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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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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31일 15시 39분 등록

인연이라면 아무 끈이 없어도 만나게 된다.
- 영화 세렌디피티 중에서

꿈두레 모임이 지난 주말에 1박 2일로 경기도 안성 '세렌디피티(Serendipity)'팬션에서 있었습니다. 사부님, 꿈두레 7명과 서포터즈 기찬이, 재동이, 승완이, 귀자가 함께 했습니다. 적벽돌로 쌓아올린 깔끔하고 아담한 팬션 앞으로 잔잔한 호수가 우리를 부릅니다. 한없이 편안해집니다. 이 팬션은 꿈두레 김성렬님의 누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고즈넉한 북카페도 있고 김성렬님의 하나한 전술행동연구소도 있습니다.

살아온 이야기, 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덧 한 귀퉁이에 놓인 검(劍)이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성렬이 형을 졸라 펜싱을 한 수 사사받았습니다. 몸이 예상대로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몸의 순발력과 극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구되는 운동이 바로 펜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성렬이 형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순수함이 가득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를 제압하는 듯한 강렬한 눈빛.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빗줄기를 따라 살살 허기가 쏟아집니다. 인근 농장에서 사온 품질좋은 목살과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숯불위에서 지글지글 삼겹살이 익는 소리와 씨끌씨글 빗소리가 절묘한 화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위하여~’ 소리를 내며 건배를 부르니 세상이 우리 밖에 없는 듯 합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이야기가 익어갑니다. 예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입니다. 2기 연구원의 귀한 자식, 귀자가 팬플룻 연주를 합니다. 사이먼앤가펑클이 불렀던 엘칸토파사가 흘러 나옵니다. 눈을 조용히 감았습니다. 음악은 추억과 상상을 선물합니다.

사부님이 늦게 도착하셨습니다. 저희는 준비된 순서대로 일어나 사부님과 진한 포옹을 했습니다. 사부님의 환한 미소가 가슴으로 번졌습니다. 고마우신 사부님. 사부님의 여행담을 듣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는 밤늦도록 끝날 줄을 몰랐습니다. 기찬이의 기발함이 담긴 라죽(라면+죽)을 맛있게 먹고 나니 새벽이 멀리서 춤을 춥니다.

아침에 북카페로 올라 갔습니다. 주인을 닮아 넉넉한 여유와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카페입니다. 사부님의 책이 없는게 못내 아쉽습니다. 사실 오기 전에 성렬이 형이 사부님 책을 사오라고 부탁을 했는데 깜빡 했습니다. 찰칵 단체 사진을 찍고 사부님은 흰 종이에 덕담을 남기셨습니다.

죽주산성과 칠장사를 차례로 둘러 보았습니다. 죽주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은 오솔길입니다. 누가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성벽에 걸터 앉았습니다. 사방이 탁 틔인 전경을 바라보니 후련합니다. 우리들의 앞날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칠장사에 들렀습니다. 몇몇은 대웅전에 들어가 절을 합니다. 생뚱맞게 요즘 젊은이들 답지 않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 시원한 약수물 한 사발 들이키고 이번 모임의 마지막 행선지인 마노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노는 미술작품과 전통 놀이를 관람할 수 있는 문화 공간과 분위기를 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가 같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데이트 코스로 딱입니다. 치킨 스테이크와 삼겹살 스테이크를 먹고 어제 사부님이 사오신 와인 한잔을 곁들였습니다.

드디어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한 사람씩 길게 포옹을 했습니다. 아쉬움이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웠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면 주위의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고 말하면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타박을 하기도 합니다. 바쁘게 살아도 먹고 살기 힘든데 어찌 그리 한가한 생각을 하냐고 핀잔을 줍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꿈을 꿀 때 살아 있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우리의 일상으로 침투할 때 황홀함을 느낍니다. 꿈을 꾸는 사람은 정녕 아름답습니다.

