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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3일 15시 10분 등록

< 프롤로그 >

추석 영화계를 주름잡아 버린 '타짜'에 관한 이런저런 뉴스와 평들의 공습에 원잭은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극장 나들이를 가게 되었는데 영화 '타짜'가 주었어야 할 짜릿함 대신 영화계의 '타짜'의 손맛이 걸죽하게 담겨진 구수하고 흐뭇한 영화를 맛볼 수 있었으니 이 아니 기쁠쏘냐..^^

본격적으로 '라디오스타'에 대한 감상평을 늘어놓기 전에 또 하나의 포스팅 소재가 될뻔 했던 '타짜'를 살짝꿍 이바구하고 넘어가 보련다. 미리 이실직고 하자면, 영화 '타짜'에 대한 너무나 많은 정보와 원작에 대한 지나치게 충분한 복습, 그리고 감독 최동훈과 배우 백윤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제대로 된 영화감상의 커다란 악재가 되었음이다..ㅜㅜ

이상하게 몰입을 할 수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정마담의 나레이션이 원잭의 귀에 거슬리기도 했고 감독의 노력이 듬뿍 담긴 각색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기본틀이 워낙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보니 어떻게 전개되느냐 보다는 어떤 연출과 어떤 연기로 멋지게 표현되었을까 하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리라. 솔직히 기발함이나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참.. 예외가 하나 있었다.. 김혜수의 가슴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은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류해진은 이제 더이상 조연이라고 부르기에는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보여주었고, 모두가 칭송해 마지 않는 '아귀'역의 김윤석은 앞으로 가능한 많은 영화에서 보고싶을 만큼 위력적인 포스를 뿜어낸다. 김혜수의 데뷔작 '수렁에서 건진 내딸 2'에서의 그녀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현재의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이 부질 없음을 알 것이다.


< 영화계의 타짜 이준익 >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적같은 흥행성적을 올린 '왕의남자' 이후 겨우 빚을 청산한 이 괴짜감독이 차기작으로 어떤 영화를 선택했을지 매우 궁금해 했을 것이다. 원잭도 그랬으니까. 대체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이제 네임밸류로 볼 때 규모가 꽤 있는 영화를 할 것이라고. 그런데 이 노련한 영화계의 타짜는 역시 드라마에 승부를 걸며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영화를 선택한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자막이 다 올라가기도 전에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영화가 준 여운때문인지 한참을 엔딩송과 제작진의 면면을 살펴보게 되었다. 나오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관객들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내내 감돌았던걸 보면 원잭만의 즐거움을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그제서야 한동원님의 추석개봉영화 스페셜 간단리뷰에 기꺼이 공감을 표시할 수 있었다.. (확인들 해보시라)


< 영월과 음악 그리고 배우를 판돈으로 걸다 >

당 영화에서 새로 발굴한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강원도 영월이다.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도 그럴듯한 경치를 실컷 구경할 수 있는 금수강산의 나라지만 가끔씩 영화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아름다운 풍경들은 언제봐도 멋지다. 올 여름에 처음으로 래프팅을 즐겼던 바로 동강이 흐르는 그 곳, 래프팅하다 물만 먹고는 서둘러 스쳐 지나왔던 그 영월이 따뜻한 그 곳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원잭안으로 홀라당 들어와 버렸다. (특히 최초의 공개방송 스튜디오가 마련된 곳에서의 영월풍경은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장면이니 눈여겨 보시길..)

또 하나의 스타는 '비디오도 결코 죽이지 못한 진정한 라디오스타'. 바로 주옥같은 음악들이다. 조용필, 신중현, 들국화의 노래들은 아주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흘러나와 반갑고, 개인적 취향으로 별로 친하지 않은 몇 곡의 팝송들 역시 그 분위기와 리듬만으로도 충분히 접수된다. 영화속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가수왕 최곤의 불멸의 히트곡 '비와 당신'은 한번쯤 들어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흡인력이 좋아서 OST를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박중훈이 직접 불렀단다.. 물론 노브레인 버젼도 있다)

마지막으로 원잭을 놀라게 한 배우가 있었으니 그는 박중훈도 안성기도 아닌 영화에 처녀출연했다는 록밴드 '노브레인'이다. 단지 깜짝출연한 까메오일듯 하던 그들이 펼쳐내는 내공은 영화계 타짜의 캐스팅 솜씨가 최고조에 달했음을 증명해 준다. 다소 처지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의 흐름에 박력과 흥청거림을 불어넣은 노브레인은 당 영화의 효자배우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이들외에도 박기사, 강PD, 삐짐 지국장, 청록다방 김양, 짱깨배달부, 순대국집 호영이, 세탁소 아저씨, 철물점 아저씨, 고스톱할머니, 일편단심 커플 등등 출연한 모든 배우들 모두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물론 까메오로 출연한 이준익 감독의 약간은 오바스런(아마도 본인은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주장하지 않을까..ㅋㅋ) 연기를 확인해 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마시라.

안성기와 박중훈은 너무나 우리 눈에 익어버려서, 그리고 이미 그들의 이름만 들어도 덧씌어진 이미지때문에 여전히 색안경 평가를 받는 배우들이다. 적어도 당 영화는 두사람 외에는 아마도 대안이 없었을 정도로 딱일 수 밖에 없음을 영화를 보면 알게된다. 그리고 이 두 배우의 내공이 이제 연기력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도 알게될 것이고 박중훈이 그가 겪은 현실에서의 풍파에서 조금 더 사람냄새 풍기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라 하겠다.


< 에필로그 >

한국영화계에는 지리산 작두, 경상도 짝귀, 전라도 아귀에 버금가는 내공을 소유한 영화계 타짜들로 최근 넘쳐나고 있다. 박찬욱, 봉준호, 이준익 등의 삼대 타짜를 필두로 그 뒤에서 열심히 굳은 살 배겨가며 타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신진감독들의 리스트를 보고 있자면 아직도 원잭을 비롯한 관객들에게는 즐겁고 재밌는 영화판이 왕창 남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듯 하다. 모든 영화계 타짜와 후보들에게 광영 있으라..^^
IP *.140.1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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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10.16 10:34:26 *.81.25.218
'범죄의 재구성'의 구성이 워낙 인상적이었고, 조승우의 독기 역시 매력적이므로 '타짜'에는 충분히 끌리고 있구요.

영월은 그 옛날 대학 4학년 때 활동다니던 지역이네요. 청령포 앞 마을이었지요. 이준익감독의 얼굴도 기름진 박찬욱감독에 비해, 소년같이 맑아서 보기좋구요.

책에 마음이 팔린 뒤로 영화는 뒷전이 되었는데, 이 두 영화는 꼭 봐야할 것같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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