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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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기 ⑤ - 카오산의 젊은이들
여행 내내 비행기는 타이 항공만 탔습니다. 인천으로 귀국하는 날 한 시간 가량 연착한 것만 빼면 그냥 저냥 탈만한 항공입니다. 비행기도 깨끗해 보이고 기내식도 먹을 만 하구요.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도 역시 타이 항공인데요, 좌석이 반 정도는 비어서 갑니다. 지금이 관광철이 아니어서 그런가요? 한국에서는 동남아는 지금이 피크라고 하던데? 유달리 동남아에는 타이 항공이 많아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홈그라운드가 아니어서 그런 걸까? 유럽쪽 항공비행기는 많이 보이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관광객이 적어서 그런 걸까? 아무튼 눈에 익은 비행기가 보이지 않아서 내심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방콕에 예약한 호텔은 카오산로드에 있었습니다. 세계 배낭여행의 중심지라고 하는 카오산로드, 저렴한 숙박비와 다양한 음식, 태국 곳곳으로 이어지는 편리한 교통편 그리고 갖가지 투어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는 곳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한 자리에서 해결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들 역시 이 카오산로드에서 다음 날 투어프로그램을 몇 군데 들러 코스와 가격을 비교한 다음 예약하였습니다. 저녁에 타이식 전통 마사지를 받고 뻐근한 몸을 가누면서 호텔로 돌아오면서 카오산로드를 가로질러 걸어 왔습니다. 정말 카오산은 세계 각국의 배낭여행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찬 곳입니다. 이미 자정이 다 되었는데도 이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젊은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이, 심각한 이야기에 담배가 다 타도록 뭔가를 얘기하는 친구, 거리를 나다니는 젊은이 등등 젊음의 역동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던가. 밤을 새는 듯한 젊음과 흐느적거림과 사랑과 슬픔, 기쁨과 아쉬움, 떠남과 만남이 교차하는 저런 젊음이 내게도 있었던가. 저 젊음이 부러웠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도 많이 만났습니다. 3주가량을 핫야이에서 자원봉사하고 태국여행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치앙마이에서만 한 달을 여행했다는 친구도 만났습니다. 그래, 젊을때 나가야 한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 좁은지 직접 만지고 느끼고 접해야 한다. 사람뿐인 한국이 살 길은 이것 밖에 없다. 나가서 그곳에서 정착하면 좋고 돌아오면 더 좋고 ······. 당근 열심히 노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이제 세상은 노동이 중심이 아닌 세상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젊은이들의 창조적 혁신이 우리들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가겠지요. 제가 그들보다 더 젊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어요. 그렇지만 마음만은 그들 못지않게 더 젊어져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의 삶과 비즈니스도 그래야겠지요.
체크인을 한 다음 카오산로드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밥도 먹고 돌아다니기도 하다가 짜오프라야 강 유람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유리한테는 유람이지만 방콕 사람들한테는 아주 중요한 교통수단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방콕에서 지하철은 타보지 못했지만 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버스나 택시, 지하철 못지않게 방콕의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짜오프라야 강에는 세지도 못할 만큼 많은 배들이 쉴 새 없이 손님들을 태우고 내리고 하는 모습이 낯선 여행객에게는 대단한 광경입니다. 지도를 보니 이 강은 방콕의 중심부들을 절묘하게 연결해주고 있더라구요. 덕분에 강은 깨끗해 보이지 않았지만 자연은 언제나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고객만족과 불만족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해야겠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받은 고객의 만족과 기대했던 것을 받지 못한 고객의 불만족에 대한 체험담입니다. 