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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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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7일 22시 13분 등록
오늘은 화가 나서 부르르 떨고 있습니다. '분노'도 분명히 우리 일부분을 이루고 있으니 나누어 볼까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이는 학부형 세미나에서 제 강의를 들었다고 했습니다만 저로서는 모르겠더군요.
인상이 얌전하고 고운 아줌마였습니다. 아이가 우리 교사와 공부를 한지 1년 반이 지났는데 계속 눈속임으로 공부를 해오니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80점 90점 받는 시험을 이 아이만 40점 50점에서 헤맵니다. 수업 시간에 이 아이 차례가 오면 자꾸 틀리니까 다른 아이들이 답을 말해 주면서 답답해 합니다.

아이가 ‘영어’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을 필요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전화로 상담하고 말아버릴 껄 엄마가 속상하려니싶어 일부러 만났지요. 같이 수업을 하는 다른 엄마들에게 필요한 질의 응답을 해 준 다음에 그이에게 아이가 수업을 좀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얘기 좀 나누자고 했습니다.

“다른 엄마들 앞에서 얘기도 못할 정도가 뭐 있냐? 엄마들 다 있는 데서 얘기해라. 왜 멀쩡한 우리 아이를 병신 만드냐?”
자존심이 상한 엄마는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곱던 인상이 꽉 막힌 고집쟁이로 돌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른 척 내버려 두어도 될 일이었습니다. 그 쪽에서 공부를 그만 두겠다고 하지도 않았고, 엄마는 자기 아이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공부하고 숙제도 해간다고 합니다. 아이는 엄마만 안 보면 된다고, 선생님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원장이 굳이 나서서 할 일도 아니었는데 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이라 안타까왔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봅시다.” 라고 과잉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각각 자기 아이의 필요에만 민감한 엄마들은 이 기회를 타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고 가려고 비상식적인 얘기들을 합니다. 상대편을 챙겼는데 상대편은 네 보따리까지 내놓아라는 식으로 더 많이 요구하고 한 마디로 적반하장에 화까지 내면서 공격해 왔습니다." - 내가 이해한 상황을 글로 쓰면 이렇게 되는군요. -

엉겁결에 상대편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더 자신을 낮추고 사과까지 한 내 자신의 모습이라니요.
놀란 가슴으로 집으로 돌아 오는 내내 멍합니다. 하루 밤 다음 날 오전 내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내가 이런데 엄마 마음은 오죽이나 더 불편할까 싶어서 안된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마음을 풀어주려고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받지 않아서 문자 메시지를 남깁니다. “연락이 안되네요.”

그리고 나서야 때 늦게 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발견합니다.
왜 할 말을 쏘아 붙여주지 못하고 굽실대었는지.그들의 부당함을 분명하게 지적해주지 못했는지요.
나이가 들면 좀 나아지려니 했더니 나이에 불문하고 사람들에 의해서 이렇게까지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에 더 화가 납니다.

밥 먹고 거실에서 뒹굴며 TV를 돌리는 아이에게 화를 냅니다.
"언제까지 TV 볼꺼야. 당장 네 공부하러 들어가지 못해."
문제지를 보니 하나도 채점을 해 놓지 않고 글자도 개발새발이라 또 화를 냅니다. "이게 뭐야."

추운 날 집에 와서 따뜻한 방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남편에게도 화가 납니다. 장모님 모시고 어디 가기로 했는데 내가 화를 냈으니 자기도 화난다고 가지 않겠다고 주저 앉아 버리니 더 화가 납니다.

딸 아이가 외국에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를 너무 크게 만들어서 "이걸 소포로 보내야 돼? 큰 봉투에 넣어서 보낼 수 있어?" 이렇게 물을 때 답도 떠오르지 않고 화만 납니다.

오늘은 이렇게 내 속의 '화'와 만나고 있습니다.
자기 조절이 잘 안되는 날은 여기와 봅니다.

