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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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생 시절부터 다녔던 교회에는 몸이 불편한 형이 한 명 있었다. 소아마비로 인해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어” 하는 소리 뿐이었다. 휠체어를 타지는 않지만, 그가 걷는 모습은 한 쪽 팔로 허공을 내저어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소아마비 장애인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나는 그 형이 찡그리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늘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기며 꼭 안아 주었고, 기도할 때에는 누구보다 간절히 기도를 하던 형이었다. 물론 기도할 때에도 “어어” 하는 소리뿐이었지만 말이다.
한 번은 학교 앞에서(형의 집이 우리 학교 근처였다) 형을 만난 적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던 형은 함께 있던 여자 분을 형수님이라고 나에게 소개했다. 나는 아무개라고 소개하면서 마음 속으로 감동을 받았다. 몸이 불편한 시동생을 함께 데리고 다니는 형수의 얼굴이 화평,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형의 웃는 모습 또한 행복, 그 자체였다.
나는 형의 불편한 몸이 딱하여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형, 이 땅에서는 비록 형이 불편한 몸이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케 된다는 것 알죠? 그 때가 되면 저랑 마음껏 뛰어다녀요” 한 번은 형 옆에서 예배를 드렸던 적이 있었다. 설교가 끝나갈 무렵, 형은 봉투 하나를 꺼냈다. 감사헌금 봉투였는데, 헌금 시간에 예물을 드리려나 보다고 생각했다. 감사 헌금 봉투에 뭔가를 적고 있었는데, 아마도 감사의 제목이겠구나, 싶어 나는 무엇에 대한 감사 헌금인지 궁금하여 슬쩍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런! 형의 감사 헌금 봉투에 적힌 글씨는 ‘건강’이라는 두 글자였다. 맙소사! 온 몸이 불편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감사함이라니! 형은 이미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형이 딱한 게 아니라, 삶 속에서 감사함이 사라져버린 내가 딱하게 생각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감사함이 사라진다”는 직장 동료의 말이 떠 오른다.
이 한 해를 보내며 내가 감사할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또 내가 잊고 지냈던 감사한 분들에 대한 인사를 드렸던 것은 언제인가!
2005년이 가기 전에 감사함을 전하려면 서둘러야겠다.
- 2005. 12월
*
2005년 말에 썼던 이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동안,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절망감과 짜증이 나를 괴롭혔었죠.
그런데...
건조한 사막에 풀 한 포기가 돋아나듯이
내 힘겨운 마음 속에서도 희망과 감사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감사의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이것은 분명 희망의 씨앗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삶의 한쪽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머지 기반은 여전히 나를 떠받치고 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젊고, 다니고 있는 직장도 있다.
게다가 나는 몸이 건강하지 않은가!(비록 이가 좀 아프지만.. ^^)
여전히 감사꺼리가 무궁무진한 것이다.'
연구원에 최종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감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분명 데이터를 소실하기 전보다 조금 더 자랐습니다.
간디(?)의 말씀이 맞는지 실험해본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겪은 고난만큼 성숙한다."
고난을 겪지 않고도 성숙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실수하고 깨지고 고난을 당하며 성숙하는 놈인가봅니다.
현자는 다른 이의 실수를 통해서도 배우지만,
바보는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말도 기억나네요.
만약 제가 현자다움에 가까웠다면, 다른 이들의 데이터 소실을 통해
나 역시도 조심스러워했겠지만, 전는 분명 바보다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의 실수(하드디스크 데이타 몽땅 소실)를 통해
백업의 중요함(^^)을 느끼시는 현자가 되시길 두 손 모아 빕니다...
저는 또 다시 감사함으로 오늘을 살아가렵니다.
IP *.232.104.112
한 번은 학교 앞에서(형의 집이 우리 학교 근처였다) 형을 만난 적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던 형은 함께 있던 여자 분을 형수님이라고 나에게 소개했다. 나는 아무개라고 소개하면서 마음 속으로 감동을 받았다. 몸이 불편한 시동생을 함께 데리고 다니는 형수의 얼굴이 화평,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형의 웃는 모습 또한 행복, 그 자체였다.
나는 형의 불편한 몸이 딱하여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형, 이 땅에서는 비록 형이 불편한 몸이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케 된다는 것 알죠? 그 때가 되면 저랑 마음껏 뛰어다녀요” 한 번은 형 옆에서 예배를 드렸던 적이 있었다. 설교가 끝나갈 무렵, 형은 봉투 하나를 꺼냈다. 감사헌금 봉투였는데, 헌금 시간에 예물을 드리려나 보다고 생각했다. 감사 헌금 봉투에 뭔가를 적고 있었는데, 아마도 감사의 제목이겠구나, 싶어 나는 무엇에 대한 감사 헌금인지 궁금하여 슬쩍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런! 형의 감사 헌금 봉투에 적힌 글씨는 ‘건강’이라는 두 글자였다. 맙소사! 온 몸이 불편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감사함이라니! 형은 이미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형이 딱한 게 아니라, 삶 속에서 감사함이 사라져버린 내가 딱하게 생각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감사함이 사라진다”는 직장 동료의 말이 떠 오른다.
이 한 해를 보내며 내가 감사할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또 내가 잊고 지냈던 감사한 분들에 대한 인사를 드렸던 것은 언제인가!
2005년이 가기 전에 감사함을 전하려면 서둘러야겠다.
- 2005. 12월
*
2005년 말에 썼던 이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동안,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절망감과 짜증이 나를 괴롭혔었죠.
그런데...
건조한 사막에 풀 한 포기가 돋아나듯이
내 힘겨운 마음 속에서도 희망과 감사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감사의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이것은 분명 희망의 씨앗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삶의 한쪽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머지 기반은 여전히 나를 떠받치고 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젊고, 다니고 있는 직장도 있다.
게다가 나는 몸이 건강하지 않은가!(비록 이가 좀 아프지만.. ^^)
여전히 감사꺼리가 무궁무진한 것이다.'
연구원에 최종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감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분명 데이터를 소실하기 전보다 조금 더 자랐습니다.
간디(?)의 말씀이 맞는지 실험해본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겪은 고난만큼 성숙한다."
고난을 겪지 않고도 성숙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실수하고 깨지고 고난을 당하며 성숙하는 놈인가봅니다.
현자는 다른 이의 실수를 통해서도 배우지만,
바보는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말도 기억나네요.
만약 제가 현자다움에 가까웠다면, 다른 이들의 데이터 소실을 통해
나 역시도 조심스러워했겠지만, 전는 분명 바보다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의 실수(하드디스크 데이타 몽땅 소실)를 통해
백업의 중요함(^^)을 느끼시는 현자가 되시길 두 손 모아 빕니다...
저는 또 다시 감사함으로 오늘을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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