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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9일 00시 12분 등록

< 프롤로그 >



'살인의 추억'에 대한 알싸한 추억에 심취해 있던 원잭은 봉준호 감독이 그가 오매불망 구상해 왔던 한강의 괴물 이야기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에 귀를 쫑긋 세웠고 그렇게 시작된 기대감 넘치며 설레이는 기다림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의 신작은 원잭을 비롯한 관객들의 품평에 앞서 깐느에 모인 외국관객들에게 먼저 모습을 드러냈으며 국내의 찌질스런 언론들은 깐느에서의 호평을 발판삼아 이구똥성으로 '괴물만세'를 외쳐댐으로써 일말의 불안감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래도 그가 누구인가.. 박찬욱 감독과는 또다른 아우라로 우리를 웃기고 몰입하게 만들었던 봉감독 아닌가 말이다.. 국내에서의 시사회 이후의 일반 관객들의 평도 찬사일색인 이 영화의 개봉은 원잭으로 하여금 올만에 가슴떨림 증후군을 느끼게 할 정도로 오바스런 기대감으로 똘똘 뭉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코 해서는 안되는 오바스런 발언을 주위사람들에게 남발하고야 말았으니.. '이 영화는 한국흥행 역사를 다시 쓸 것이며, 기본적으로 세번 정도를 봐주어도 될만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뭐 이런식의 얘기였는데.. 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45도 각도의 OTL..ㅜㅜ





< '괴물'에 대한 감정결과 >



원잭은 나름대로 재밌는 영화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졸라 새로워야 하고, 호흡이 끊기지 않아야 하며, 어떤 형태로든지 절정이 분명해야 하며,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한다 정도로 정리가 될 듯한데 이런 기준을 비추어볼 때 당 영화는 딱히 원잭의 능력으로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을 여러모로 가지고 있다 하겠다. 그렇다고 결코 범작이랄 수 없는 수작임에는 틀림없는 것도 같으니 말이다.



이런 연유로 역시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원잭이 가장 뛰어난 영화평론가이자 감정사로 인정하고 있는 한동원님의 리뷰를 한편 살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이 분 역시 이례적으로 간단리뷰가 아닌 안간단 리뷰를 하신걸로 봐서 역시 당 영화가 보통물건이 아닌건 틀림없어 보인다.



http://www.handongwon.com/simple/simple151.html





< 관객이 바라는대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 감독 >



가장 중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박강두(송강호 분)는 전혀 중심인물답지 않다. 그의 어눌함과 모자람이 영화의 끝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았던 사람이 원잭만은 아닐듯한데 봉감독은 영화속 주연급 캐릭터들이 빈번히 보여주는 변신술을 결국 사용하지 않았고 다소 맥풀린 박강두의 일침씬 정도로 관객들을 달래는데 그치고 만다.



양궁선수 출신의 박남주(배두나 분)의 활약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예고편에서 원잭을 흥분시켰던 그녀의 활쏘기 장면의 결과는 영 엉뚱할뿐더러 '괴물'에게 그녀의 활은 결코 위협이 되지 못한다. 마지막 순간의 중요한 이동수단마저 되지 못했다면 더더욱 원망스러운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박남일(박해일 분) 캐릭터에서 그 이상의 액션씬을 기대하기는 무리일지 몰라도 그 역시 상대적으로 무언가 해줄 것이라는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물론 결정적 장면에서의 허탈한 실수 또는 불운이 가져다 주는 유머는 그럴듯 하지만 말이다.



이 밖에도 여러번 봉감독이 관객들의 기대감을 뒤엎는 장면들이 많은데 스포일러가 될 위험성이 있는 관계로 이 정도로 언급을 마칠까 한다. 다만 혹시나 하는 오해가 있을지 몰라서 하는 얘기인데 이러한 감독의 선택은 기존 상업영화에서의 오바스러움에 익숙해진 우리들이 눈높이를 개의치 않은 조금은 더 현실적인 묘사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 '괴물' 이야기 >



여타의 괴물 영화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은 출연분을 자랑하는 당 영화의 진정한(?) 주연 '괴물'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 보자. 크기는 소형버스 정도이고 스피드는 단연 느리다(순간 스피드는 또 다르긴 하지만). 살상능력은 그동안의 괴물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그 흔한 산성액체 무기와 같은 결정적 수단도 없고 그저 들이박고 꿀꺽 삼키고 꼬리로 냅다 차버리는 정도의 수준이다.



