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아이드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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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큰 형이 탐미에게 이번주 수요일까지 한시적으로 쓸 수 있는 영화초대권 10장을 준게 발단이었다. 일단 처형부부에게 넉장을 생색내며 양도하고, 나머지 6장을 가지고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아직은 엄마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청빈이 덕분에 탐미와의 동반관람은 가볍게 무산되었고, 카페멤버들과의 영화벙개는 지리적 여건과 시일의 촉박함 등으로 역시 취소되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나홀로 관람으로 돌입할 수 밖에. 아니, 신의 안배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매니아답게 원없이 배터지게, 아니 눈튀어 나오도록 쌔려보라는 계시말이다..^^ 그래서 1시간 정도씩의 간격을 두고 세 편의 영화를 예매했다. 바로 요런 순서로 말이다. '열혈남아', '프레스티지', '애정결핍이 두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결과적으로 괜찮은 배치였음을 밝혀둔다.. (초대권을 날리고 싶지 않아서 사실 나머지 한장도 금요일분으로 '어느 멋진 순간'을 예약해 두었다.. 갈까 말까 고민이다..)
< 열혈남아 - 가슴을 울리지 못하다 >
솔직히 무지 보고싶었던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기대감도 높지 않았고, 그저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정도였다. 나문희 여사의 공력에 일단 한표 던지고 나서 몇가지 촌평을 해보도록 하자. (이장으로 특별출연한 조희봉(맞나?)의 체육대회 중계방송에도 한표 더 던진다..^^ 원잭이 대학때 자주 하던 짓이었기 때문에 아주 즐겁게 봤다..)
유상현님의 표현대로 조금씩 조금씩 무언가 감동의 모티브를 쌓아가다가 제대로 한방 터져줘야 하는데 그게 모자라다. 설경구가 연기를 잘하는 것과 상관없이 주인공 캐릭터가 영 정이 안간다. 무언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아프고 시린 사연 하나쯤은 안배가 되거나 종반부전까지 이 건달 캐릭터에도 사람다운 맛이 있음을 강하게 풍겨야 하는데 일관되게 성질 더러운 깡패기운이 더 도드라진다.
조한선이 분한 캐릭터 역시 무언가 중요한 역할인거 같기는 한데 겉돌기만 하다가, 그닥 개연성 없어 보이는 행보만 보이다 덜컥 일을 저지르고야 마니 생뚱맞을 수 밖에.. 이런 상황에서 특별하게 자극을 주거나 새로울 것도 없는 담담한 얘기들을 끝까지 보고 있던 관객들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기대해 마지 않는 감동이나 카타르시스를 짜안하게 느낀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 프레스티지 -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객들 >
원잭은 재미있었다. 마술말고 영화의 전개와 과학이 가져온 미스테리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평범한 이야기 전개를 매우 싫어하는 감독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경쟁세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속고 속이고 망치고 더럽히며 허무한 성공을 향해 달리다 파멸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셈인데, 이걸 펼쳐내는 방식이 꽤 머리쓰게 만든다. 그래도 짜증날 정도로 복잡하거나 결말과 상관없는 류의 진행은 아니니 오해들 마시길..
영화의 결말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언뜻 '보든마술'의 비밀에 방점이 찍힌듯 하지만, '엔지어마술'의 비밀이 확실하게 밝혀지는 순간, 관객들의 술렁거림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객들과 친구에게 결말의 의미를 묻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걸 보면 범상하지 않은 영화인 것만은 사실인거 같다.
스칼렛 요한슨은 점점 더 이뻐지고 있지만 영화에서의 비중은 내임밸류가 무색하고, 이제 원로급 연기자 반열에 오른 마이클 케인의 모습은 여전히 듬직하다. 몇 장면 나오지는 않지만 가장 신비스럽고 과묵한 과학자 테슬라의 아우라 역시 꽤 인상적이니 눈여겨 보시길..
