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진
- 조회 수 2493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동남아 여행기 ② - 모슬렘의 여인들
싱가폴을 뒤로 한 두 번째 여행지는 말레이시아였습니다. 특이하게도 싱가폴내에 말레이시아 소유의 철도가 들어와 있습니다. 싱가폴 땅 안에 말레이시아 철도역이 있는 거죠. 야간 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 쿠알라룸프에 도착하였습니다. 역에서 환전을 하고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외국인을 위한 택시창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호텔까지 정해진 요금을 내고 요금표를 가지고 택시를 타면 되는 시스템이었죠. 아마 바가지 요금으로부터 여행자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통할 수 있을까요? 제게는 무척 신선해 보였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동할 때는 택시가 제일 좋습니다. 물론 장거리 이동은 버스나 기차가 좋지만 시내권은 택시보다 더 좋은 이동수단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택시요금을 부르는 대로 주면 소위 ‘바가지’를 쓴다는 겁니다. 택시기사들이 부르는 요금의 반 정도에서 일단 흥정해서 60% 정도의 범위 내에서 운임을 주면 됩니다. 몇 번 타다 보면 시내요금에 대한 감이 잡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가벼운 일탈이 가능한 사회라는 뜻도 되지요. 물가가 기본적으로 싸기 때문에 별 부담도 없기도 합니다.
오전엔 일 때문에 한인타운을 찾아가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오후에는 말라카(멜리카)라고 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쿠알라룸프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인데요.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독립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1400년대 수마트라에서 추방당한 힌두 왕자 파라매스와라에 의해 세워진 이 곳은 대 규모 무역 시장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6세기에는 포르투칼의 식민지(130년)로, 17세기에는 네덜란드의 식민지(154년간)가 되었다가 19세기에는 독립할 때까지 영국의 식민지(133년)가 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2차대전때는 일본에 점령당하기도 했던 수난의 땅이지요.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역사적 독립선언이 이루어졌던 사실상의 말레이시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랍니다. 역사의 유적과 항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저녁을 포르투칼 스퀘어라 불리는 해안가에 자리한 씨푸드 레스토랑(말이 레스토랑이지 우리 개념의 포장마차 이상 기대해서는 않됨)에서 먹었습니다. 식사 주문을 하자 말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바다를 바라보면서 빗속에서 먹는 맥주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멋에 취해 큰 병맥주를 두 병이나 먹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이렇게 더듬어 찾아가고 만지고 느끼는 맛에 다니나 봅니다. 물가는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약 1/4 정도라고 보면 적당할 듯 싶습니다.
싱가폴에서도 느꼈지만 이곳에도 대부분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더 정확히는 여자들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말레이시아는 국교가 이슬람이어서 대부분의 여성은 챠도르(남자는 터번)라 불리는 두건을 쓰고 다닙니다. 제가 본 말레이사의 남자들은 택시와 버스 등의 운전수, 빈둥거리는 길거리의 사람들, 여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 정도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 일하는 여성들의 아침 조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참, 동남아의 아침은 해가 늦게 뜹니다. 우리 시각으로 7시는 되어야 해가 떠서 아침이 시작됩니다. 직원 조회가 분명한데 남자들은 앞에서 얘기하는 3명만 보이고 나머지 30명 정도가 모두 여성들만 보입니다. 70년대 한국처럼 국민체조 같은 것을 하면서 어찌나 밝고 명랑하게 웃는지 지켜보는 저도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전날 말라카를 가면서도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도 여성들이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얼굴입니다. 아담하고 순박해 보입니다. 갸름해서 귀여워 보이는 이 여인네들이 말레이시아를 움직이는 사회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게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의 산업역군이 되었던 우리네 누나, 동생들처럼 이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광의 나라 말레이시아를 지탱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회교 국가에 대한 막연한 폐쇄적인 이미지를 지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여성의 힘인 것 같습니다.
이슬람은 기본적으로 술을 먹지 않습니다. 당연히 술도 팔지 않습니다만 관광지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남자들은 젊은이나 노인이나 담배를 입에 물고 삽니다.
태국으로 가는 도중에 본 이 곳의 농촌에서는 벼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3모작인지 4모작인지 모르지만 한 편에서는 벼가 자라고 있고,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벼를 벤 빈 논이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이제 막 씨가 자라는 벼도 보입니다. 그냥 뿌려 놓으면 자라는 천혜의 땅, 이런 신의 은총이 여기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두를 다 베풀지는 않는 것 같군요.
IP *.118.67.206
싱가폴을 뒤로 한 두 번째 여행지는 말레이시아였습니다. 특이하게도 싱가폴내에 말레이시아 소유의 철도가 들어와 있습니다. 싱가폴 땅 안에 말레이시아 철도역이 있는 거죠. 야간 열차를 타고 밤새 달려 쿠알라룸프에 도착하였습니다. 역에서 환전을 하고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외국인을 위한 택시창구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호텔까지 정해진 요금을 내고 요금표를 가지고 택시를 타면 되는 시스템이었죠. 아마 바가지 요금으로부터 여행자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통할 수 있을까요? 제게는 무척 신선해 보였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동할 때는 택시가 제일 좋습니다. 물론 장거리 이동은 버스나 기차가 좋지만 시내권은 택시보다 더 좋은 이동수단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택시요금을 부르는 대로 주면 소위 ‘바가지’를 쓴다는 겁니다. 택시기사들이 부르는 요금의 반 정도에서 일단 흥정해서 60% 정도의 범위 내에서 운임을 주면 됩니다. 몇 번 타다 보면 시내요금에 대한 감이 잡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가벼운 일탈이 가능한 사회라는 뜻도 되지요. 물가가 기본적으로 싸기 때문에 별 부담도 없기도 합니다.
