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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4일 00시 41분 등록
< 프롤로그 >

세상에나.. 세상에나.. 메이저리그 경기를 마니도 봐왔지만 오늘처럼

재미있게 본 적은 없었던거 같다. 아마도 우리와는 감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미국관중들도 꽤 재미있는 경기로 기억할만큼 볼꺼리의 잔치가 아니었나 싶다.

이번 경기는 MLB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던 엑스포츠로부터 KBS가 매우 거액을주고 중계권을 따낼만큼 원잭을 비롯한 국내팬들에게 흥미만점의 경기였는데 KBS고위층은 그들의 결정에 흐뭇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화질때문에 공중파를 선택했지만 그들의 중계능력, 더 정확히 말하면 관전에 재미를 더해주는 멋진 해설이라는 측면에서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몇번인가 본 적이 있는듯한 KBS의 해설자는 기대이상이었다. (박식한 MLB정보에 차분한 어조 그리고 타이밍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또 다른 MLB 해설의 강자의 등장이다..박수)


<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 >


캐스터의 말처럼 코리언 메이저리거들간의 선발 맞대결에서 누군가를 편애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저 둘 다 호투하다가 한 사람은
승리투수가 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승패없이 물러나는 정도가 원잭을 비롯한 MLB 팬들이 바라던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다.

해설자는 한가지 참고할 수 있는 논거를 대며 서재응의 승리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모습이었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 서재응 선수는 냉정하게 말하면 선발자리가 여전히 불투명할 수 밖에 없는 팀의 제 5 선발이고, 김병현 선수는 비록 팀의 4선발이지만 확고부동한 신임을 얻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재응 선수의 승리가 더 필요하다. "

어쨌든 오늘 경기를 바라보는 한국팬들의 심정은 영화 '주먹이 운다'의 라스트 경기씬에서 최민식과 류승범 사이에서 하릴없이 무승부를 기대하던 영화관객들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 밀고 당기고 엎어지고 넘어지고 환호하고.. >

오늘 경기에서 양팀의 야수들은 코리언 메이저리거 두 사람을 울리고 웃겼는데
결과론적으로 최후의 미소를 지은 사람은 서재응이었다. 서재응은 백업멤버들의 에러로 맞은 초반의 위기를 퍼칼, 켄트, 드류 등의 호수비 덕분에 넘김으로써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타선의 반격을 예비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최고의 '도우미'는 단연 퍼칼이다. 올시즌 극심한 타격부진으로 먹튀의 오명을 쓰기 일보직전이었던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최고의 어깨' 퍼칼은 결정적인 홈송구와 병살타 유도, 그리고 폭넓은 수비력까지 선보이며 흔들리고 있던 서재응을 몇번이고 구해내고야 만다. (정말 귀여운 놈이 아닐 수 없다..^^)

김병현 역시 비록 패전투수가 되는 빌미를 제공하는 에러에 울었지만 초반의 작은 위기를 아도인의 송곳같은 도루저지와 좌익수 할러데이의 다이빙 캐치 등으로 넘기면서 추가실점하기 전까지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비자책 2실점의 빌미가 된 헬튼의 에러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김병현을 공범으로 지목해도 무방할 정도로 공동책임이 있는 것이었으니 그를 굳이 탓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헬턴은 그가 왜 콜로라도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10년 이상 꾸준하게 군림하고 있는지를 오늘 경기에서도 보여주었는데 바로 이 장면이다. 웬만해선 삼진을 당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헬턴은 서재응의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했지만 낫아웃 상태에서 결사적으로 그를 태그해서 아웃시키려는 포수를 피해 1루로 전력질주하는 신인같은 플레이를 보여준다. 쉽게 보기 어려운 '스타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잠시 뭉클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퍼칼의 송곳같은 홈송구에 의해 아웃된 코니 설리번의 플레이인데 구심에게 어필했던 허들 감독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슬로운 비디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다저스 포수 마틴의 홈 블로킹에 영향을 받은 설리번의 핸드터치가 홈플레이트에 살짝 못 미쳤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중계내내 집요한 MLB의 중계진은 콜로라도의 주루코치를 역적으로 만드는 분위기였는데 설리번의 경우도 그렇고 두번째로 아웃된 경우도 오롯이 다저스 수비진의 신들린 듯한 호수비가 없었다면 충분히 뺑뺑이를 돌릴만하지 않았나 싶다..^^


< 또 다른 재미 - 재응과 병현의 타력 겨루기 >


다들 느끼셨겠지만 오늘의 재응과 병현 두 사람은 평소에 '타격에 신경쓰지 않는 투수들' 답지않게 다부진 타격을 선보여서 국내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타율 0할을 자랑하는 병현보다야 재응이 한수 위인 것은 틀림없으나 한 경기에 3개의 안타를 그리고 역전 2타점을 우습게 기록하는 찬호를 떠올려 보면 두 사람의 타격은 어린애들 장난이라고나 할까..ㅋㅋ

암튼 광주일고 선후배간이라는 특별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 몰라도 오늘만은 두 사람 모두 한번 한번의 공격기회를 쉽사리 넘기는거 같지 않았다. 물론 죽일듯이덤벼드는 독종과 같은 모습이라기보다는 둘 다 미소를 지으며 게임을 즐기는 와중에 있었지만 말이다..