아마도 당 영화의 괴물은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게 틀림없어 보인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설정이며, 괴물을 탄생시킨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비해서는 이 생명체가 그닥 위험스럽지 않은 돌연변이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일단 모양새로 봐서는 기본적으로 어류(그중에서도 꼬리부분으로 비추어 볼 때 매기를 연상시킨다)인듯 하고 통조림속의 골뱅이의 튀틀린 몸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괴물의 아가리 구조는 영화 '불가사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그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괴물들에게 자주 차용되었던 익숙한 것이다. (당 영화의 괴물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이 괴물의 소리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엔딩 크레딧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터이니..^^)





< 영화속에 티나게 버무려진 메시지 >



봉감독이 당 영화에서 던지는 다소 직접적이고 단선적인 메시지는 오락영화를 관람하기 위한 관객들에게는 영화에 대한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분명하다.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적절하고 세련되게 버무려 있는지 또는 묵직한 여운과 가슴안에 울컥하는 마음을 끌어낼 정도의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인데 개인적으로는 봉감독답지 않은 서툰 시도라는 생각이다.



미군(미국)에 대한 것을 제외한다면 물론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촌철살인의 야유와 유머가 잘 버무려져 있으니 말이다. 굳이 대놓고 직접적으로 세상에 나쁜 놈들 졸라 많아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냥 와닿았으니까 말이다. 그런 봉감독도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자제력을 잃은듯 보이나 그가 던진 야유의 표현방법이 문제일 뿐이지 현재의 미국은 그런 비판이나 야유를 받아도 모자람이 없는 상태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 봉준호 사단 총출동하다 >



주연배우들은 아실터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그 유명한 '향숙이' 아저씨와, 송강호 형사의 꼬봉이었던 그 아저씨도 나온다. 역시 잠깐 얼굴을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특히나 '향숙이' 아저씨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열연을 펼쳐서 넘 반가웠다.. 잘 지내고 계신지 안부를 묻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김상경과 송재호 아저씨가 빠진 것이 아쉽기도 하고,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송강호와 배두나 두 배우가 부럽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 봉감독이 가장 극찬했다는 변희봉 아저씨의 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고, 이래저래 좋은 배우들은 역시 생명력이 있다.



다음 작품에서 어떤 배우가 새롭게 봉감독과 호흡을 맞출지, 그리고 기존의 봉준호 사단이 그의 새로운 작품에서 또 어떤 배역으로 등장하게될지 기대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다음 작품에는 웬지 송재호 아저씨가 다시 등장한다는데 한표 던지고 싶다..^^





< 에필로그 >



이리저리 빙빙도는 리뷰, 어쩌면 다른 분들이 이미 많은 이야기를 던지고 있기에 주변부를 배회하듯이 당 영화를 살펴 봤다. 그래서 결론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이다. 봉준호이기에 아쉽기도 했고, 봉준호를 생각하지 않으면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보면 걸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결작과 수작사이에서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평가될 수 있는 그런 영화인듯 싶다.



두번째 관람 이후에 혹시나 다른 느낌이 든다면, 더 숨어있는 매력을 찾을 수 있다면 행복해질 것 같은데 웬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난 봉준호 감독이 좋다. 박찬욱 감독만큼이나.. 그리고 그가 호흡하는 배우들이 좋고 그가 다음에 풀어놀 이야기도 역시 좋아하게 될 것이다..^^
IP *.140.1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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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6.07.31 12:03:54 *.99.82.60
바로 내 옆에서 본것 같은데.언제 저런걸 다 생각했수..
난 그냥 스토리따라가기 바빴는디..
영화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괜찮았습니다.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가끔 재밌는 대사와 감칠맛나는 연기가 괜찮더군요.
아쉬운 점은 괴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많은 메시지를 담아서 제가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듯합니다.
저는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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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안
2006.08.02 08:31:03 *.218.253.253
안녕하세요, 꿈벗 9기 '몽우', 아무도안 입니다.
저는 '괴물'이 개봉한대서, 한달을 별러 전야 상영때 보았습니다.
확실히 영화를 보면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다가는 속터져 숨넘어가는 면이 있습니다.
봉감독이 그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보면서 왜 저 가족이 저렇게 싸워야 하는지, 왜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지, 내가 도와주면 안될까? 안되겠니?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다고...
저 가족을 도와주지 않는, 혹은 괴롭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실상은 괴물이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감독의 생각대로 정확히 만들어졌고, 개인적으로는 99%정도 맘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마무리가 좀 늘어지는 면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한 두번 다시 보면서 숨어 있는 메시지들을, 재미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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