지금의 자신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있어야만 변화와 혁신에 성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다.는 글을 대합니다.

분노하는 자신을 정죄하지 말고 분노를 변화로 가는 에너지로 이끌어 가고 싶습니다.

화가 무럭무럭 솟아오르면 어떻게들 하시나요?
IP *.91.2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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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2.17 22:17:45 *.241.230.18
문제군요.
어찌하나요?
문제와 고뇌는 자신의 발전의 시작이라 인식하시면 어떨까요?
좀더 성숙한 모습보여주실 거라 믿습니다.
분명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는 언제인가 해석이 가능한 날이 있을 것입니다.
진짜문제는 아무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느끼는 순간일 것입니다.
언제나 깨어있는 삶이어서 문제와 화를 잘 다스리는 삶을 살아가실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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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2.17 22:27:10 *.118.67.206
답은 생각나지 않구요. 제가 겪은 일들이 생각나 몇자 적어봅니다.
식당에 와서 고기하고 밥 잘먹고 일어서기 전에 직원들에게 사장불러와 하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뭐 잘못됐나 싶어 죄송스런 얼굴로 들어가면 고기맛이 왜 이래, 주방장이 바꿨어, 양심 갖고 장사해 등등 듣기 민망한 소리 골라서 합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 고깃값도 않받고 보냈습니다. 직원들이 얼굴 벌개서 항의합니다. 그냥 참자, 나가서 나쁜 소문 퍼트리는 것 보다야 낫지, 그랬습니다. 어느 날 그런 비슷한 손님이 또 왔습니다. 그날은 바빠서 와이프까지 동원되어 카운터를 보았습니다. 불만이 있길래 와이프에게 처분을 맡겼습니다. 시원하게 처리하더군요. 손님 잘 알겠습니다. 다음부터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드신 식사비는 주세요. 밥 잘먹고 돈 내시면 손님이지만 밥값 않내면 도둑놈이잖아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손님앞에서 당당한 와이프를 보고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급식사업 하는 어느 해인가 거래처 부장되는 분이 자꾸 치근덕거리길래 저녁을 거나하게 사 주었는데도 가질 않습니다. 그래서 맥주도 사 주었죠. 그래도 부족하다는 겁니다. 뻔하죠, 좋은 델 가자는 겁니다. 그래서 가는 척 하면서 술에 취한 그 양반을 부축하는 척 하면서 아스팔트 바닥에다 다리를 냅다 걸어 버렸습니다. 그 양반 면상 쫙 갈아버렸죠. 전 모르는 척 택시태워 보냈습니다. 그런 이후 그런 소리 없더라구요.
소비자와 생산자,
생산자는 언제나 허리 굽혀 일하는 것이 맞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굽히지 않아도 될 때가 있습니다. 어느 때부턴가 저는 허리 굽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잘나서 그런것이 아니라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죠.
김미혜님의 잘해주려 하는 마음은 그분도 알겁니다. 그러면 된거죠.자신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분노와 증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자로 인하여 타오른 분노와 증오는 결국 스스로를 태울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타인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많은것이죠.
편하게 생각하세요. 이런 류의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잊혀질 겁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땐 능숙하게 처리할 능력이 속에 있음을 알게 될 겁니다.
주말 편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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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2005.12.18 08:43:20 *.91.24.139
와. Thanks. 체증이 내려갑니다. 엄청 소심해져서 글 지워야지. 나랏일이나 개인사나 다 지 입장 세우느라 난리지. 이렇게 자책중이었거든요.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게 해주시네요. 댓글은 자기 마음 터놓은 글 올려 놓고 받아들여지는지 신경쓰이는 사람에게 어깨 한번 툭 쳐주는 신나는 '지지'라는 의미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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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닮
2005.12.20 23:22:21 *.145.41.177
하하, 댓글의 정의에 공감하며! 한줄 올립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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