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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7일 00시 21분 등록
< 프롤로그 >

원잭은 사실 축구 매니아는 아니다. 그저 국대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일뿐.. 그런데 축구전문가 수준에 도달해 있는 데미트리오와 말을 섞다 보니 어느새 매니아가 되고 싶다는 바램이 생겨버렸다.. 물론 바램만 가진다고 다 축구전문가 되는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지난번 재응과 병현이 선말 맞대결을 펼치던 날,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지켜보면서 나도 데미트리오처럼 그 경기의 여운을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바로 오늘 있었던 경기를 기둘리며 키보드에 기름칠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ㅋㅋ

글을 쓰기전에 이런저런 생각에 혼자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는데, 요런 방식으로 써볼까 저런 방식으로 써볼까 여러번의 저울질 끝에 손가락이 가는대로 쓰기로 결정하고야 말았으니 이 얼마나 허망한 고민이었던가.. 원잭 손가락의 선택을 한번 지켜들 보시라..


< 박지성, 이을용, 이영표가 보이는 풍경 >

모두들 느끼셨겠지만 오늘 경기를 앞두고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지난 세네갈전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출장하지 않았던 이 세명의 주축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팀에 새로운 에너지를 얼마나 부여해 줄 것인지 여부였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들의 바램에 제대로 부응했고 이들이 합세한 한국팀은 역시 강팀일 수 밖에 없었다.

오늘 경기 최고의 수훈선수를 원잭한테 꼽으라 한다면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을용에게 한표를 던지겠다. 그만큼 오늘 그의 활약상은 대단한 것이어서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는 김남일에게 기대했던 경기조율은 물론이고 가로채기에 의한 역습과 침착한 크로스로 여러번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는데 오늘 국대팀의 첫번째 킬러 안정환과 박주영의 컨디션을 원망해야만 했다..ㅜㅜ

박지성은 또 어떤가. 전반전 네티즌 평점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그의 몸놀림은 팬들의 한없이 높은 기대수준에 비추어 볼 때 못미치는 것이었지만 후반들어 해설자의 표현대로 습격자로서의 명성에 걸맞는 파괴자로서 보스니아 수비진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고 국대 최고의 프리킥 유발자답게 좋은 위치에서 몇번의 프리킥을 얻어내는 보너스까지 팬들에게 선물했다.

이영표는 역시 자신의 평소 스타일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견실한 플레이로 세네갈전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던 수비진의 안정을 꾀하는데 힘을 보태주었다. 다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예의 그 날카롭고 시원한 돌파에 의한 크로스를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 돌아온 이천수, 그리고 도우미 박주영 >

요즘 이천수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거의 모든면에서 국대선수 중 최고의 컨디션 상태에 있음을 항상 확인할 수가 있는데 오늘도 이천수는 2002년 전성기를 능가하는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전반전에서의 그의 활약은 다소 부진했던 다른 선수들에게 회복할 기회를 주었으며 후반전 들어 그 효과는 명백히 드러난다.

여전히 이천수는 킬러보다는 찬스를 만들어내고 기술적이고 위협적인 프리킥 전문키커에 더 잘 어울리지만 웬지 월드컵 본선에서 일을 저지를 것 같은 행복한 예측을 해본다. 또한 윙백으로서 그의 크로스는 충분히 위협적이고 정확해서 오늘도 설기현의 첫골을 이끌어 내고 여러번의 찬스를 만들어 냈다.

그에게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근성이 지나쳐서 위험한 파울플레이가 많다는 것이다. 평가전에서야 경고를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플레이수준이겠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플레이라는게 원잭의 생각이다. 모두들 기억하시는 왼발의 달인 하석주의 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천수의 과도하게 거친 플레이는 분명 제어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박주영의 플레이를 보다 보면 역시 그에게 조금 더 성인축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그것도 유럽의 거친 수비수들과 몸을 섞을 수 있는 기회가 말이다.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던 환상적인 드리블 솜씨나 브라질 선수를 연상케 하는 페널티라인 안에서의 현란한 개인기와 침착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부분 한덩치하는 수비수들과의 치열한 몸싸움과 강력한 대인마크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세네갈전과 오늘 경기에서 연속으로 보여준 그의 침착하면서도 완벽한 어시스트 능력이다. 골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박주영의 어시스트는 순도 90% 이상의 공헌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것이었다. 이것은 또 다른 킬러본능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박주영에게 한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근성'에 관한 것이다. 지금의 박주영의 모습에는 메이저리그에서 그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쪽선수로 남아 있는 최희섭의 순둥이 기질이 보이는건 원잭만의 생각일까. 나도 안다. 최희섭이나 박주영 그대들 모두가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러나 적어도 경기에 들어갔을때 그대들 안에 또 다른 야수를 불러내주길 바란다. 그건 아마도 이천수 선수의 경기모습을 벤치마킹 하다 보면 분명 조금 더 강해진 그대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아드보카트의 진면목 >

