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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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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0일 15시 18분 등록

동남아 여행기 ⑥ - 쇼핑의 천국 홍콩

동남아는 지금이 겨울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겨울이 우리에게는 한 여름 같은 더위입니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을 돌아다니다 홍콩으로 들어오니 가을하늘 같은 서늘한 느낌을 줍니다. 30도를 오르내리다 20도 날씨로 옮겨오니 부득불 긴팔과 바지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한테는 더운 느낌이 없지 않는데 여기 사람들은 추운지 두꺼운 털옷과 겨울옷을 입고 다닙니다. 게다가 감기든 사람들이 많은지 마스크를 한 이들도 꽤 보입니다. 홍콩은 반팔 옷을 입은 사람과 코트를 입은 사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양한 패션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까요?

홍콩으로 입국하면서부터 와 비싼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항에서 ‘옥타퍼스 카드’라는 교통카드를 구입해야 여행이 편해진다는 말에 1인당 300홍콩달러(한화 약 45,000원)나 주고 사야 했습니다. 이 카드는 공항고속철도 2회 왕복과 3일 동안 지하철과 버스, 전차, 미니버스, 스타 페리 등의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카드와 비슷한 개념의 카드입니다. 게다가 호텔에 와서는 보증금으로 500 홍콩달러를 맡겨 놓으라고 하니 공동경비로 생각했던 미화 200달러가 순식간에 거의 다 없어져 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풀장도 없고 위치도 좀 외진 곳인데 ······. 좀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왜 이런 느낌 있잖아요? 준 것 없이 괜히 미운 그런 생각, 홍콩의 첫 느낌이 바로 이랬습니다.

그래도 맛있는 것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좀 풀리겠지 하고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려고 나왔습니다. 홍콩 관광진흥청에서 발간한 여행안내책자를 보니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가르는 빅토리아 하버로 들어가는 입구에 ‘레이 유 문’이라는 작은 어촌 마을이 보였습니다. 광한리 같은 곳에 가면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직접 골라 사면 인근 식당에서는 요리만 해 주는 데 같은 곳이요. 바로 그런 시스템을 가진 한적한 시골 어촌같이 보이는 보기에는 정말 조용해 보이는 동네였습니다. 몇 군데를 다니다 한 곳을 정해 생선을 사서 요리를 시키고(식당과 생선코너가 한 집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나서 먹었는데 바가지 옴팡 썼다는 거 아닙니까. 요리 값 차지는 물론이고 찻값, 물 값, 심지어 땅콩 값 까지 다 받더라구요. 여하튼 홍콩 기분 다 잡쳐버렸습니다. 분위기 반전 시키려고 한 것이 오히려 거꾸로 되어 버렸습니다. 홍콩 여행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꼭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레이 유 문’은 절대로 가지 마십시오. 간다 하더라도 두 번 세 번 확인하신 다음에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멀리 이국땅까지 여행간 기분 잡치지 않도록 말입니다.

첫 날은 이렇게 싱겁게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가 아주 귀한 것을 보았습니다. 저녁 8시부터 홍콩섬과 구룡반도에 있는 고층빌딩에서 레이저쇼를 약 20분간 보여주는데 이것을 구경하다가 보았습니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먼저 홍콩섬으로 향한 바닷가에 만들어진 연인의 거리에는 화려한 홍콩섬의 야경과 시원한 바닷바람, 그리고 길바닥에 조명장치를 해 놓고 스타의 거리(바닥에 주윤발, 주성치, 홍금보 등 홍콩 스타들의 손도장을 새겨놓은 손 프린트, 스타 샵 등이 있음)도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에게 치여 밀려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레이저쇼는 공식명칭이 ‘심포니 오브 라이트’라고 합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듯이 건물전체를 조명한 네온싸인과 옥상에서 쏘는 레이져불빛은 가히 문명의 새로운 장관을 보여 주는 듯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려고 한 것은 이것이 아니라 자동차 모델 ‘T'에 관한 것인데 잠시 샛길로 빠졌습니다. 레이져쇼를 기다리는 동안 인근 쇼핑몰에서 아이쇼핑을 하던 중에 유달리 옛날 자동차가 많이 전시되어 있더라구요. 그중에 하나가 우리가 경영서적에서 많이 접했던 1920년대의 대량생산시스템의 시작이었고 포드의 전설이 시작되었던 500 달러짜리 자동차 모델 ‘T’가 전시되어 있었던 겁니다. 그 순간 저는 경영史의 증거인 모델T에 흥분하였습니다. 지난 8월 ‘추사고택’에서 느꼈던 세계인 완당의 자취를 느꼈던 것처럼 여기서 포드의 신화를 보았다는 흥분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1907년 생산하기 시작해서 1926년 '모델A'로 대체될 때까지 미국의 상징이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이기도 하였습니다.(그렇다고 너무 미국제에 빠져든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다음 날은 하루 종일 쇼핑만 하였습니다. 과연 홍콩은 쇼핑의 천국이라 부를 만 합디다. 도심 전체가 쇼핑몰과 오피스 그리고 식당, 상가 그리고 아파트로 꽉 차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쇼핑몰(우리식으로 보면 백화점)이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있을 정도로 대단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 안에는 아직 들어보지도 못한 명품샵들로 가득차 있구요. 언뜻 보기만 해도 수십만 원은 기본인 듯한 상품들이 줄지워 새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솔직한 느낌은 홍콩은 쇼핑 외에는 할 만한 관광이 없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쇼핑과 연결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바다를 오가더라도, 세상에서 제일 긴 옥외 에스컬레이트를 타도, 지하철도, 야간의 레이저쇼마저도 쇼핑몰과 이러 저러하게 엮어져 있습니다. 아주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고급 쇼핑센터에는 거의 다 입점해 있고, 또한 브랜드별로 전문점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주 붐비지도 않습니다. 물론 할인행사도 하지 않는 구찌같은 곳에는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광경도 있긴 합니다. 하루 몇 개만 팔아도 먹고 살 수 있어서인가?

