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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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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5일 07시 59분 등록
'내 눈이 보았던 것이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밀턴의 실낙원을 기억한다)
내 귀가 들었던 것이 사라졌다.
(그러나 베토벤이 와서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내 입이 말했던 것이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 신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는 내 영혼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
영혼을 가지고 있는 나는 여전히 전부를 가지고 있다.
- 헬렌 켈러

중산층이 거주하는 도시 외곽의 K-5 초등학교(전교생 570명)에, 1학년과 2학년 어린이들이 교실 밖 운동장에 모였다. 그들은 애국가를 부르면서 매일 아침 조회를 시작한다.

떠들썩하게, 음정이 좀 안 맞기는 해도 100여명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힘차게 부른다. 그러나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의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완전히 입을 다물어 버린다. 곧이어 2학년 담임 선생님이 수화로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어린이들은 처음 몇 소절은 박자를 맞춰 대강 부르다가 곧 처음 노래를 부를 때 그랬던 것처럼 열정적으로 부른다.
한쪽에 앉아 씩 웃고 있는 다운증후군 소년이나 그 옆의 뇌성마비 소녀를 포함하여 모든 학생들이 각자 방식으로 함께 노래한다. 무리 뒤 휠체어를 타고 컴퓨터 오디오 장치를 이용해 말을 하는 소년은 수화를 할 수는 없으니 팔을 들어올려 손짓을 하려고 애쓰면서 눈으로 친구들을 따라한다.

앞에 묘사된 장면은 일반 어린이와 특수 어린이를 함께 교육하는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린이와 어린이 미술>저자:Al Hurwitz, Michalel Day
번역판 p.87~88 (4장:특수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미술은 인간 감정의 객관화이다."-수전 랭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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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밀턴 글레이저는 5세 때 일어났던 사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미술가가 되길 원했던 순간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다섯 살때 일어난 일이었는데, 아마도 열살이나 열다섯 정도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사촌 형이 갈색 종이가방을 들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너, 비둘기 보고 싶니?"하고 물었다. 나는 사촌 형의 가방 속에 비둘기가 있다고 생각했고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내더니 가방 한쪽 면에다 비둘기를 그렸다.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하나는 비둘기를 그리는 누군가를 보면서 갖게 된 기대였고, 두 번째는 나의 초보적인 그림과는 반대로 실제 사물과 닮게 그림을 그리는 누군가를 처음으로 관찰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고, 삶을 창조하는 것이었으며, 나는 결코 그 경험을 잊지 못하였다."

p.113 중에서
--> 이 대목을 보면서 밀턴 글레이저가 이 순간을 기적이라고 느끼며 미술가로 태어났듯이, 나 또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감동을 받았다.

[화룡첨정]이 생각났다. 5살의 소년의 마음 속에서는 종이가방에 그린 비둘기가 실제로 살아있는 비둘기 처럼 보였을 것 같다. 금새라도 종이가방에서 튀어나올 듯.
어른에 비해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실제하는 것처럼 느낄때가 많다.
내가 5살의 밀턴이 된다면, 나는 그때 사촌형을 신처럼 느꼈을 것이다. 형의 손에서 비둘기가 만들어졌으므로, 그리고 나 또한 신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밀턴 글레이저의 고백을 읽는 순간, 나는 5살의 밀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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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그리고 표현하는 것은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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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 송경남
2006.11.25 09:55:51 *.142.129.13
정화씨.. 잘 지내죠? (기억하죠? 9기장..)
동문회 이후로 한번도 소식을 전하지 못했는데, 단식과 보식 무탈하게 잘 하셨는지요?
교정기 끼고 씨~익 웃는 그대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멋진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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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1.26 00:44:54 *.70.72.121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그대 말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늦어서...
그래도 한 번 대화하거나 만난 즉시 글이 쑥 올라와 있으니 기분 참 좋네요. 스치는 생각 몇 가지 말해 볼 게요. 글도 참 잘 쓸수 있을 것 같아요. 음~ 만일 좀 장기적으로 시간을 좀 갖을 요량이면 연구원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때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방과후학교 교사 지원은요? 또 특수학교에 보조교사는? 그럼 하고싶은 일도 하고 용돈도 벌고 공부도 더 깊이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넘 앞서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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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6.11.27 10:19:29 *.180.48.243
응원해 주시는 분이 많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써니님 저도 연구원 지원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써니님 추천해주신 것들 포함해서...어린이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려고 합니다. 우선은 제가 잘 모르는 세계이니 만큼, 어느 것이든 가중치 주지않고 여러가지 의견을 들어보려구요.

[화룡첨정]-->[화룡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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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6.11.27 12:15:35 *.55.54.185
밀턴 글레이저라는 사람의 일화가 마음에 닿네요
마음속에 '~~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 어떤 이유없이
소소한 일상에서 '기적'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 그리고 보면 신은 항상 인간을 위해 많은 힌트들을 남겨놓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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