지 곳에서 연합군이 미군의 폭격기에 위협사격을 하여 미군의 폭격을 유도한다. 아주 심플한 작전 아닌가. 지휘는 국군 장교(정확하게는 소위이고, 배우는 신하균이다. 친절한 승완 씨~)가 맡는다. 미군인 닐 스미스는 연합군과 함께 하고 싶지만, 2차 폭격을 막기 위해 본부로 바쁘게 떠난다. 6명 중에서 유일하게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 바로 닐 스미스였다. 2명은 탈영병이고, 3명은 패잔병이다. 갈 곳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 이들은 목숨을 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유능한 지휘와 환상적인 팀워크 덕분에 연합군의 작전은 성공한다.

동막골은 안전하다. 연합군이 마을 전체를 구했다. 닐 스미스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2차 폭격을 막기에는 동막골과 본부가 너무 멀었다. 연합군의 머리 위로 2차 폭격이 시작된다. 스미스가 절망하는 순간 연합군은 그것을 온 몸으로 받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마을을 구했음을 알았다.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한 미소처럼 그들도 미소 짓는다. '우리가 마을을 구했다', 이 순간 그들은 순수했다. 아마도 이 영화의 화두는 '순수'일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화가 날지도 모른다. '뭐냐... 결론까지 다 이야기해놓고... 에이 안봐!', 후훗~.

그래도 보라.

순수한 사람들이 보고 싶으면 이 영화를 보라. 순수한 관계를 보고 싶다면 역시 이 영화를 보라. 마음이 울적할 때 봐도 좋다. 자신이 사악하다고 느끼는 사람, 이 영화를 보라. 나는 이 네 가지에 모두 해당되어 봤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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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2.17 22:07:32 *.118.67.206
친절한 금자씨도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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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5.12.18 15:21:34 *.147.17.204
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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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일
2005.12.20 21:34:07 *.238.210.30
이야기 내용을 '완벽한 순수'로 풀어 놓는 실력이 고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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