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아이드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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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진짜진짜 올만에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곰곰히 가장 최근에 봤던 영화와의 간격을 헤아려 보니 글쎄 거의 한달 정도나 되었던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편 정도는 봐줘야 삶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었던 원잭의 과거를 감안해 보면 살아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암튼 오늘은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무조건 두편 이상 때려주리라 굳게 다짐했고 저녁 약속만 아니었다면 세탕을 뛰었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조조할인으로 가배얍게 감상하게된 '아치와씨팍'에 대한 이바구부터 시작하련다.. 미리 한마디 하자면 이 영화, 물건이다..ㅋㅋ
< 헤드카피가 부끄럽지 않다 >
'불타는 18청춘을 위한 블록버스터급 몹시 양아치 액숀'. 일단 키워드를 골라보자.. 몹시, 양아치, 액숀이 정답되겠다.. 아마도 당영화를 우연히 관람하게된 일부 극소수 바른생활 사나이나 아가씨들에게는 몹시 불쾌하거나 저질스럽게 비추어질 수도 있으나 대다수 양아치 근성이 살짝꿍 감추어져 있는 관객들에게는 오랜만에 맛보는 순수국산 쾌변용 영화가 될 것이다. 원잭도 그랬으니까..^^
솔직히 일상생활에서 시원스럽고 게걸스럽게 욕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의 눈치도 봐야 하고 자신의 교양을 의심받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인데 우리는 흔히 또래의 동창들을 만났을 때나 흉금없는 불알친구를 만났을 때 아주 가끔씩 편안한 마음으로 '욕설'이 주는 별미스런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당 영화의 제작진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거 같다. 시종일관 욕이 빠지질 않는다. 그냥 거의 대부분 욕이 동반된다고 보면 된다. 조금 지나다 보면 너무나 익숙해져서 이렇게 욕으로 도배된 생활이 우리들이 일쌍다반사로 느껴질 정도이니 더이상 설명이 무색하다..ㅋㅋ
< 패러디와 액숀의 만남 >
일단 당 영화 걸죽하게 패러디를 준비하고 있다. 패러디 성찬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레시피는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미저리', '인디아나 존스', '매트릭스' 등등이다(이외에도 많은 영화들이 있는데 댓글로 제보바람..^^). 미저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양아치 액숀영화답게 액션 어드벤처 무비들인데 미저리도 따지고 보면 살벌한 액숀물이니 한자리 낄 자격은 충분해 보이고 영화속에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당 영화에서 액숀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프랑켄슈타인과 인크레더블의 히어로를 섞어 놓은거 같은 캐릭터 '게코'다. 이 캐릭터의 액숀씬을 감상하다 보면 수많은 액숀 히어로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얼핏 이퀼리브리엄의 총검술, 네오의 순간멈춘씬, 결코 소멸되지 않는 터미네이터의 잔영들이 담겨져 있다. 게다가 이 캐릭터는 거의 대사를 날리지 않고 오로지 액숀에만 몰두하는 집념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끝까지 압도한다.
보자기 갱단과의 여러번의 결투씬은 모두 흥미진진한데 그중에서도 보자기 갱단 두목과 벌이는 첫번째 결투씬과 갱도에서 또 다른 인조인간(로보캅 3에서 나왔던 닌자 사이보그를 연상케 하는)들과의 추격씬 등은 그 아이디어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 하다..
<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승리 >
당 영화의 기본배경이 되는 '똥'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하드'에 목매는 인간과 돌연변이 보자기 갱단들과 같은 설정은 정말 재밌는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쏟아지는 상상력의 성찬을 맛보는 재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전혀 주인공스럽지 않은 두 인물 아치와 씨팍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게도 쿨할 수 없다. 선악의 구도도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상식도 전혀 발붙일 곳이 없어 보이는 대사들과 이야기 전개는 빈약한 얼개로 가득찬 최근 영화들에 길들여져 있던 관객들에게 영화와 만화세계만이 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맛깔스러움을 제공한다.