살다보면 가끔 멈춰서 돌아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꿈을 확인하고 계단을 놓아 주려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안성에서의 주말은 창조적 부적응자들의 창조적 휴식이었습니다. 전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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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꿈두레의 최고 형님이시면서 이번 모임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김성렬님이 모임 이후에 보낸 답신입니다. 가슴이 뭉클하고 짠했습니다. 허락없이 게재하여 칼부림(?)날지 모르지만 용기(?)를 내어 애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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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가운데 먼 길을 마다 하시지 않으시고 찾아주신 스승님께 감사드립니다. 펜싱이야기가 나오다가 스승님앞에서 거친 말투가 나왔습니다. 협회이야기만 나오면... 아직 수양이 많이 부족합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모임을 이끌어주시고 마무리지으시고 피곤한 와중에도 메세지 보내주신 병곤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허리가 불편하고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경우님이 자리를 함께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영훈님, 가족이 왔는데 가족들을 위한 배려가 충분하지 못해서 떠나고 난 뒤에 후회했습니다.

피곤한데도 가장 먼저와서 눈 부치며 확실한 관찰력과 프로페셔날 이미지를 끝까지 보여주신 성은님도 고맙습니다.

항상 든든한 혁재,,, 새옹지마를 겪었음을 알았습니다. 점점 더 멋져지고 있습니다. 새벽나절 함께 그릇을 닦을 때 108 배 수행이 그 마음도 닦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아름이... 꿈두레 마스코트. 혁재랑 승완이 가슴 철렁하게 해서 쬐금 걱정이 되지만 스승님의 당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아름이 네게는 스승님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 시다. 내가 알고있는 스승님은 '아니다' 나 '하지 말라'는 말을 잘 하시지 않는 분이시다. 아름이 알았지?

기찬님의 라죽을 함께 먹지 못해서 미안했습니다. 사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라면은 한 번 빵꾸난 적이 있는 내 속을 많이 뒤짚어 놓기 때문에 몸 사리느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술을 안 마시더라도 라죽을 먹겠습니다.

재동님! 그냥 죽 지켜보시기만 하시던지라... 내가 나이값 제대로 했나 걱정이 좀 됩니다. 든든해서 좋았습니다.

승완님! 분위기 살려주어서 좋았습니다. 형이라고 불러서 좋았습니다. 정히 불편하면 앞에다 '큰' 자나 붙이던지 뒤에다 '님' 자 붙이고 '형'자 대신 '행'자 부치그라.... 그라믄 부르기쉽지 않큰나...!

귀자! 여성한테 등빨 좋다나 심좋다는 이야그 하면 않된다고 하드만... 나는 그래서 그런 말 안했다. 그지? 라틴음악을 팬파이프연주로 들어서 좋았다. 항상 상상이 현실보다 웃돌지.. 그렇지..?

용균님, 아자아자 화이팅,... 그래도 보고 싶기는 보고 싶다. 항상 웃고 있는... 그 얼굴...

정언님, 나무는 나무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본께 사는 거 별거 아니드라고... 눈물이 나는 거... 열심히 살고 있다는 또 다른 형태의 징표지...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지만 사람은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 꿈두레 가족들이 정언님 편한 맘으로 오는 거 기다릴 수 있으니 부담갖지 않아도 된당..
IP *.248.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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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chua
2006.08.31 15:32:18 *.121.123.36
마누카페 위치좀 알려주세요,인터넷에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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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8.31 15:38:32 *.248.117.3
조슈아님,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제가 잘못 적었네요. 마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마노 아트센터입니다. 남사당패 공연도 하고 한번은 가볼만한 곳입니다. 저희가 점심먹은 레스토랑은 분위기는 좋은데 좀 비싼게 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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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chua
2006.08.31 17:22:06 *.121.123.36
오병곤님 빠른 답변에 감사드립니다.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홈페이지가 있더군요 조만간 한번 가볼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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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6.09.01 09:45:33 *.99.82.60
아직도 잔잔한 감동이 남아있네요..
다들 잘 돌아가셨지요.
늘 만나기전에는 그리움으로
만남 후에는
꿈들을 마음 밖에 내놓고 닦고, 갈무리하고,
다른이의 꿈도 닦아주고..
그리고 다시 마음속에 넣고, 다짐하고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렬형님, 회장님.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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