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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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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0일 15시 19분 등록

동남아 여행기 ⑦ - 후기, 그리고 ······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다들 아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제 세상은 여성들의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 태국과 홍콩 어디를 가도 “of the woman, by the woman, for the woman"을 위한 세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제 관광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유력한 아니 거의 유일한 수단처럼 보였습니다. 천혜의 기후가 주는 자연이 그런 환경을 만들게 했나 봅니다. 이 관광이란 인프라는 모든 구성이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모든 관광의 결과물도 여성을 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먹고, 놀고, 쇼핑하고, 다니는 모든 곳이 여성들에 의해 준비되고 있었고 그 즐기는 것 역시 여성들이었습니다. 저희들처럼 남자들만 다니는 여행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뭐라 해도 여성들의 숫자가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쇼핑센타를 가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샵과 상품들은 오직 여성만을 위한 곳으로 포장되고 꾸며져 있습니다. 판매원들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가히 여성을 위한 전지구적인 우먼리제이션화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즈니스도 앞으론 이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또 하나, 동남아에서의 화교의 힘입니다. 동남아의 상권은 화교들에 의해서 장악된 듯 합니다. 듯이 아니라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 잡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의 지독하고(?) 철저한 상인정신이 원주민들을 지배하는 세력으로 나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을까요? 우리나라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오잖아요. 김치서부터 시작해서 기본 10가지 정도의 밑반찬이 메인메뉴를 보완해서 나오고 그렇게 나오지 않으면 기본이 않되 있네 뭐네 하면서 불만이 나오죠. 막상 밑반찬이 많으면 맛없다고 타박하기도 하고 ···. 그러나 애네들은 얄짤 없습니다. 맥주 시킬 때 당연히 따라 나오는 땅콩 하나까지, 하다못해 물휴지 하나까지도 다 돈 받는 친구들입니다. 각 나라의 차이나타운은 물론이고 왠만한 호텔들도 화교들 소유로 보였습니다. 밑으로부터의 경제는 이들에게서 출발하고 여행객들의 주머니도 결국은 이들에게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지금 세계의 제조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과 이들이 앞으로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더 말하지 않아도 눈에 선합니다. 차이나 경제권! 우리들이 잘 구슬러서 같이 가야 할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음식 또한 전 맛있게 먹었습니다. 동남아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도 가끔 계신 듯 한데 여행은 현지의 골목길을 천천히 만지고 더듬으면서 그들의 숨결을 느끼고 그들이 만든 음식을 음미해야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자면 현지 음식은 언어와 함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됩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영어를 거의 해 본적이 없어 내심 걱정이 많았습니다. 보름 동안 선생님하고 얘기하는 것 말고는 무조건 영어 외에는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보름씩이나 말입니다. 처음 며칠은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이제는 눈치, 코치, 바디랭귀지까지 써 가면서 콩글리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금씩 알아듣는 단어들이 귀에 들어오고 저도 적당한 영어와 바디랭귀지 그리고 한국말을 섞어가며 제법 장난까지 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못알아 듣는 말은 바로 선생님을 쳐다보면 선생님께선 웃으시며 통역과 마무리를 해 주시곤 하셨죠. 선생님께서는 유창한 회화실력과 능숙함으로 상황을 리드해 가셨습니다. 왜 영어를 해야 하는지, 무슨 영어를 해야 하는지 느낌이 오더라구요. 오직 회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내용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는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기본적인 대화 센텐스를 약 20개 정도만 익히고 있으면 나머지는 그것을 표현하는 응용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 말입니다. 제대로 된 영어는 아니지만 어쨌던 영어소통에 어느 정도 재미가 붙은 다음에는 제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영어로 떠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가외의 소득이 있다면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와 예전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또 하나, 공부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입니다.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지식을 훈련하고 어제보다 나은 자신이 되어 사회에 일조하는 것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가족과 건강, 공부와 비즈니스’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 이것은 크게 관계라는 단어와 관련이 많습니다, 돌아가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가야할 방향에 대하여 천천히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여행 도중 많이 들었습니다. 비즈니스가 우선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공부이고 그 공부가 외화 되는 형식이 비즈니스라는 것도 생각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겠습니다. 여행도 하루의 과정이라면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강이 하루의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건강한 몸은 스스로의의 자부심일 뿐 아니라 남들에게도 부러운 재산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 꾸준하게 운동하는 삶과 적당한 식사와 음주는 삶의 훌륭한 한 구성요소란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제 돌아가면 작심삼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즐기는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철저한 하루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먼저 나에게 적용할 것. 반드시 성공할 것.
그 다음 상이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할 것.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나누어주려는 잘못을 범하지 말 것.”
이것은 선생님의 변화경영전문가로서의 규율이자 품질기준입니다. 이 말은 이제 저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나를 변화시켰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내 하루가 바뀌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밑바탕에 건강과 하루의 즐거운 공부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버릴 것은 확실하게 버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버릴 것이 무척 많습니다. 먼저 골프채부터 없애야겠습니다. 더 이상 골프로 저의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하기 싫습니다. 그리고 모임을 대폭 줄여야 되겠습니다. 천안에서 사는 동안 전혀 모임이 없을 수 없겠지만 ‘미래경영포럼’ 하나만 하고 나머지는 모임에서 빠져야겠습니다. 그러자면 당연히 약속이 줄어야 하겠죠. 가능한 잡지 말아야겠습니다. 약속이 없는 날 하루 종일 책을 보며 글을 쓰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시간으로 구성하고 싶어졌습니다. 저와 가족을 위해 제가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아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나의 장점이 만남과 관계 속에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도 버리는 과정에 챙겨야 할 일 것입니다.

이제 여행은 끝났습니다.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온 것이죠. 이번 여행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고 할 일을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제 미래 한 축을 차지할만한 의미 있는 휴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여행이란 것을 열심히 일한 다음의 보상이나 나이 든 다음의 여유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젊은 시절에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비즈니스를 위한 투자와 휴식이라고 여겼으면 합니다. 단지 호사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긴 시간이었고 아주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일년의 큰 그림들도 그린 느낌입니다. 내년에는 또 어디를 갈까하는 설레임에 하루가 성큼 지나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동남아 여행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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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국
2006.02.11 06:33:26 *.224.196.226
지금까지 박노진님의 긴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여행의 끝이 변화의 시작이네요.
이번 여행이 노진님의 영어, 생활의 잔가지 치기, 건강, 공부,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구소장님과의 장시간 여행중 삶의 체험을 통해서 농축된 노하우를 많이 배웠겠군요. 그게 부럽습니다.
멋진 기행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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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6.02.13 09:36:09 *.99.84.60
부럽습니다...^^
저도 내년쯤에 그 코스대로 부친과 함께 다녀올 계획입니다.
늘 여행을 만나고 떠나면서 버릴것은 버리면서
다시 채워오는 것 하나의 기회 같습니다.
깔끔하면서도 넉넉한 멋진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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