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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11일 22시 44분 등록

횡성군 둔내 자연 휴양림은 아름다웠다. 8평 정도로 똑같은 통나무집이 줄지어 서있는데, 집집마다 작은 발코니 앞에 키작은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놓았다. 자연 속의 집은 클 이유가 없다. 자연을 눈에 담고, 품에 안고, 들이마시며 사는 사람은 답답하지 않다. 2평정도의 방 하나에 대여섯 평의 거실이자 부엌, 그리고 앙증맞은 다락방으로도 주거공간은 충분하다. 여기에서도 세계적인 연구를 못하랴, 집필을 못하랴, 인류의 역사를 새로 써나갈 공동체를 못하랴.

우리가 묵었던 A-2호는 마침 그 라인의 끝집이어서 하늘을 찌르는 날렵한 전나무들에 접해 있었다. 평상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내 시선은 전나무를 못박혀 있었고, 내 마음은 시종일관 어떤 그리움에 취해 갔다. 이렇게 숲이 좋은 산자락 하나에, 꼭 요만한 통나무집이 몇 채, 개인적인 작업을 할 때에는 서로 피해주고, 사람이 그리울 때는 평상에 앉아 모깃불을 피우는 그런 꿈 하나.

사실 그렇게 요원한 꿈이 아니지 않나? 꿈벗과 연구원이 해를 더해 가며 충원되면, 공통관심사를 가진 그룹이 이합집산을 거쳐 성숙해져,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그 중에 자연과 명상, 축제를 선호하는 그룹이 풍광수려한 곳에 적당한 산자락을 잡아, 콘도식으로 공동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는 작업실로 누구는 명상실로 누구는 새로운 충전을 위한 휴식의 장으로 쓸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은 연구소 식구 전부를 초대하여 원시적인 축제의 장을 마련할 수도 있다.

다락방의 작은 창문에 불이 켜졌다. 내 그리움에도 불이 켜졌다. 집 앞의 작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키작은 나무 덕분에 문득 양인자의 아름다운 노랫말이 떠올랐다.


바람이 전하는 말

내 영혼이 떠나간 뒤에
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
어느 순간 홀로인듯한 쓸쓸함이 찾아올거야
바람이 불어오면 귀기울여 봐
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와하며
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갔느니
착한 당신
외로와도 바람소리라 생각하지 마

너의 시선 머무는 곳에
꽃씨 하나 심어 놓으리
그 꽃나무 자라나서 바람에 꽃닢 날리면
쓸쓸한 너의 저녁 아름다울까
그 꽃닢 지고나면 낙엽의 연기
타버린 그 잿속에 숨어있는 불씨의 추억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
<조용필 노래>




IP *.85.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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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7.12 09:53:55 *.118.67.80
미탄면이 동강 바로 옆에 있군요.
이 달 하순경에 동강 래프팅을 가기로 하고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익숙한 이름 '미탄'이 보이더군요.
누군가의 청춘이 묻어 있는 곳을 가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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