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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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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7일 14시 58분 등록
계절의 변화나 달력을 넘길 때마다 무딘 척 하면서도 실은 민감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입춘이란 단어는 내 마음속에서 부끄러워 펼치지 못하는 풋풋한 감성들을 살짝 일깨우고 이제 다 끝났으려니 했던 눈 내린 창문 밖 풍경은 늦겨울이라는 현실을 인식시킨다.

예민하지 않은 것처럼 앉아있어도 내 눈동자는 끝임 없이 움직이고 내 근육은 긴장하며 내 정신은 날카롭게 날이 서있었음을 나는 안다.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기세 좋게 건배를 하면서도 나는 겨울 내내 어떤 목마름과 동거하며 있었다.
마치 얼음 밑으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나의 표피는 단단함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쉼 없이 성난 용암을 분출하는 화산처럼 요란한 소리를 동반하며..

나는 어떤 일이나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는 타입이다.
살아가면서 그 어떤 것이 나를 불안정으로 내몰 때는 처음엔 순간적인 합리화를 시도하나 결국엔 나를 번거롭게 해 도망가 버린 감정을 어떻게든 찾아 다시 끌어내는 작업을 한다.
절대적으로 혼자 하는 작업으로 이런 일을 할 때는 그 엄청난 고독의 무게에 무릎을 꿇고 싶다.
또 자신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워 맨 정신에 내보이기도 힘들다.
생각해보라..
분노니 열등감이니 질투니 탐욕이니 하는 그간 내 속에서 자라지 않았던 유아적인 감정들과 성인의 칼날 같은 이성이 대면해야 하니 말이다.

나는 한동안 일상생활에서의 최소한의 움직임을 제외하곤 내 모든 육체적인 기관들의 동적인 습관을 정지시켰었다.
사고 또한 너무 깊게 파 버린 나의 우물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하듯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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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는 말에 이상하게도 모처럼 설레임이 느껴진다.
육체와 정신의 칩거에서 갓 태어난 아이의 손동작처럼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무언가가 내 속에 있다.

식탐대신 자리를 차지한 소식과 야채의 습관인가?
버리기로 마음먹은 내 몸의 지방이 어느 정도 축출돼서인가?
시간이 약이라는 말대로 세월이 흘러가서인가?
상처는 곪지 않고 아무는 쪽으로 갔는가?

경칩을 기다린다.
겨울 내내 봄이 오길 기다렸던 이 땅의 생물들과 더불어 나도 역시 그렇게 세상으로 나아가리라……
IP *.48.4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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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6.02.07 23:20:18 *.231.169.35
얼굴 뵌지가 오래되었네요. 올 봄에는 내면의 온갖 에너지들이 잘 갈무리되어 마음의 얼음을 깨고 출렁거릴 것 같네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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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남
2006.02.15 14:19:06 *.48.45.103
요한님께 답글을 받고 헤헤거리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내면 에너지에 관한 말씀 지난번에도 잠깐 나누었습니다만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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