< 골 때리는 캐릭터들의 향연 >
앞서도 언급했지만 당 영화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들은 만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 굳이 꼽으라면 멀대같은 외모에 성우스러운 목소리로 시종일관 개성없는 연기를 펼치다 최후를 맞이하는 부관 캐릭터 정도라고나 할까.. 하나같이 뽀다구 측면에서는 내세울게 없어 보이는 이 캐릭터들이 어째서 이리도 시선을 끌 수 있는지는 영화를 직접 보면 알게될 것이다. 암튼 하나하나 우리의 시선을 끄는 당 영화의 캐릭터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보자기 갱단 두목 - 신해철
당 영화의 주인공을 굳이 꼽자면 원잭은 무조건 이 캐릭터를 꼽을란다. 원잭이 좋아하는 신해철이목소리 연기를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캐릭터가 보여주는 단무과(단순.무식.과격)스러운 성격과 약간의 영악스러움 때문이기도 하다.
허름해 보이는 총 한자루와 말빨로 아줌마같은 다수의 보자기 갱들을 꼼짝못하게 하는 이 캐릭터는 후줄근한 외모와는 달리 카리스마가 있다. 마왕이자 교주인 신해철의 위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카리스마 말이다. 이 자의 대사를 끝까지 귀 기울이다 보면 매우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참조하시라.
호모에로틱 영화감독 지미 - 성우 미상
보자기 갱단 두목 다음으로 열연을 펼치며 끝까지 관객들을 쥐락펴락 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그가 선보이는 연기는 정말 변화무쌍한데 물론 '하드'의 힘이 끄다고 하겠다..ㅋㅋ 아마도 지미가 없었다면 우리는 당 영화의 기발한 패러디 장면을 감상할 기회를 원천봉쇄 당하지 않았을까..
그가 보자기 갱단 두목의 사주를 받아 창작해낸 시나리오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들짐승 소녀 캔디라니.. 이 대목에서 원잭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거의 쓰러질뻔 했다.. 모두들 당 영화 감상시 주목해서 보시길 바란다.
인조인간 첩보원 게코 - 성우 미상
위에서 여러번 언급했지만 다시한번 해부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다. 오프닝씬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게코는 여러번의 변신을 보여주며, 오로지 보자기 갱단의 섬멸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 영화에서 그의 공로를 감안해 보면 감독이 이쁜이와의 썸씽을 허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다. 어쩌면 속편에서 이쁜이와 사랑을 나누는 게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엽기소녀 정보부 국장 - 서혜정 (X-file의 스컬리)
씨네서울 정보를 보니 당 캐릭터의 목소리는 엑스파일의 스컬리란다.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라 했다. 게다가 위에서 한번 가배얍게 씹어준 부관의 목소리는 멀더라고 하니 이것 역시 재치있는 목소리 패러디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중요한건 목소리가 아니다..
이 캐릭터의 아우라는 아주 소녀스러운 외모에서 쏟아지는 정보부 국장다운 싸늘하고 거친 행동들인데 이 얼굴에 씨가를 빨고 재떨이를 날려 부하의 꼴통을 날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처음 등장과는 달리 허접한 최후를 맞이하여 원잭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만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쩝..
하드제조기 이쁜이 - 현영
솔직히 다른 캐릭터에 비해 공력이 딸리는 캐릭터지만 그래도 가장 섹시하고 독특하다는 점에서 껴주고 싶은 캐릭터다. 내용상으로 보자면 대단히 더티하고 불운한 캐릭터지만 현영의 목소리로 재잘되는 이쁜이는 언제나 당당하고 싸가지 없을 정도로 쿨하다. 특히 아치를 개무시하는데 일가견이 있는데 자신에게 뻑간 씨팍을 말은 안해도 좋아해 주는걸 보면 그녀는 어쩔 수 없는 한 남자의 사랑을 바라는 평범한 여자인가 보다..^^
왜 아치와 씨팍에 대한 얘기가 없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충고하나 하련다. 당 영화 주인공을 포스터에서부터 주리줄창 외치고 있는 이 두 캐릭터는 좀 심하게 말해서 바람잡이에 불과하다. 비록 류승범과 임창정(씨팍의 목소리에서 임창정을 느낀 분이 있다면 후사하겠다..ㅜㅜ)이라는 스타들이 목소리를 빌려 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캐릭터의 부족한 아우라를 채울 수 없음이다.
< 에필로그 >
어떤 블로거의 표현대로 이제 우리도 자랑할만한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를 갖게된거 같다. 축하할 일이다. 어찌 보면 잠재력에 비해 너무 늦은 결과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무려 칠년이라는 세월을 견뎌내며 이런 성과를 낸 제작진과 마왕 신해철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당 영화가 열심히 흥행하여 국산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활짝 열어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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