<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 만화로 봐주어야 할 영화 >
확실히 웃긴다. 역시 백윤식 엉아의 힘은 대단하다. 지금까지 그가 이전 영화속에서 연기했던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몽창 비벼진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아마 맞을꺼다. 봉태규 역시 이런 종류의 엉뚱한 장르에서 만만치 않은 공력을 보여주지만 투톱의 한 축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 둘의 엽기난투극의 발단이자 끝이 되는 오미미(이혜영 분) 캐릭터가 그 정도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지 여부도 매우 중요한데 다리만 예쁜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몸매 하나만큼은 꽤 매력적이었음을 일단 인정한다. 그러나 두 사내의 수동적인 먹이감에서 무언가 숨겨진 포스를 보여주며 뜻밖의 반전을 보여 주기를 기대했건만 소소한 튕김질 수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한웅큼 안겨준다..ㅜㅜ
오픈 크레딧을 여는 클레이 에니메이션은 후한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꽤 재치가 넘친다.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것이긴 하지만, 이 대목은 앞으로 진행될 야그가 영화의 형식을 취했을뿐 매우 엽기만화틱하게 전개될 것을 넌지시 암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암시가 필요한지는 영화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원잭 개인적으로야 거슬리는 대목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네 일반적 정서로 볼 때 지나치다 싶은 에피소드가 꽤 여러번 등장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반부까지 보여주었던 쾌활함이 조금씩 무뎌지고 무거워지면서 주요한 세 캐릭터 모두 갑자기 밧데리가 닳아버린 인형들처럼 힘을 잃기 시작하고 이전에 저질렀던 방자함에 스스로 미안했는지 어설프게 착한 결론쪽으로 매듭을 지음으로써 열심히 재미있어하며 응원해 왔던 나 같은 관객들을 뻘쭘하게 만들어 버리는 만행으로 끝을 맺는다. 하긴 끝까지 재미있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니까.. 이 정도에서 만족해줄란다. 그래도 이 정도 웃어본게 얼마만인가..^^
추신)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재치있는 영화패러디 장면을 부디 놓치지 마시길..
< 에필로그 >
하루에 영화 세편을 몰아서 보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허접한 영화가 한편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매우 즐거운 하루였다. 아주 가끔은 두탕 또는 세탕 뛰며, 영화의 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때를 불리고 벗겨내 보시라. 한 동안은 꽤 개운한 느낌으로 힘을 내리니..^^
IP *.140.145.80
큰 형이 탐미에게 이번주 수요일까지 한시적으로 쓸 수 있는 영화초대권 10장을 준게 발단이었다. 일단 처형부부에게 넉장을 생색내며 양도하고, 나머지 6장을 가지고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아직은 엄마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청빈이 덕분에 탐미와의 동반관람은 가볍게 무산되었고, 카페멤버들과의 영화벙개는 지리적 여건과 시일의 촉박함 등으로 역시 취소되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나홀로 관람으로 돌입할 수 밖에. 아니, 신의 안배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매니아답게 원없이 배터지게, 아니 눈튀어 나오도록 쌔려보라는 계시말이다..^^ 그래서 1시간 정도씩의 간격을 두고 세 편의 영화를 예매했다. 바로 요런 순서로 말이다. '열혈남아', '프레스티지', '애정결핍이 두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결과적으로 괜찮은 배치였음을 밝혀둔다.. (초대권을 날리고 싶지 않아서 사실 나머지 한장도 금요일분으로 '어느 멋진 순간'을 예약해 두었다.. 갈까 말까 고민이다..)
< 열혈남아 - 가슴을 울리지 못하다 >
솔직히 무지 보고싶었던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기대감도 높지 않았고, 그저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정도였다. 나문희 여사의 공력에 일단 한표 던지고 나서 몇가지 촌평을 해보도록 하자. (이장으로 특별출연한 조희봉(맞나?)의 체육대회 중계방송에도 한표 더 던진다..^^ 원잭이 대학때 자주 하던 짓이었기 때문에 아주 즐겁게 봤다..)
유상현님의 표현대로 조금씩 조금씩 무언가 감동의 모티브를 쌓아가다가 제대로 한방 터져줘야 하는데 그게 모자라다. 설경구가 연기를 잘하는 것과 상관없이 주인공 캐릭터가 영 정이 안간다. 무언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아프고 시린 사연 하나쯤은 안배가 되거나 종반부전까지 이 건달 캐릭터에도 사람다운 맛이 있음을 강하게 풍겨야 하는데 일관되게 성질 더러운 깡패기운이 더 도드라진다.