결과는 두 사람 모두 무안타에 그쳤지만 김병현의 우익수 플라이, 서재응의 1루수 강습땅볼은 두 사람 모두를 잠깐동안 놀라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4회와 5회 공수교대 과정에서 두 사람이 연속으로 타석에 들어설때 원잭은 잠깐동안 국내 프로야구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말해 무멋하겠는가..ㅋㅋ


< 올시즌 재응과 병현의 현주소 >

먼저 뒤늦게 선발진에 합류한 병현을 살펴 보자.. 고무적인 사실부터..

오늘 경기에서는 최고구속이 90마일에 못 미쳤지만 이전 경기에서 보여준
전성기때를 방불케 하는 병현의 직구구속은 그가 여전히 닥터 K의 자질을
보유하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이닝당 한개꼴의 삼진율을 보라..)

이와 동시에 흔들렸던 제구력이 완전히 제자리를 찾았다. 오늘 경기에서도 비록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하나씩 내주었지만 한창 부진했던 시점에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지던 모습을 온데간데 없으니 감사할 수 밖에.. 사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제일 싫어하는 투수가 볼넷을 밥먹듯이 내주며 스스로가 위기를 자초하고 투구수를 하염없이 증가시켜 가는 것인데 한때 김병현이 그런 과였다..

위에 언급했던 제구력의 향상은 더 정확히 말하면 김병현의 공격적인 투구패턴의 선물일 수도 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구성향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당하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안타와 볼넷을 맞바꾸는 것이 그에게 여전히 유리함을 병현은 알고 있는듯 하다.

병현도 그렇고 재응도 그렇고 한참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경기를 보면 예외없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안타를 맞을지언정 투구수의 절약과 노림수를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공들여 안착시켜야 할 부분이다.


중계때마다 WBC 후유증이 거론되는 재응을 살펴 보자..

후유증.. 없을 수는 없지만 찬호나 병현을 참고해 보면 절대적인 요인이라 할 수 없다. 어쨌든 그의 성적과 팀에서의 위상이 말해주듯이 현재까지의 재응의 페이스는 평균선을 간당간당하게 힘겹게 지켜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그는 불안한 5선발일 수 밖에 없는데 관건은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느냐가 아닌가 싶다.

가장 걱정이 되는 스탯은 재응의 피홈런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작년 90이닝을 소화하면서 9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던데 반해 올해 46이닝에 벌써 8개의 홈런을 얻어맞고 있다. 거의 두배 정도 피홈런이 늘어난 것이다. 강속구보다는 컨트롤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매덕스류의 재응이 이런 추세로 홈런을 허용한다면 지금의 선발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늘어난 피홈런의 원흉은 실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도 변화구보다는 직구 제구력이 문제다. 구속이 더욱 떨어진 재응의 직구는 좌우상하 모든 면에서 매덕스를 연상시켰던 칼날같은 제구력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나마 체인지업의 날카로움이나 나머지 변화구는 그를 겨우 지탱해 주고 있는데 그것도 실투와 상관없이 타자들이 무시무시하게 때리는 날에는 전혀 대책이 없음이다.

오늘 경기에서 비록 재응이 승리투수가 되었지만 야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초반에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재응 역시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과 마찬가지로 실점 이후에도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경기에서도 재응은 4회부터는 매우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참을성 없어 보이는 그래디 리틀감독에게 약간의 손도장을 받아둔게 아닌가 싶다..^^

직구구속 회복과 코너웍을 가능케 하는 제구력의 회복이 뭐 후다닥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항상 노력하는 스마트 가이답게 재응이 시즌이 거듭될수록 일신우일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하는 바이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좀 더 했으면 좋겠구..)


< 에필로그 >

오늘을 기점으로 선우도 빅리거로 복귀해서 더 많은 코리언 빅리거들간의 선발 맞대결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허들 감독이 선우에게 웨이버공시의 아픔을 준다면 원잭은 주저없이 그가 경기때마다 가지고 노는 야구공에 똥을 묻혀버릴 것이다..^^)

찬호 VS 병현, 찬호 VS 재응, 선우 VS 재응.. 이런 자막만으로 벌써 흥분되지 않는가..게다가 최희섭까지 빅리거로 복귀해서 좌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팡팡 날려준다면 일본의 이치로나 마쓰이가 전혀 부럽지 않음이다..

다가오는 6월은 월드컵과 더불어 코리안 빅리거들의 연일 계속되는 호투에 눈과 귀를 저당잡혀야 할 듯 싶다.. 그 때를 대비하여 몸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1구 1구에 집중하며 지켜보는 것도 얼마나 체력을 필요로 하는지 매니아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모든 분야의 빅리거들에게 광영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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