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idgie
  • 조회 수 2099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7년 8월 12일 23시 24분 등록
시댁에서 달려오는 차안에서
우리 먹이시느라 정작 본인은 입맛을 늘상 잃어버리시는
어머님의 공복에 마음이 꾸물댄다
머리 뒤꼭지가 땡겨지는 것 같다
가로등 불빛에, 앞뒤로 제갈길찾아가는 차들의 불빛에
자가용시트위로 차장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투명한 그림자로 흐른다

현미경속에 꾸물대는 양파세포 무늬를
투명하게 만들며 입은 옷과 피부위로 흘러들어간다.
내맘에도 비 그림자가 들이친다

헐거워진 물방울 그림자가
물속에서 운전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내 안의 많은 얼굴들이 지나간다
사람이 경영하는 것의 결국을 따라가본다
머리속에서는 어떻게 수습하면
마치지 못한 지난주의 업무와 관련 공부
돌려놓고 축축히 세탁조속에서 빨래마침벨을 울리며 침묵에 들어간 세탁기
늘 미루는 방청소와 화장실 타일 청소
아기 목욕과 기저귀널기
예배도 드리지 못한 일요일밤
일 한 것도, 일 안한 것도 아닌 하루하루가 버티어간다

일의 쬐꼬만, 작은 성과를 표시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에 서툴러 쉬 지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이제는 이십대처럼 스스로를 낙심가운데 놓아두지는 않지만,
그 낙심이 만든 쓴 뿌리가 준 고통을 때때로 맛보게 된다.
깊이 뿌리내린 그것들을 뽑아 버리려고
하나님과 혼자 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니간다

그런 부분을 저만치 밀쳐두고 일상의 리듬을 따라가려고 애쓰다가
쉽게 공허에 혼자있음의 허기에 헉헉 숨이 차는 것은 아닌지
일상이란 때때로 주어진대로 살아가기위해
아픈 웃음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조금은 과장된 헛웃음을 반복하는 일에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옆집앞집 세탁기도 제할일을 마친 조용한 한 밤이면
홀로 넋놓기 싫어 TV소리에 남은 시간을 흘려두는 그런 일인지도 모른다.

비는 그치고 뜨겁게 달아오른 승용차를 두고
집에 들어와 다 돌려진 세탁물을 널고 개면서
내 맘속의 갤 것들을 개고,
널어 말릴 것을 털어 넌다.
영혼의 선풍기를 돌려볼 일이다.




IP *.142.161.2

프로필 이미지
다뎀뵤
2007.08.12 23:39:39 *.6.39.173
언젠가 언니집 마루에서 차곡차곡 빨래를 개던 기억이 난다.
그처럼. 맘속의 갤것들도.
언니가 지칠땐 내가 도와주고.
내가 귀찮을땐 언니가 도와주고.
그럴수 있으면 좋겠다. 그치?
프로필 이미지
한정화
2007.08.13 00:21:33 *.72.153.12
빨래나 청소 좀 미루면 어때요.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개운한 맛도 있고 좋던데... 선이씨 복숭아 먹고 힘내요.

프로필 이미지
명석
2007.08.13 09:50:00 *.209.112.197
요즘은 나도 자꾸 시가 쓰고 싶네요.

전에 시쓰는 분들 보니까, 한 번 머리에 떠오르거나, 일단 쓴 초고를 몇 개월씩 끌어안고 고치는 것 같았어요. 가끔 올려주는 선이님 글 중에서도 특히 윗 글은 마치 원석처럼 반짝이는군요!

두고두고 만져서, 선이님의 보석상자에 제일먼저 넣어두기를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74 꿈벗 봄소풍은 언제하려나 [28] [15] 운제김달국 2010.04.07 117549
3573 엑스터시 가설 바람95 2016.08.19 44454
3572 구본형 MBC TV 특강 - 11월 26일 수요일 1:35분 [6] 부지깽이 2008.11.24 38617
3571 Love Virus 그림엽서 신청하세요 file [1] 타오 한정화 2014.10.31 29531
3570 자연을 그.리.다. 생태드로잉 수업합니다! file 미나 2014.09.10 26486
3569 파일첨부 안되는 경우 참고하세요 file [20] [10] 관리자 2008.12.30 23916
3568 <내 인생의 첫 책쓰기>프로그램에 참여할 22기를 모집합니다 오병곤 2022.06.21 22362
3567 한쪽 방향으로만 도는 기어 file [1] [29] 한정화 2009.11.29 22008
3566 -->[re]사이트 개편에 적응이 안되네요^^ [1] 운영자 2003.01.22 21796
3565 연구원/꿈벗 리프레쉬 강좌 참여자 모집 [4] 부지깽이 2012.10.31 16771
3564 이직 이야기 3- 이직 후 적응이 어려운 다섯가지 이유 [2] [1] 교산 2009.02.12 16590
3563 MBC 다큐멘터리 가장슬픈 이야기 풀빵엄마... 강호동 2010.01.06 15341
3562 -->[re]사이상에서의 명칭(인격) 대해 [6] 테리우스 2003.01.26 15276
3561 책을 읽다 보니, [1] 구본형 2003.02.05 14999
3560 꽃동네에서 꽃은 떨어졌다 [2] [1] 꽃동네후원자 2003.01.29 14579
3559 <삼성레포츠센터> 글쓰기입문강좌 4주 [1] 한 명석 2014.12.11 14167
3558 20대를 위한 나침반 프로그램 안내 file [22] 박승오 2008.12.22 13663
3557 사이상에서의 명칭(인격) 대해 오태진 2003.01.26 13509
3556 책을 다시 읽으며........ [3] 이운섭 2003.01.28 13499
3555 자연의 마음으로 구본형 2003.02.03 13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