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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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기 ④ - 여행의 백미, 푸켓 Laguna Beach
신혼 여행을 경주로 갔었습니다. 그것도 하룻밤 호텔에서 자고 다음날 택시 대절해서 6시간짜리 관광투어하고는 바로 시골집으로 돌아왔죠. 신혼여행간 신랑 신부가 다음 날 짐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으니 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뭔일이냐고? 싸웠나? 니가 참아라 하는 말부터 답답한 저는 “아, 볼게 없어서 그냥 왔어요. 호텔비도 아깝고 ···” 그랬다는거 아닙니까? 제주도도 못 가본 촌놈이 ···.
남들은 신혼여행을 해외로 갔다 온다는데 동남아 여행을 마흔이 넘어서 간데다 바닷가는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유명한 푸켓이랴뇨? 재작년 쓰나미로 폐허가 되었다는 푸켓을 가는 마음이 온전할리는 없었습니다. 혹, 또 온다면? 난 어떡해? 이런 불안감은 솔직히 하나도 없었고 그저 바다로 간다는 그 하나만으로 마음이 설레입디다. 어제 벤츠사건으로 온몸이 더위를 먹어 첫날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침부터 관광지도를 유심히 살펴보시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말타러 가자고 하십니다. 속으론 바닷가 와서 왠 말이야 하면서도 이 양반이 재미없는 것은 디게 싫어하던데 재미있겠지 싶어 따라 나섰습니다.
말을 타고 해변으로 갔습니다. 말 한 마리당 가이드 한 명이 따라다닙니다. 제가 탄 말의 이름은 ‘리오’라고 하는 암말입니다. 가이드는 18살 먹은 소년이구요. 한 20분 정도 걸려서 해변에 도착해 조금씩 말을 달리게 해 보았습니다. 달리는 말의 안장에 앉아 고삐를 쥐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을 달리는 기분을 상상해 보셨습니까? 생각보다 스릴만점입니다. 그런데 말들이 해변 중간쯤 가는데 갑자기 돌아서서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수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자기들이 마구 달리는 거였습니다. 속으론 겁이 나고 바짝 졸았습니다. 떨어지면 무슨 쪽팔림인가 싶어 꼭 잡고 말을 세우려고 했지만 지들이 가는걸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 가이드들이 있는 곳에 와서야 말들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저는 달리는 것은 포기하고 천천히 걷는 것만 했습니다. 선생님은 혼자서 달리다 걷다 쉬다가 하시고 저는 조용히(?) 걷다가 돌아왔습니다. 허리아픈 사람들한테는 승마가 최고로 좋답니다. 승마의 특성상 허리를 반듯이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운동량도 만만치 않아 여러 가지로 좋다고 하네요.
저녁엔 푸켓 최고의 번화가 바통비치에 있는 시푸드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근사하게 먹었습니다.C&N호텔 앞에 있는 시푸드 포장마차촌(?)에서 저녁을 먹는데 값도 저렴하기도 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가히 식사하러 푸켓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도 들게 하더라구요. 손님들이 와글와글한데 장사는 마담처럼 보이는 젊은 매니저들이 손님을 호객하고 주문받고 중간 중간 체크도 합니다. 여간 내기들이 아닙니다. 역시 안면 쳐다보고 하는 장사는 남자들 몫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한국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젠 동남아 음식에 완전히 적응해서 맛을 음미하는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특히 생선을 통째로 국물에 조린 음식은 소주랑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바통비치를 거닐었습니다. 거리 전체적으로 웨스턴화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전혀 태국분위기가 나지 않습니다. 트렌스젠더쇼도 있다고 하는 거리로 추정되는 곳도 걸어보고 구석진 시장통도 다녀 보았습니다. 나이트라이프는 어디든 비슷해 보입니다. 그 취함과 화려함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이지.
다음 날은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컨디션이 너무 좋습니다. 까롱비치로 가다가 다이빙샵이 문 연 것을 보고 갔는데 이미 출발해 버려 하는 수 없이 인근 까따미아비치에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어제 승마를 했던 라구나비치로 다시 갔습니다. 승마하던 옆 해변에 울창한 나무숲이 있었던 것을 선생님께서 기억해 내신 거죠.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숲과 맥주와 바다가 시원한 바람까지 데려다 주니 정말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책을 보다 잠이 들기도 하고 다시 깨서 책을 보다 맥주 한 잔 하고, 그러다 바다에 들어가 몸을 적시고 ······. 그렇게 한동안 책을 보고 있는데 바다로 가신 선생님께서 왜 이리 늦으시나 했더만, 제트스키를 타러 가자고 하십니다. 제트스키는 30분에 1,200바트(한화 28,000원 정도)하는 수상오토바이 같은 것으로 아주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정말 신나게 탔어요. 해변에서 약 100미터 정도 바다로 나가서 보면 은근히 무섭기도 하고 속도를 내면 바닷물과 스키의 표면차로 생기는 마찰에 정신이 아찔하기도 합니다. 제가 중간에 사고를 쳐 30분정도 수상스키를 고치는 헤프닝도 있었지만 번갈아 운전하면서 바다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푸켓을 휴식차 여행을 다녀 오시는 분을 위해 라구나비치의 정말 괜찮은 호텔 하나 소개해 드리죠. ‘두씻 라구나 리조트 푸켓’이라는 고급 리조트 호텔인데요. 이 호텔과 연결된 큰 나무숲과 잔디가 아주 파랗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호텔과 풀장과 나무숲과 바다가 차례대로 연결되어 있어 휴식에는 짱입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하루 숙박비가 미화 120달러 정도인데 정말 멋있는 곳입니다. 푸켓으로 여행을 온다면 저는 이 호텔을 이용할 겁니다. 어지간한 호텔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바닷물이 얼마나 깨끗한지요 혹시 ‘블루라군’이라고 하는 영화를 여기에서 찍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라구나 거리에서 열리는 선데이마켓(우리 개념으로 보면 시골의 5일장 이라고 보면 된다)을 늦게 둘러보았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시골의 장이었습니다. 과일가게 아저씨와 어린 소녀와 기념사진도 찍고, 망고도 사먹고, 닭꼬치와 쭈꾸미 꼬치도 사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사지를 2시간 정도 받고는 그제 저녁을 먹었던 바통비치 시푸드 식당으로 가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먹는 것이 반입니다.
푸켓에서의 3박 4일은 여행 전체를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휴식과 정비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이 반환점에 접어든 느낌도 들고, 이제 나머지는 방콕과 홍콩만 남고 돌아가는 일정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이렇게 장기간의 휴식을 가져본 기억이 없더라구요. 오히려 지루한 느낌도 들 정도니까. 조금씩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없진 않았지만 여행 곳곳에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준비해간 구상과 맞물려, 돌아가면 할 일이 너무 많아지는 느낌은 역시 여행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역시 이번 여행은 잘 왔다는 생각입니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주 많아지는 시간, 주변의 누구도 이 사색에 침범하지 않는 공간속에서 미래여행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멋진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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