또 하나의 특징이 에스컬레이트가 거의 모든 오르막에는 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건물은 기본이고 건물의 외곽에도 대부분 오르, 내리막에는 기본입니다. 지하철은 말할 것도 없구요 오히려 싱가폴보다 나아보이는 사회 인프라 같아 보입니다. 에스컬레이트가 무슨 사회 인프라라고 하겠냐마는 쾌적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사회적 의무의 하나라면 더운 나라에서 에스컬레이트는 에어컨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여 집니다. 홍콩은 지하철(MTR, 싱가폴은 MRT)시스템이 정말 잘 되있습니다. 좁은 땅이라 그럴 수 있었겠지만 무척 안전하게 만들어져 있고 타는 곳이 전부 다 유리 안전망이 다 처져 있습니다. 어제 혜화역을 가기 위해 동대문역에서 갈아타는데 출입구 안전망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곳 홍콩의 지하철 안전시스템은 사고가 날래야 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고 보여졌습니다. 사고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해 버린 것이죠. 어쨌던 환승시스템은 내리면 바로 갈아탈 지하철이 바로 건너편에 있습니다. 서울은 왜 많이 걷게 만들어 놓았을까요? 아니 걷더라도 통로라도 넓게 만들었어야지 도대체 빨리빨리 성질이 공기를 앞당겨야 하니까 넓게 만드는데 방해를 했을 것이 틀림없었을 거예요. 이런 것을 보면 지난 시절 압축성장의 어두운 면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차라는게 있습니다, 이 전차는 마치 1940년대 영화속의 서울을 연상케 합니다. 삐걱거리는 승차감과 2층으로 되어 있는 것 하며, 약간 시골스러운 전차의 모습, 아주 익숙해 보이는 한문으로 되어 있는 거리의 간판들 하며 하나같이 우리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 것이 실제 움직이고 사회를 꾸려나가는 기반 시설들입니다. 한 문명 속에서 최첨단과 과거의 유물이 같이 돌아가는 곳, 바로 홍콩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의외로 홍콩 물가가 아주 비싸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와 거의 비슷한 느낌입니다. 레이유문에서의 바가지만 빼면 그런대로 우리랑 비슷합니다. 홍콩은 도시 전체가 콘크리트로 뒤덮인 느낌도 서울과 비슷합니다. 싱가폴, 말레이시아, 방콕은 자연속에 도심을 건설한 느낌을 주는데 반해 홍콩과 서울은 콘크리트속에 자연을 조금 옮겨다 논 느낌이랄까요.

드디어 막바지 반전을 찾았습니다. 저녁 늦게 호텔로 돌아가다 호텔 바로 옆 동네 횟집인 듯한 식당을 하나 발견했거든요. 무척 싸 보였고 손님들이 꽤나 많이 있었습니다. 레이 유 문 정도의 주문에도 가격은 1/4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왠 떡인가 싶을 정도로 저렴하고 맛도 괜찮았구요. 주인인 듯 한 이는 영어를 잘 못하고 옆자리 손님이 대충 통역해 주어 주문과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24시간 영업에 음식종류까지. 부른 배를 두드리며 기분 좋게 홍콩의 마지막 밤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도 여기에서 먹었습니다. 역시 아침에도 손님이 바글바글합니다. 보기보다 대단한 식당입니다. 어제 한번 와 봤다고 이젠 제법 눈인사까지 하고 주문하면서 홍콩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정말 기분좋게 하였습니다. 지하철 기준으로 보면 ‘센트럴 역’ 다음인 ‘셩완 역’ 부근에 있는 ‘라마다 호텔’바로 옆 식당입니다. 이름은 [낙주거 樂 居]라고 하는데 전화번호는 ‘2915 5663’입니다. 홍콩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들러 보시길 강추합니다.

공항으로 와서 1시간 연착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기내에서 선생님과 꼬냑으로 여행의 대미를 건배하고 적당하게 취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영하 10도의 날씨가 예상보다 많이 늦은 저희들을 걱정하시는 사모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서울역으로 가서 천안으로 내려오는 KTX 열차를 타고 여행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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