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2006년 9월 22일 23시 05분 등록
어제 9/21(목) 허회장님과 자로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함께 듣게 되었습니다. 프레시안에 원고가 있어 이곳에 인용합니다.

<프레시안 창간5주년 특별강영회>

일시 : 2006년 9월 21일 (목)
장소 : 한국일보 본관 12층 강당

주제 : 대립과 갈등의 시대, 진정한 소통을 위하여

-성공회대 교수 신 영 복-

1. 인문학과 소통의 장(場)

인문학은 우리의 삶과 인간에 대한 성찰입니다. 인간적인 삶에 대한 사려가 없는 사회에서는 물질적 이해관계가 사회의 가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물질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서는 이해관계의 대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인문학적 가치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문화가 소통의 전제가 됩니다.

2. 화폐가치의 전면화

상품사회에서는 인간의 정체성이 없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단 하나의 가치, 화폐가치로 단일화됩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은 물론, 그 상품생산자, 그와 관련된 기술과 학문까지도 사회적 의의가 없어집니다. 화폐가치로 전화할 수 없는 노동에 대한 순수한 자본주의적 분배방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비시장 부문에 의해서 지탱되며, 문화는 어떠한 경우에든 자기희생을 본질로 하고 있습니다.

3. 목표, 속도, 효율, 승패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때를 일컬어 진선진미(盡善盡美)라 합니다. 목표의 달성으로 모든 수단이 합리화되는 사회에서는 개임의 룰이 없어집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도로(道路)의 논리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존중하는 길의 철학을 사회화해야 합니다.

4. 근대성에 대한 반성

속도와 효율은 자본의 논리이며 그런 점에서 근대사회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근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의 속성을 구성원리로 합니다. 근대를 진보개념의 전형으로 놓는 것은 서구적 편견입니다. 근대는 자기의 존재를 배타적으로 강화하려는 존재론의 패러다임입니다. 근대사의 전개과정은 이라한 패권적 논리가 바탕이 되어 왔습니다.

5. 우리사회의 문화와 가치

근대화는 우리 현대사의 국가적 기획이며 당연히 근대성의 존재론 논리가 대화와 소통의 문화를 배재해왔습니다. 존재론으로부터 관계론으로의 전환이 진정한 소통의 전제조건입니다. 우리의 문화는 관계론 원리를 기조로 하는 인문학적이고 공동체적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은 우리사회의 구조속에서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합니다.

6. 2개의 가장 먼 여행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사회에 태어나서 학습과 포섭에 의하여 기존의 문화와 의식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사회의 발전은 기존의 사회의식에 대하여 우직한 독법을 키우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2개의 먼 여행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다시 발에 이르는 여행입니다. 사회의 발전경로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적 사회는 인성(人性)의 고양(高揚)을 사회적 목표로 세워야 합니다.

언론 역시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공유하여야 합니다.

7. 신뢰집단과 언론

언론은 진실과 비판을 본령으로 해야 합니다. 진실(眞實)은 사실(事實)의 창조적 구성이며 이러한 창조는 당대 사회의 과제를 중심으로 한 비판적 기능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비판은 기존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우직한 실천이어야 합니다. 언론기관이 먼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에 충실해야 언론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언론이 우리사회의 신뢰집단으로 설 수 있습니다. 신뢰집단이 없는 사회는 매우 불행합니다.

신뢰집단은 소통의 중심이며 이항(二項)대립의 극단적 갈등을 지양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신뢰는 사회성의 핵심이며 그 자체가 가치입니다. 고난을 견디게 하는 것은 희망이고 희망은 신뢰에서 나옵니다.

8. 사회통합과 강물

세상에는 관대한 사람과 오만한 사람이라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절실한 아픔과 기쁨도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한 사회의 역량은 내부소모를 줄이고 통합의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합과 연대는 물처럼 낮은 곳, 약한 자와 연대해 나가는 하방연대(下方連帶)에 의하여 가능합니다.

9. 성찰과 양심 그리고 주체성

자신을 성찰하는 양심적인 문화를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언론은 그 중심에 서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 남과 북, 자신과 타인 등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망을 생각하는 것이 성찰입니다. 그러한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양심입니다. 그리고 양심에 대한 자부심이 인간적 정체성, 사회적 주체성으로 이어집니다. 아름다운 사람, 좋은 사회, 훌륭한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한 거시적 성찰에 언론이 앞장서야 합니다.
IP *.140.43.17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