잠깐 세네갈전이 끝나고 나서 데미트리오가 쓴 글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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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를 보면서 후반전이 되어서야 미심쩍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저는 오늘의 경기가 아드보카트 감독의 연막전술이 아닌가 의심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평가전에서라면 선수를 많이 교체시키면서 이런저런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늘은 좌우날개 정도만 박주영과 정경호로 교체했을 뿐 나머지 멤버들은 그대로 뛰게 했습니다. 의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를 '오늘 많이 보여줄수는 없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세네갈은 토고와 싸운 팀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비교가 가능해 전력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르겠죠. 또 하나는 미드필드진의 구성입니다. 아시는 바대로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이을용이 모두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요. 이 4명은 제가 예상하는 토고전의 스타팅 멤버들입니다. 이들이 컨디션이나 부상의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 초반 미드필드 싸움에서 번번히 세네갈의 두터운 미드필더들에게 볼을 차단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후반에 이들을 출전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세번째는 전술적인 변화가 거의 없다 시피 했다는 것인데요. 물론 소집된지 일주일만이라 전술적인 훈련이 미진했다고는 하나 포지션이동 등의 다양한 작전구사가 눈에 띠지 않았다는 것도 예전의 아드보카트 감독을 감안한다면 좀 의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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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트리오의 지적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것이었다. 내심 공감하면서도 1% 정도의 의구심을 가지고 오늘 경기를 지켜보았던 원잭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리가 감독 하나는 제대로 뽑은거 같다. 확실히' 그랬다. 그는 '승리에 익숙해져야 한다'라는 의미심장한 자신의 말을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파괴력 있는 원톱으로서의 조재진에 대한 실험, 김영철&김진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포백라인에 대한 시험가동, 설기현의 윙플레이에 대한 지극한 관찰, 그리고 선수교체때마다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발휘하는 박지성의 활용까지 한국팀의 다양한 전술운용을 마음껏 보여준 것이다.

그가 있는한 우리 국대팀에서 감독의 영역은 절대 걱정할 필요 없음이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할때면 왜 차범근에게 히딩크나 아드보카트에게 보여주었던 신뢰와 절대적인 지원을 보내지 않았는지 또 한번 아쉬울 뿐이다. 아마도 우리는 다음 월드컵에서 홍명보나 황선홍이라는 우리네 토종 감독들의 지휘하에 월드컵 무대를 밟는 국대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 광고에 묻힌 유상철의 은퇴식 >

MBC 중계를 지켜보면서 그들이 외치는 한국축구에 대한 사랑이 상업성을 조금이라도 포장하고자 하는 공허한 외침이라는 것을 확인한 대목이 있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그들은 하프타임때 우리들의 영원한 유비 '유상철'의 은퇴식이 있었음을 아주 짧게 그것도 그들이 보조 해설자로 영입한 김태영 선수의 침묵을 설명하는 용도로 소개했던 것이다.

절친한 동료였으며 먼저 은퇴식을 치뤘던 김태영의 울먹거림을 느끼며 왜 시청자들이 사랑해 마지 않았던 또 한명의 태극전사 유상철의 감동적인 은퇴식대신에 지겨운 광고만을 봐야만 했던 것일까. 물론 나도 안다. 그 하프타임때의 광고가 얼마나 중요한 방송사의 수익원인지. 근데 말이다. 그래도 다 줄이지는 않더라도 광고 몇개만 줄이고 그의 은퇴식의 일부만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그리도 불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누굴 탓하겠는가. 자본주의를 탓할 수 밖에..ㅜㅜ

선수시절 그 누구보다도 유상철 욕을 많이 했던 원잭이지만 철들고 나서는 그가 뭐 하나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 없어서 멀티 플레이어가 아니라 몇 안되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로서 국대팀에 소중한 밀알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그가 보게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졸필이지만 이 지면을 통해 그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노라고, 그리고 훌륭한 지도자로 우리앞에 다시 서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 에필로그 >

이제 국내에서의 평가전은 모두 마쳤다. 남은 2번의 평가전을 기대하면서 몇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오늘 분명히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보스니아는 가상의 스위스전으로 그대로 대체시키기에는 2% 부족한 팀이었다는 것, 둘째, 안방에서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홈 어드밴티지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물론 국민들의 거리응원의 열기가 공간을 초월해 그들 가슴에 전해지겠지만)을 모든 선수들이 염두해 두었으면 좋겠다.

독일에서 그들이 보여줄 또 한번의 승리는 분명 우리가 강팀임을 다시한번 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킬 것이고 우리 국민들에게는 또 한번 자부심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추동해갈 에너지를 선물하게 될 것이다. 우승확률 1.9%보다는 8강진출 확률 23.8%(참가국 중 14위 확률)를 주목해 보자. 그럼 즐거운 월드컵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국대 앞날에 광영 있으라..^^
IP *.140.1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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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5.27 13:35:25 *.145.231.47
원잭 그대의 매력이 듬뿍 나타나는 글은
바로 생활글이구려.
현실에서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생생함이야말로
그대를 위해 만들어진 느낌이라오.
언제부턴가 그대가 이곳에 둥지를 튼 이후부터
시골장터같은 부산함이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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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이드잭
2006.05.28 12:17:11 *.140.145.120
시골장터같은 부산함이라.. 좋네요..^^
누군가에게 열정을 전염시키기 위해서는 제 자신부터
항상 타오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즐겁게..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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