조한선이 분한 캐릭터 역시 무언가 중요한 역할인거 같기는 한데 겉돌기만 하다가, 그닥 개연성 없어 보이는 행보만 보이다 덜컥 일을 저지르고야 마니 생뚱맞을 수 밖에.. 이런 상황에서 특별하게 자극을 주거나 새로울 것도 없는 담담한 얘기들을 끝까지 보고 있던 관객들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기대해 마지 않는 감동이나 카타르시스를 짜안하게 느낀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 프레스티지 -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객들 >
원잭은 재미있었다. 마술말고 영화의 전개와 과학이 가져온 미스테리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평범한 이야기 전개를 매우 싫어하는 감독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경쟁세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속고 속이고 망치고 더럽히며 허무한 성공을 향해 달리다 파멸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셈인데, 이걸 펼쳐내는 방식이 꽤 머리쓰게 만든다. 그래도 짜증날 정도로 복잡하거나 결말과 상관없는 류의 진행은 아니니 오해들 마시길..
영화의 결말에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언뜻 '보든마술'의 비밀에 방점이 찍힌듯 하지만, '엔지어마술'의 비밀이 확실하게 밝혀지는 순간, 관객들의 술렁거림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객들과 친구에게 결말의 의미를 묻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걸 보면 범상하지 않은 영화인 것만은 사실인거 같다.
스칼렛 요한슨은 점점 더 이뻐지고 있지만 영화에서의 비중은 내임밸류가 무색하고, 이제 원로급 연기자 반열에 오른 마이클 케인의 모습은 여전히 듬직하다. 몇 장면 나오지는 않지만 가장 신비스럽고 과묵한 과학자 테슬라의 아우라 역시 꽤 인상적이니 눈여겨 보시길..
<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 만화로 봐주어야 할 영화 >
확실히 웃긴다. 역시 백윤식 엉아의 힘은 대단하다. 지금까지 그가 이전 영화속에서 연기했던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몽창 비벼진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아마 맞을꺼다. 봉태규 역시 이런 종류의 엉뚱한 장르에서 만만치 않은 공력을 보여주지만 투톱의 한 축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 둘의 엽기난투극의 발단이자 끝이 되는 오미미(이혜영 분) 캐릭터가 그 정도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지 여부도 매우 중요한데 다리만 예쁜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몸매 하나만큼은 꽤 매력적이었음을 일단 인정한다. 그러나 두 사내의 수동적인 먹이감에서 무언가 숨겨진 포스를 보여주며 뜻밖의 반전을 보여 주기를 기대했건만 소소한 튕김질 수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한웅큼 안겨준다..ㅜㅜ
오픈 크레딧을 여는 클레이 에니메이션은 후한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꽤 재치가 넘친다.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것이긴 하지만, 이 대목은 앞으로 진행될 야그가 영화의 형식을 취했을뿐 매우 엽기만화틱하게 전개될 것을 넌지시 암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암시가 필요한지는 영화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원잭 개인적으로야 거슬리는 대목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네 일반적 정서로 볼 때 지나치다 싶은 에피소드가 꽤 여러번 등장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반부까지 보여주었던 쾌활함이 조금씩 무뎌지고 무거워지면서 주요한 세 캐릭터 모두 갑자기 밧데리가 닳아버린 인형들처럼 힘을 잃기 시작하고 이전에 저질렀던 방자함에 스스로 미안했는지 어설프게 착한 결론쪽으로 매듭을 지음으로써 열심히 재미있어하며 응원해 왔던 나 같은 관객들을 뻘쭘하게 만들어 버리는 만행으로 끝을 맺는다. 하긴 끝까지 재미있기가 그리 쉬운건 아니니까.. 이 정도에서 만족해줄란다. 그래도 이 정도 웃어본게 얼마만인가..^^
추신)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재치있는 영화패러디 장면을 부디 놓치지 마시길..
< 에필로그 >
하루에 영화 세편을 몰아서 보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허접한 영화가 한편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매우 즐거운 하루였다. 아주 가끔은 두탕 또는 세탕 뛰며, 영화의 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때를 불리고 벗겨내 보시라. 한 동안은 꽤 개운한 느낌으로 힘을 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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