오전엔 일 때문에 한인타운을 찾아가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오후에는 말라카(멜리카)라고 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쿠알라룸프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인데요.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독립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1400년대 수마트라에서 추방당한 힌두 왕자 파라매스와라에 의해 세워진 이 곳은 대 규모 무역 시장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6세기에는 포르투칼의 식민지(130년)로, 17세기에는 네덜란드의 식민지(154년간)가 되었다가 19세기에는 독립할 때까지 영국의 식민지(133년)가 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2차대전때는 일본에 점령당하기도 했던 수난의 땅이지요.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역사적 독립선언이 이루어졌던 사실상의 말레이시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랍니다. 역사의 유적과 항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저녁을 포르투칼 스퀘어라 불리는 해안가에 자리한 씨푸드 레스토랑(말이 레스토랑이지 우리 개념의 포장마차 이상 기대해서는 않됨)에서 먹었습니다. 식사 주문을 하자 말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바다를 바라보면서 빗속에서 먹는 맥주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멋에 취해 큰 병맥주를 두 병이나 먹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이렇게 더듬어 찾아가고 만지고 느끼는 맛에 다니나 봅니다. 물가는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약 1/4 정도라고 보면 적당할 듯 싶습니다.
싱가폴에서도 느꼈지만 이곳에도 대부분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더 정확히는 여자들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말레이시아는 국교가 이슬람이어서 대부분의 여성은 챠도르(남자는 터번)라 불리는 두건을 쓰고 다닙니다. 제가 본 말레이사의 남자들은 택시와 버스 등의 운전수, 빈둥거리는 길거리의 사람들, 여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 정도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 일하는 여성들의 아침 조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참, 동남아의 아침은 해가 늦게 뜹니다. 우리 시각으로 7시는 되어야 해가 떠서 아침이 시작됩니다. 직원 조회가 분명한데 남자들은 앞에서 얘기하는 3명만 보이고 나머지 30명 정도가 모두 여성들만 보입니다. 70년대 한국처럼 국민체조 같은 것을 하면서 어찌나 밝고 명랑하게 웃는지 지켜보는 저도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전날 말라카를 가면서도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도 여성들이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얼굴입니다. 아담하고 순박해 보입니다. 갸름해서 귀여워 보이는 이 여인네들이 말레이시아를 움직이는 사회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게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의 산업역군이 되었던 우리네 누나, 동생들처럼 이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광의 나라 말레이시아를 지탱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회교 국가에 대한 막연한 폐쇄적인 이미지를 지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여성의 힘인 것 같습니다.
이슬람은 기본적으로 술을 먹지 않습니다. 당연히 술도 팔지 않습니다만 관광지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남자들은 젊은이나 노인이나 담배를 입에 물고 삽니다.
태국으로 가는 도중에 본 이 곳의 농촌에서는 벼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3모작인지 4모작인지 모르지만 한 편에서는 벼가 자라고 있고,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벼를 벤 빈 논이 보이고, 다른 쪽에서는 이제 막 씨가 자라는 벼도 보입니다. 그냥 뿌려 놓으면 자라는 천혜의 땅, 이런 신의 은총이 여기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신은 한 사람에게 모두를 다 베풀지는 않는 것 같군요.
댓글
3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14 |
---->[re]Laguna Beach - 이게 나요 ![]() | 사진 | 2006.02.11 | 1664 |
1013 |
-->[re]Laguna Beach - 백사장, 말 그리고 나 ![]() | 사진 | 2006.02.11 | 1782 |
1012 |
---->[re]안도 한 번 볼라우 ? ![]() | 사진 | 2006.02.11 | 1824 |
1011 |
-->[re]문제의 벤츠 ![]() | 사진 | 2006.02.11 | 1721 |
1010 |
-->[re]사진 ![]() | 사진 | 2006.02.11 | 2298 |
1009 |
-->[re]싱가폴의 힘 ![]() | 사진 | 2006.02.11 | 1749 |
1008 | 동남아 여행기 ⑦ - 후기, 그리고 ······ [2] | 박노진 | 2006.02.10 | 2008 |
1007 | 동남아 여행기 ⑥ - 쇼핑의 천국 홍콩 | 박노진 | 2006.02.10 | 2074 |
1006 | 동남아 여행기 ⑤ - 카오산의 젊은이들 | 박노진 | 2006.02.09 | 1979 |
1005 | 동남아 여행기 ④ - 여행의 백미, 푸켓 Laguna Beach | 박노진 | 2006.02.09 | 1993 |
1004 | 동남아 여행기 ③ - 벤츠 완행버스와 태국시골의 하루 | 박노진 | 2006.02.08 | 2401 |
1003 | 나를 눈 위에서 보다 [2] | 김달국 | 2006.02.07 | 1970 |
1002 | 봄을 기다리며.. [2] | 이은남 | 2006.02.07 | 1975 |
» | 동남아 여행기 ② - 모슬렘의 여인들 [3] | 박노진 | 2006.02.07 | 2493 |
1000 | 동남아 여행기 ① - 싱가폴의 힘 [1] | 박노진 | 2006.02.06 | 2180 |
999 | 줄기세포에 관한글 [1] | 이경숙 | 2006.02.05 | 1880 |
998 |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_ 영화 <선택> ![]() | 아름다운놈 | 2006.02.03 | 1998 |
997 | 또 다시 복권당첨을 꿈꾸며 [2] | 현준우 | 2006.02.02 | 2340 |
996 |
쉿!!!! ![]() | 이은미 | 2006.02.02 | 1868 |
995 | 2월을 열며... [1] | 김달국 | 2006.02.01 | 19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