핫야이에서 선생님의 안경이 부러져 안경을 새로 맞춘 적이 있었습니다. 별 마음에 들지 않으신 눈치였지만 어쩔 수 없이 안경을 맞췄는데 나중에 찾으러 가보니 안경에다 자석을 활용해서 덧붙일 수 있는 선글라스도 보너스로 주었습니다. 생각하지 않았던 덤에 저도 기회가 있으면 하나 맞춰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콕에서 첫 날 저녁 찾아가던 씨암 쇼핑센터를 찾지 못하고 한 시간째 걷다가 지쳐 마침 옆에 안경점이 보이길래 안경을 하나 맞추고 다시 씨엠 쇼핑센타를 가기로 마음먹고 들어갔습니다. 잘 안 되는 영어를 손발 다 써가며 그리고 선생님께서 도와줘 가면서 선글라스까지 추가로 해 달라고 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안경점에 와서 맞춘 안경을 찾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안경에 선글라스를 부착할 수 있는 것으로 주문했는데 내 안경은 테가 자석역할을 하는 테가 아니어서 안 된다는 겁니다. 무지 기분 나빴습니다. 핫야이에서 선생님께서 맞춘 안경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글라스까지 덤으로 받아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에 나는 기대했던 선글라스가 되지 않아서 불만이 나온 것이죠. 아니 책에서만 접하던 고객만족이론을 머나먼 이국땅에서 체험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할 수 없이 안경에 선글라스형 덮개(?)를 끼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찜찜하게 나왔습니다. 굳이 안경을 하나 더 맞춰야 할 필요가 없는 저는 그놈의 보너스 선글라스 욕심에 시간과 돈과 애쓴 마음마저 잃어버렸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안경만 서너 개가 됩니다. 허 참~.
어제 예약한 여행투어에 일찍 몸을 실었습니다. 12인승 봉고차에 사람 꽉 채워 수상시장과 영화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그 곳으로 다녀오니 꼬박 하루가 다 지났습니다. 오늘도 몹시 지친 하루였습니다. 저녁에는 왕실 음식으로 유명한 ‘쿠사라쿰’이라는 식당에 가서 왕실음식을 맛보았습니다. 그 식당에 가기 위해 긴 바지와 남방으로 갈아입을 정도로 신경을 썼는데 맛은 너무 달기만 하고 별로더라구요. 식사비용도 다른 곳보다 배 이상 비싸기만 하구요. 그리고 위치가 외져서 장사가 썩 잘 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와보지 못하고 다음에 찾아오면 아마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미 문 닫았을 확률이 더 많아 보이거든요.
수상시장에 갔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주 불결해 보이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커피비즈니스를 하는 어떤 젊은 여인의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입니다. 선생님과 이리 저리 거닐다 길 건너편으로 가다 보니 노천커피점이 하나 보여 커피 한 잔 하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젊은 아가씨가 바텐더로 있고 우리는 카푸치노와 아메리카스타일로 각각 시켰습니다. 바텐더 자리에서 보면 사방이 툭 터여 있고 천정에 커피잔을 종류에 따라 걸어놓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꽤나 비싸 보이는 커피추출기에다 원두를 직접 갈아서 커피를 만들어 줍니다. 제가 카푸치노 거품을 수저를 떠 먹으니까 거품 좋아하느냐면서 또 만들어 줍니다. 피식 웃음도 나왔지만 정성이 기특해 먹었습니다. 선생님과 추측하기를, 이 아가씨는 어릴 때 많이 놀아본 것 같다. 이리 저리 놀기만 하면 늙어서 시장인부들 속에 묻혀 인생 종칠 것 같으니까 먹고 사는 요령을 배운 것 같아 보인다. 그래도 일찍 철이 들어서 그동안 자기가 놀아봤던 것 중에는 커피장사가 그래도 품위 있어 보이고 부가가치도 높고 힘들지 않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조금 엉뚱한 상상이었지만 충분한 개연성 있는 예측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영어도 소통가능하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분위기 잡고 돈 벌고 하는 것이 영낙없는 날나리 소녀의 업그레이드 생존전략입니다. 그래도 옆에는 연하의 boy friend가 기둥서방처럼 보디가드(?)도 하면서 잔심부름도 하고 있습니다.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제 남은 일정은 홍콩뿐. 선생님께서는 여행 내내 수염을 깍지 않았는데 무지 멋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요. 나도 길러볼 걸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정말 여행이 끝나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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